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5일
연말이 며칠 남지 않은 시점에서 올해 중요했던 강연 한두 개나마 기록으로 남겨볼까 합니다. 지난 6월 25일에는 예외적으로 온라인으로만 진행한 강연이 있었는데요, 바로 대한적십자사 직원 교육 특강이었습니다. 인도법연구소 목정하 팀장님께서 섭외 연락을 주셔서 상의한 끝에 6∙25 전쟁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로 했습니다. 강의 제목이 참 흥미로운데요, 한번 보실까요?
6·25 전쟁이 75주년을 맞이한 오늘,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전히 비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가자지구의 200만 주민은 강제이주와 인종청소의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평화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6·25 전쟁의 경험에 비추어 그 실마리를 함께 찾아봅니다.
국내에서 이-팔 분쟁은 성경시대부터 계속된 5천 년 역사의 분쟁으로 널리 소개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근거는 단순히 지금 치열하게 싸우고 있으니 예전부터 싸워왔을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우리가 6∙25 전쟁을 겪고 남북한 관계가 지금까지도 경색되어 있으니 수천 년 동안 싸워왔다고 생각하나요?
실제 역사에서 유대인과 아랍인/무슬림의 관계는 대체로 원만했습니다. 이는 유대인 역사학자들이 고문서를 연구해 생생히 밝혀낸 진실입니다. 특히, 19세기에 접어들면 오스만 제국이 종교의 벽을 허물면서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관계가 더욱 진전됩니다. 그래서 '형제애'가 싹트게 되었습니다.
가령, 1908년에 유럽 유대인이 만든 신문 '하쯔비'의 인터뷰에서 가자의 유대인은 “아랍인과 유대인들은 형제처럼 지낸다.”라고 응답했습니다. 또 다른 신문 '하헤룻'에서 한 아랍 유대인은 무슬림들이 "언제나 유대인을 같은 인종의 일원이자 형제처럼 여겨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강연에서는 '형제같이 좋았던 관계가 어쩌다 지금은 앙숙이 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진행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보면 6∙25 전쟁과 참 닮았죠? 그런데 그뿐이 아닙니다. 6∙25 전쟁과 이-팔 분쟁의 구조적 원인도 같습니다. 바로 식민주의와 제국주의입니다.
유럽에서 박해받는 유대인을 구하기 위해 유대인만의 민족 국가를 만들자는 시온주의 사상은 '민족주의' 운동으로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은 토착민의 추방이라는 '식민주의'였습니다. 1차 대전 이후 대영 '제국'은 팔레스타인을 강제 지배하기 위해 시온주의를 후원했고, 그 결과 1948년에 인종청소와 이스라엘 건국으로 이어지게 되어 지금의 반영구적인 분쟁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를 거치며 저항의 힘을 잃고, 미∙소의 냉전 구도에 편입되어 전쟁을 겪게 된 우리와 유사합니다.
자, 마지막으로 6∙25 전쟁 이후 남북한 관계가 경색을 유지하는 이유 역시도 이-팔 분쟁과 맥락이 같습니다. 남∙북한은 상호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쌍방 적대행위를 오랫동안 계속해왔습니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이러한 갈등 구도를 이해하고 북한에 화해의 손길을 건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습니다만, 국민들의 공감을 사기 어려웠습니다. 왜냐면 북한이 6∙25 전쟁에 대한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팔 분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스라엘은 토착민을 추방시킨 잔혹한 인종청소를 '자발적 이주'로 주장합니다. 이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에게 역사적 한으로 남아 있고, 투쟁을 부추기는 핵심 이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난민이 주축이 되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스라엘 역시 단 한 번도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은 채 나날이 더 많은 토지와 자원을 빼앗으며 갈등을 심화시켜 왔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가자지구 전쟁을 낳게 된 것이죠.
자, 어떻게 보셨나요. 생각보다 6∙25 전쟁과 이-팔 분쟁이 유사한 측면이 많아 놀랍지 않나요? 사실, 두 분쟁은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시기적으로는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타나는 양상도 원인도 유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6∙25 전쟁이든 이-팔 분쟁이든 '사이좋게 잘 지내던 사람들이 대체 왜 지금은 싸우고 갈등을 겪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역사적 성찰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남∙북한은 같은 민족 간 갈등이라는 특수한 사례로 인식하지만, 많은 학자들은 시온주의가 없었으면 아랍 유대인들도 아랍 민족이 되었을 것으로 봅니다. 아랍 기독교도들이 아랍인이 된 것처럼 말이죠.
이런 본질적, 근원적인 고민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매번 강의 시간이 짧아 깊게 들어가지 못하는 게 참 아쉽습니다. 만약 제 책을 읽으시거나 이미 읽으셨다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좀 더 깊게 고민해 보시길 권합니다. 분쟁은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에 불과합니다. 원인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 해결책 역시도 당연히 찾을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지난 강의가 인도주의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시는 적십자사 분들께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쟁이 75주년을 맞이한 오늘, 팔레스타인에서는 여전히 비극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고, 가자지구의 200만 주민은 강제이주와 인종청소의 위협에 놓여 있습니다.
과연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평화의 가능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6·25 전쟁의 경험에 비추어 그 실마리를 함께 찾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