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판 환단고기① 영국은 유대 국가를 약속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기고글(2026년 1월 22일)

by 정환빈

벌써 한달쯤 지났으려나요. 이재명 대통령의 환단고기 발언이 파문을 일으켰었지요. 그때 우리 역사학계가 나서서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는 걸 보며 참 용기 있고 바람직하다고 느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해외 역사에는 그런 열정적인 관심이 없고, 역량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지요. 잘못된 역사 인식은 현재의 관점을 왜곡하는 데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언론 기고 연재물로 [중동판 환단고기]를 기획해 봤습니다. 밸포어 선언, 후세인-맥마흔 서신협상 등 과거에 브런치에서 썼던 주제들을 다룰 예정입니다. 새로운 주제를 쓰고 싶지만, 언론에 쓰는 것이니 어쩔 수 없이 익숙하고 중요한 주제 위주로 선정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단순히 진실을 밝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 환단고기 같은 위서가 우리 사회에 유통되고 있는지 구조를 알아보는 글로 기획했습니다.



매체는 오마이뉴스를 택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정치적 색채가 많이 강하긴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시민들의 투고를 적극적으로 받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심지어 시민들이 원고 파일을 보내는 게 아니라, 홈페이지 기사 작성 에디터에서 직접 기사를 작성하고, '미리보기' 창으로 모니터나 핸드폰에서 어떻게 보이는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기고만 8번 정도 했는데, 이건 뭐랄까... 진짜 내가 기자가 되어서 글을 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오마이뉴스는 채택된 모든 글에 원고료를 지급하네요. 노출 등급에 따라 최소 2천 원에서 최대 6만 원까지 받습니다. 정식 의뢰를 받고 쓰는 글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주제와 방식으로 자유롭게 글을 쓰는데도 원고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엄청난 강점이라 봅니다.


또, 조회수도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좋네요. 기사가 방금 막 올라갔고, 메인에 노출되지도 않았는데 조회수가 쑥쑥 올라갑니다. 앞으로는 브런치에 쓸 글 중 괜찮은 건 오마이뉴스에도 올려야겠습니다. 오마이뉴스-브런치 동시 기고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다시, 글로 돌아가서 얘기를 이어가자면,


앞서 말했다시피 이번 글의 기획은 환단고기의 유통 구조를 밝히는 데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획 중인 <역사는 어떻게 왜곡되는가>의 축약판 정도로 구상했습니다.


밸포어 선언이 유대 국가를 약속했다는 서사는 이 모든 역사적 배경을 왜곡한다. 그리고 그러한 의도에서 특정 진영이 만들어낸 '위서'다. 유대 사회 내부에서조차 유대 국가에 대한 반대가 강했던 사실을 감추고, 영국의 약속이 이스라엘 건국까지를 포함하는 것으로 선전해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외교부의 팔레스타인 개황은 밸포어 선언이 "유대인 국가"를 약속했다고 기술한다. 국립외교원 전·현직 인사, 중동 전문가 등 대다수 학자들도 유대인들이 전공을 세워 유대 국가를 약속받았다는 서사를 책과 언론, 강의 등에서 공유하고 있다.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서사는 수십 년간 반복해서 인용되며 사실처럼 굳어져 중동판 환단고기를 만들어냈다.


이 연재물에서는 이러한 비역사적 서사가 제작되고 유통되는 구조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이는 단순히 무엇이 진실인가를 밝히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개선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바로잡기 위해서다.


여러 번 밝혔지만, 저는 이-팔 분쟁을 단순히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돕는다는 목적에서만 연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를 하나의 소재로 삼아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인지하고 고치고 개선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이번 연재물에서는 그러한 우리 학계와 정부의 한계를 잘 짚어서 교훈을 남기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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