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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이 명화

예고 없이 나타나 웃음을 주는 것들

by 빈틈


어둑한 아침 희미한 햇빛에 기대어

겨우 눈 뜬 아침.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향한다.

별 다른 아침식사 거리가 없는 날은

어김없이 떠오르는 메뉴가 있으니 바로

계란비빔밥.


빈 속에 일터로 보내기가 안쓰러워

남편 것까지 3개의 계란을 터트린다.

아빠와 아이들이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를 하듯

사이좋게 이어진 흰자들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명작이 떠오르고


그것은 바로

앙리 마티스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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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배도 든든하겠다

이제 청소기를 밀어볼까.


그나마 미세먼지가 덜하다 싶을 때

창문을 살짝 열어두고

청소기를 신나게 돌리기 시작한다.

청소기를 끌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은

앙리 마티스 작품의 춤추는 이들 못지않았다.



이제 "끝!"이라고 외치려던 찰나

바닥에 머리카락이 보인다.

분명 아까 지나간 자리인데...

청소기를 또 들고 나오기 귀찮아 손으로 주웠다.

쓰레기통으로 가는 길

두리번거리며 바닥을 훑어보니

또 머리카락이다.


이렇게 하나 둘 머리카락을 줍고 있자니

내 모습이 꼭...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

머리카락을 줍고 일어날 때

무릎을 받치고 일어나는 모습도

어쩜 이리 똑같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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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쪽을 향하는 우리 집은

아침에 해가 부엌까지 들어선다.

책을 보던 아이들이 커튼을 좀 쳐달라 부탁한다.

우리 집 거실 커튼은 얇게 비치는 꽃무늬 커튼.

커튼 너머 밖을 보고 있자면

지금은 도시화가 되었지만

예전엔 푸른 들과 논밭이 함께 자리 잡았던

그 모습을 상상해보곤 한다.

잠시 내 머릿속에 클림트 <플라워가든>이 스친다.

봄이면 그나마 동네 뒷산과 공원 가로수 벚꽃이

이 아쉬움을 달래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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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캡처 2025-01-22 162749.png




그렇다고 내가 미술작품에 뛰어난 지식이 있지는 않다.

그저 전시장에서 풍기는 여유로움이 좋아서

여기저기 소식 듣고 찾아다니다 보니

그중 몇 가지가 기억 속에 남아있다.

그것이 오늘에 일상의 무료함을 잠시 잊게 할

무언가가 될지 누가 알았겠는가.


오늘도 무심코 떠오를 또 하나의 명작을 기다리며

나 홀로 고급스러운(?) 상상을 더해본다.




사진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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