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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무조건 사랑한다
낙엽길은 지뢰밭이라서...
낙엽과 식단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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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Nov 2. 2024
바사삭!
와그작!
아삭아삭와삭와삭!
순간 떠오르면 안 될 것이 떠올랐다.
가을 하늘 아래 울려 퍼지는 이 소리는
내 안에 무언가를 깨웠다.
분명 먹었다.
아침은 사과와 빵
.
식간에 따뜻한 차도 두 잔을 연달아 마셨다.
이른 점심으로 쌀국수를 해 먹었다.
이상하게 자꾸 허기가 졌다.
아, 쌀밥을 안 먹어 그런가 보다.
밥도 한 그릇 비웠다.
이것이 하루가 아닌 오전 안에 벌어진 일.
이렇게까지 먹어줬는데도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
그게 뭘까 생각하다 아이들 픽업 시간이 다가왔다.
따뜻한 이곳도 가을을 맞았다.
아직 완전한 건 아니지만
선선한 바람에 그나마 남은 구름들도 쓸려가고
그 아래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어간다.
벌써 떨어진 낙엽들도 바닥에 가득했다.
아이들을 데리러 가는 길.
바사삭!(멈칫)
'뭐지?'
와그작!(멈칫)
'
입에 침이 고이네?!'
아삭아삭와삭와삭!
'아!'
낙엽소리를 듣고 나서야
먹어도 허전한 느낌이
뭔지 깨달았다.
최근 들어 식단인증을 시작했다.
푸짐한 음식, 번지르르한 옷이 아니라
건강한 식단을 신경써 차리는 일이
나를 더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것임을
새삼 느끼는 요즘이다.
한두 개 정도는 괜찮겠지
여겼던 음식을
막상 사진으로 찍고 글로 적어보니
그 한두 개도 거슬렸다.
'저건 먹으면 안 되는 건데...'
기록하며 의식하니
소위 말하는 "나쁜 음식"을
의도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시작됐다.
과자와 젤리, 끊는게 어려우면 줄이자.
아이들도 갑자기 끊기는 어려우니
나부터 실천하려는 것이다.
하교 후 간식은 웬만하면 자연식으로 바꾸
고
8시 이후는 양치 후 금식이다.
어렵사리
다짐한 지 일주일 만에
낙엽소리
를 듣고 과자 생각이 번뜩였다.
이미 맛을 알아버린 뇌는 이럴 때를 놓치지 않고
침샘을 폭발시키고 입맛을 다시게 한다.
아까 먹은 음식도 잊게 만
들 정도이다.
그럼에도 눈을 질끈 감고 편의점을 지나쳤다.
다시 부스럭 봉지를 잡
고 뜯으면
바사삭! 와그작! 아삭아삭!
멈출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과자 생각은 낙엽을 밟고 지나는 길 위로
풍기는 은행열매가 짓이긴 냄새
에 묻기로 했다.
한동안 낙엽 위는 지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곳은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려는 나에게
지뢰밭과 다름없음으로.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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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
낙엽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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