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엄마 있잖아요
엄마랑 데이트 갈까?
딸과 데이트 1 : 처음
by
빈틈
Dec 5. 2024
아래로
남편과 아들이 주말을 맞아 온천을 가기로 했다.
둘이서만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인 듯했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남편에게 가장 먼저 했던 말이
"목욕탕 친구 생겨서 좋겠네?"였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뜨끈한 물에 몸 담그는 걸 좋아하는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끔 온천 여행을 즐겼다.
그런데 그날은 딱 둘이 부자간 목욕 나들이를 간단다.
물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 딸은
아빠 따라 온천 가는 동생을 부러워했다.
"그럼 OO 이는 엄마랑 데이트할까?"
사실 하루 전 우리 부부는 모종의 거래를 했다.
"오빠, 부탁이 있는데..."
"뭔데 그렇게 뜸을 들여?"
"내일 아들이랑 둘이 어디 좀 가줄래?
나 우리 딸이랑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해."
"갑자기? 오늘 또 무슨 일 있었어?"
딱히 특별한 일이 있었건 것은 아니다.
요사이 어떤 일에든 짜증이 많아진 딸을
사춘기라 치부하기 전에
우선 대화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엄마에게 서운한 것 있어?
요즘 너를 힘들게 하는 건 뭘까?"
몇 가지 질문 리스트를 마음속에 품고
표정도 한 층 밝게 장전.
남편이 막내를 데리고 나간 후
우리도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시작했다.
시작부터 쉽지 않다.
자기가 입으려 했던 옷을 마음대로 빨았다며
입을 삐죽 내밀었고 눈은 세모가 된 지 오래였다.
'참아야 해... 첫 데이트잖아.
다음에도 이런 시간을 가지려면
처음 이 시간을 긍정적 기억으로 남겨야지...'
그렇게 가슴에 참을 인을 몇 번 세기다
기어코 그 말을 뱉어버렸다.
"엄마랑 나갈 거니?"
뚱한 표정의 딸은 잠시 고민하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몇 번 끄덕였다.
나도 마지못해 손을 잡고 나섰다.
그런데
무슨 말부터 해야 하지?
사진출처 : 픽사베이 무료사진
keyword
대화
육아
데이트
1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빈틈
소속
사브작북클럽
직업
에세이스트
이 곳이 부디 누군가에게 '나'를 찾는 쉼터가 되기를.
구독자
212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한테 산타가 왔네?!
엄마 우리 뭐 할까?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