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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적당한 빈틈 Nov 13. 2023

새벽 4시 미라클 모닝하는 책 읽는 농부 빈틈입니다.

 5년 전 우리 세 식구는 20년 넘게 한우 농장을 운영하고 계신 친정부모님 댁으로 귀농을 했다. 초, 중, 고 모든 학창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던 나는 완벽한 인프라가 갖춰진 도시 생활을 너무 좋아했지만... 맞벌이 부부로 직장생활을 하던 우리는 더 먼 미래를 생각하기로 했다. 그 선택이 바로 정년이 없는 귀농의 삶이었다.



소와 셀카 찍으면 흔하게 일어나는 일





 



 그렇게 2018년 우리의 귀농 생활이 시작되었고, 우울증도 함께 시작되었다. 이유는 아주 사소하지만 명확했다. 단 한 번도 시골에서 살아보지 않았던 남편과 도시의 단맛을 알아버린 내가 사방이 야산으로 둘러 싸여 하늘만 바라봐야 하는 시골에서 적응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다 정년이 없다고 좋아했던 귀농의 삶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반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은 절대 먼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다. 하하)


 배드민턴 운동도 하고, 저녁마다 맥주도 한 캔씩 마시며 육체적 노동의 고됨과 고립된 외로움을 달랬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졌고, 저녁마다 마시는 맥주의 양은 늘어났으며, 잠깐 하는 배드민턴 운동으로는 몸을 유지하기가 힘든 지경까지 와버렸다. 그런 나의 모습에 또 스트레스를 받았고, 우울감은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었다. 


 그런 내가 변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도 아주 사소했다. 블로그에 두 번째 100일 포스팅을 하고 있을 때쯤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인생 선배님께서도 독서를 적극 추천해 주셨다. 20대 이후 독서를 손에서 놓았던 나는 아주 작은 불씨 하나로 불타는 독서가 시작됐다.


 작은 불씨를 살려줄 독서는 뭐니 뭐니 해도 자기 계발서가 최고 아니겠는가. 당연히 나도 자기 계발서 위주로 독서를 시작했고, 10권쯤 읽어갈 때 그 안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새벽'이었다. 새벽 기상을 해야 진정으로 삶이  변화할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타오르는 열정에 뭔들 안 해 볼 수 있을까. 하지만 내가 가진 열정만큼 10년 전에도 미라클 모닝에 실패했던 쓰라린 아픔이 있었고, 누구보다 아침잠이  많아 귀농 후에도 8시가 다 돼서 일어났던 사람이라 장담은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계속 우울한 채로 살아갈 수 없었고, 믿을 거라고는 나 자신뿐이라. 나를 믿고 무작정 미라클 모닝을 시작했다. 







23년 2월  미라클 모닝 첫 테스트  날. 고양이와 기상 완료.





졸리기는 했지만 모두가 자고 있는 새벽 시간이 너무 설레었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떼를 쓰지도 않았고, 가족들이 나를 찾지도 않으니 독서 시간은 더 집중이 잘 됐다. 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 진짜 완벽하다!







아이가 아파도 / 마음이 힘들어도 / 고양이가 자고 있어도





 물론 아이가 아플 때면 밤새 병간호를 하다가 기상 인증을 하기도 했고, 마음이 힘들어 잠이 오지 않아 더 일찍 일어나기도 했고, 고요한 시간을 더 갖고 싶어 고양이도 잠든 새벽 시간에 일어나 자유를 즐기기도 했다. 최소 책 한 권을 읽어 내기 위해서는 2~3시간이 필요했고(많이 두껍지 않은 자기 계발서의 경우는 제법 속독도 가능했다.) 100일의 시행착오 끝에 나의 새벽 시간은 4시로 정착하게 되었다. 








 작은 불씨 하나로 시작했던 새벽 독서는 나를 180도 바꿔 놨다. 이제 더 이상 내 마음을 채워주는 건 맥주가 아니라 한 권의 책이 되었고, 사방이 막힌 야산에 하늘을 바라만 보던 내 삶도 더 이상 비관하지 않게 되었다. 매일 축사로 출근하는 길이 똑같이 느껴지지 않았고, 옆 동네 아저씨의 썰렁하기 그지없던 농담도 큰소리 웃으며 즐거워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먼 미래는 계획하지 않기로 했지만 책을 읽고 삶의 방향이라도 살짝 정해보자 생각한 것은 '한량'이었다. 한량이 뭐 별거 있냐며 지금도 가능하지 않겠냐 말씀하시지만, 그럼 소는 누가 키웁니까.... ㅋㅋㅋㅋ 


 조금은 치열하게 살아내는 지금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가족 모두가 즐겁게 책을 읽고, 여유를 만끽하는 여행과 함께 생동감 넘치는 글을 쓰는 그날을 꿈꿔본다. 






 그리고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해 준 아주 작은 불씨를 1년 전 나 같이 삶의 방향을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나누고자 브런치의 첫 테마를 시작해 본다. 내가 나누는 이 작은 불씨가 누군가에게는 불타오르는 삶을 만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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