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0일
벌써 2025년의 마지막 날이네요. 개인적으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지나가 버린 해인 듯합니다. 올해 들어 전쟁의 양상이 저로서도 상상치 못할 수준으로 바뀌어서 수백 명이 굶어 죽는 등 끔찍한 상황에 다다러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저는 올바른 지식을 전파하는 게 분쟁의 해결에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믿기에 지난 10년 간 부단히 노력했으나, 막상 이 정도로 아비규환이 연출되는 걸 보자 지식인으로서의 무기력함을 느꼈습니다. 책 쓰는 걸 중단한 배경에는 이런 이유도 컸습니다. 우리 사회를 대상으로 노력해 봐야 당장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하기 편한 일에 안주하는 건 아닌가 하는 죄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해외로 눈을 돌려서 제 지식과 역량을 살려서 할 수 있는 커다란 시도를 해 보았고, 다행히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던 와중에 전북환경운동연합의 이정현 대표님으로부터 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환경단체에서 연락을 주신 게 참으로 기쁘더군요. 해외에서는 환경단체들이 이-팔 분쟁을 위해 지속적으로 많은 노력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환경단체들의 궁극적 목표가 결국 생명을 지키는 것이고 반전 운동은 그 연장선에 있으니까요. 서구 국가들에서는 아무리 정부가 친이스라엘 성향이 강하더라도, 수많은 시민 단체들이 팔레스타인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처럼 분쟁이 어쩔 수 없이 생겼다거나, 혹은 쌍방잘못이라는 비역사적인 관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2025년 11월 20일에 열린 이번 강연은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 정기적으로 개설하는 '초록시민강좌'의 일부로 진행되었습니다. 다른 강좌는 인문학 분야라서 흥미롭고 가벼운 분위기인데, 저만 너무 무거운 주제라 반응이 안 좋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습니다. 다행히 2시간 내내 모든 분들이 집중해서 잘 들어주셔서 정말 보람찼습니다.
사진에 보면 제가 현대식 카피예(팔레스타인 전통 스카프)를 어깨에 두르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을 찾아주신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회원 분들께 받은 선물입니다. 전주와 전북에도 평화연대 지부가 있고, 정기적으로 연대 운동을 가진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앞으로도 힘내시기 바라며 선물,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립니다.
이번 강연에는 환경단체 회원이신 전북대 교수님들도 있었고, 전북일보, 전주 MBC 등 언론에서도 강연을 듣고 가셨습니다. 아무래도 지방에서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보니, 더 뜻깊지 않았나 싶습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시민 강좌를 열어주셔서,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고민할 자리가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강의 내용에 대해서 조금 고민을 털어놓고자 합니다. 환경단체에서 여는 강좌니만큼, 환경을 포인트로 한 요소를 강조할지 말지 사전에 고민을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자지구의 유일한 식수원은 지하수인데 이게 고갈되면서 바닷물이 섞인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안전하게 마실 물이 없다고 유엔 보고서에 15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심각한 경고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전쟁 중에 이스라엘이 터널 붕괴시키겠다고 바닷물을 퍼부어서 물은 물론이고 토양마저도 심각하게 오염되었습니다.
이런 사례는 분명 알만한 가치가 있고, 또 환경단체의 관심사에 가장 부합하는 내용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 강의 들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2시간 풀 강의를 해도 시간이 많이 모자랍니다. 조금이라도 더 알려드리려고 말도 빠르게 하고요. 그런 상황에서 흥미를 위해 지엽적인 주제를 다루는 게 올바른 것인지 아닌지,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강의 끝나고 문지현 사무처장님께 여쭤봤더니 큰 그림도 좋지만, 저런 사례가 포함되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조언을 주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사전에 주최 측과 논의를 깊게 하지 않은 점을 반성했습니다.
사실, 강의 섭외 들어올 때마다 주최 측의 의견을 많이 여쭙고, 그에 따라 주제도 매번 달리하고, 강의 내용도 20% 이상을 다르게 합니다. 그런데 강의를 듣기 전에는 주최 측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으니 의견을 주고받는 데 한계가 있는 듯합니다. 내년에는 시간이 날 때 '강의 구성 가이드'? 같은 자료를 만들어서 공유해드릴까 싶습니다.
이상으로, 2025년 마지막 브런치 글을 마치며...
이번 강의를 위해 힘써주신 이정현 대표님 및 전북환경운동연합 임직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좋은 활동 응원드립니다. 브런치 독자 분들도 새해에는 하시는 일 모두 잘 풀리시길 바랍니다~!
11월 29일 토요일 오후 2시, 전주 서학예술광장에는 가을의 막바지 쌀쌀한 날씨에도 수많은 도민들이 연대의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1129 전북기후정의행진은 "딱, 지금 행동할 때"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단순한 집회가 아닌, 전북의 자연과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한 ‘전북을 살리자’는 도민들의 바람을 외치는 자리였습니다. 93개 단체, 75명의 개인 추진이, 그리고 전북 지역 곳곳의 다양한 현장에서 모인 도민들은 각자의 현안을 넘어 “지금 행동해야 전북이 산다”는 메시지를 함께 만들었습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서 이어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