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준비하는 자세
내일이면 긴 연휴의 시작이다.
원래 명절 연휴는 3일이지만
앞으로는 임시공휴일, 뒤로는 개인 휴가까지 붙여서
거의 열흘을 쉬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쉬는 걸까.
방학 중 연휴라 큰 메리트가 없는 듯 하지만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명절, 설.
설은 뭐니 money해도 부모님 외
어른들의 용돈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는 날이다.
1월이 되면 빈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도
곧 채워지겠거니 만사가 든든했다.
추석은 송편이 빠지면 섭섭하지.
송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떡이다.
팥고물, 녹두고물, 등 여러 종류 송편이 있는 틈에
오로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촉에 의지해
깨고물을 골라 먹곤 했다.
쫀득한 떡 속에 숨은 달콤 고소한 고물이
입 안에서 터지는 순간 그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
가끔 걸리는 다른 고물 떡은 이제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결혼 후, 상황이 좀 달라졌다.
설날에 내 주머니는커녕
양가 부모님과 조카들 봉투를 챙기기 바쁘다.
송편을 먹는 날에는 혈당과
칼로리 폭탄을 맞기 십상이다.
그러니까 눈앞의 떡은 그냥... 그림의 떡이다.
무엇보다 연휴라는 단어에 "휴"가 왜 붙었을까 한편 생각한다.
이틀 이상 연이어 쉬는 날을 "연휴"라고 한다.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내내 쉬는 연휴 중에
진짜 "휴(休)"가 있는 날이 며칠, 아니 몇 시간이나 될까.
밀리는 차 안에서, 붐비는 열차 안에서 몇 시간.
길에서 보낸 시간에 질린 나머지
집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날들.
가마니처럼 가만히 있으면 뭐 하나
살림이라도 해야지 싶어 집 안을 엎어놓아도
어느새 다가오는 밥시간을 챙기는데 여념이 없다.
일터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쉼을 보장하는 사회.
하지만 집 "안"에서의 쉼은 오롯이 내가 쟁취해야 한다.
바삐 살아온 우리네 삶에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내려놓은 채
진짜 쉼이 있는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1월 달력, 빨갛게 물든 마지막 주를 보며
하지 말아야 할 3가지와 해야 할 3가지를 다짐했다.
하지 않을 3가지
오고 가는 차에서만 보내지 않으리라.
삼시 세 끼를 모두 챙겨 먹지 않으리라.
유튜브와 넷플릭스 정주행을 하지 않으리라.
해야 할 3가지
하루 두 번 산책을 나가리라.
읽으려고 쌓아둔 5권의 책을 모두 읽으리라.
명절 음식 말고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해 먹으리라.
당신의 연휴(休)에는 어떤 쉼이 있습니까?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