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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일 Jan 17. 2021

단어의 진상 #60

이 정도면 막 가자는 거지

너도 맛 좀 보라는 거지   

  

세상이 얼마나 매운지

울며불며

느껴보라는 거지     


아니지

맵다 못해

눈물이 마르다 못해

가슴팍이 아리다 못해

심장이 터지고

핏덩이가 굳어

돌처럼 단단해질 때까지 

가보자는 거지     


이 정도면 정말

막가는 거지

죽어보자는 거지     


미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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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진상의 진상> 불닭볶음면   


대형마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굴진짬뽕이 사라졌다. 은근한 굴 맛이 일품이었는데 이제는 구하기가 힘들어졌다. 대신 무수한 이름의 매운맛 라면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매운맛 열풍이다.

매운 닭발, 매운 족발 정도는 옛날이야기가 되었고, 마라탕이 휩쓸고 지나가더니 이제 완전히 전쟁터가 되었다.

불닭 시리즈 라면이 나오는 것도 모자라 거기에 ‘핵’이나 ‘왕’이 더해진 독한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매운탕’ 정도는 이제 내가 아는 ‘가장 순한 매운 요리’가 되어버린 게 요즘 현실이다.     


왜 갈수록 매워지는 걸까? 

왜 매운맛에 열광하는 걸까?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 자극이다. 

그래서 자극적이다.

자극에 익숙해지다 보면, 좀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되고, 자극의 정도는 점점 높아간다.

자극에 대한 갈망은 결국 중독을 부른다. 헤어날 수 없다.

그리고 그 중독은 그야말로 毒이 된다.     


자극에 중독된 세상. 

자극이 무한 경쟁하는 세상.

이제 담백하고 은은한 맛은 맛으로도 느껴지지 않는 세상.

점점 더 자극적이어야 관심을 끌고 돈을 벌고 성공하는 세상.

정치인들이 막말 경쟁을 하고, 말도 안 되는 가짜 뉴스가 쏟아지고, 

미쳐 날뛰는 동영상일수록 돈을 벌고, 급기야 N번방 같은 악마가 태어나는 세상.

안 그래도 매운 세상에 무자비하게 캡사이신을 공중 살포하는 세상.     


자극은 자극을 부른다.

그리고 자극의 끝은 공포스럽다.

왜냐하면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끝에 어떤 괴물이 도사리고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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