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글-크리스마스 이야기] 네 번째 동방박사

크리스마스 D-5일

by 겨자씨앗



크리스마스 디 데이 5일 전 기획글을 써봅니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을 매일 한 편 씩 리뷰를 쓰며 오늘부터 성탄을 맞이하는 기쁨을 누리고자 한다. 가장 설레고 행복한 기억은 크리스마스날을 앞두는 전날들의 기억이다. 누군가에겐 무심코 지나가는 휴일이겠지만 기다려온 자들에겐 소망이자 성취된 날이다. 우리는 기다린다. 죽음을, 또한 종말을. 크리스마스는 삶과 죽음을 동시에 불러 일으키는 묘한 매력적인 날이다.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뭘 할거야? 묻는다. 영화보고, 데이트하고, 카페에서 분위기좀 잡아보지. 집에서 뒹굴 거리는게 최고야. 별빛 반짝이는 공원에라도 가볼까. 친구들과 가족들과 식사를 할까, 가난한 이웃을 찾아가볼까. 어떤 모습이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건 모든 이들이 바라는 바일게다. 군침도는 맛있는 것과 함께 말이다. 또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전통 중 하나로 삼았으면 좋겠다.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이야기, 이제 시작해본다




네 번째 동방박사는 헨리 반 다이크가 쓴 짧은 이야기로, 나 또한 크리스마스가 되면 각색하여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곤 했다. 알타반은 세 명의 박사와 함께 별을 연구하는 학자다. 그들은 오랜 문헌 이사야, 미가, 스가랴 같은 책들에 나오는 메시아 탄생을 기다려온 사람들이다. 그러던 어느날, 정말로 크고 강렬하고 평소에 보지 못했던 별 하나가 발견되고, 이들은 증표라 여기며 여행을 시작한다. 저 별을 따라 가면 분명히 그분을 만날 수 있을거야. 오랜 기다림이 현실이 되는 순간을 맛본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알타반은 재산을 정리하고 메시아를 만나면 드릴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를 장만하여 길을 떠난다.


팔레스타인에 도착하면 만나기로 한 박사들을 향해 부지런히 여정에 오르는 중, 그는 강도를 만나 피흘려 쓰러져 있는 사람을 만난다. 도저히 못본 척하고 갈 수 없어 그는 죽어가는 자를 일으켜 여관에 데려가 치료해주고 루비를 전하며 이 사람을 잘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베들레헴에 도착한 알타반은 분위기가 심창치 않음을 느낀다. 유대 땅을 지배하던 헤롯 왕이 "왕이 태어났다"는 소문을 듣고 2살 이하의 남자 아기는 모두 죽이라는 명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 과부의 집에 도착한 그는 이 여인에게 신생아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또한 군인들이 닥치는 상황에 직면한다. 아기를 내놓으라는 협박에 사파이어를 쥐어준다. 군인은 여긴 없어~하며 사라진다. 그는 하나 남은 에메랄드를 손에 꼭 쥐고 구세주를 만나겠다고 다짐한다.


약속된 아기는 이집트로 피신한 뒤였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30여 년을 방황한 알타반은 이제 노인이 되었다. 평생을 찾아 헤맸던 구세주. 그는 예루살렘에 일어난 심상치 않은 소문을 듣고 마지막 늙은 몸을 이끌어 그곳으로 향한다. 갈릴리에서 온 자가 십자가 처형을 당한다는 소식이다. 그 분을 마지막으로 만나야겠어! 그러나 거칠고 험악하게 한 소녀를 다루는 노예상을 대하게 되고, 불쌍한 소녀는 애걸한다.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마지막 남은 에메랄드를 노예상에게 쥐어주며 이 아이에게 자유를 주세요…. 하며 보석과 소녀를 맞바꾼다.


그 순간, 콰쾅과쾅!!! 엄청난 굉음과 빛. 사람들의 두려움과 아우성. 소란 속에 알타반은 남은 기력이 다 쇠하여 골목 어귀 귀퉁이에 앉아 하늘을 쳐다본다. -주님. 제가 주님을 찾아 헤매었으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이젠 그분께 드릴 보석조차도 없지요. 죄송합니다. 이제는 늙고 병들어 제가 할 수있는 일이 없네요

그때 하늘에서 알타반에게 들려온 음성이 있다. “너는 내 얼굴을 세번 보았다. 나는 그 보석을 기쁘게 받았고, 너는 이제 하늘에 예비된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다. 알타반아, 고맙다. 수고많았다. 이제 네 영혼이 이리로 와서 안식을 취하렴.”


수십번 읽어도 가슴뭉클한 이 스토리는 ‘행복한 왕자', ‘큰 바위 얼굴'과도 닮았다. 짧지만 강렬한 스토리가 인상깊다. 왕자는 만인이 우러러보는 금빛 동상이지만 높은 곳에 섰을 때 보이는 풍경은 살았을 적,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모습들이었다. 가난, 빈곤, 비참함, 처절한 신음소리들이 밤낮 메웠다. 나 또한 겨우내 따뜻한 방안에 갇혀 그들을 멀찍이 텔레비전 화면에서만 보암직도 모를 일이다. 왕자는 자신의 눈, 모든 금붙이들을 떼어내 흉측하게 될 때까지 아낌없이 나눠준다. 사람들은 볼품 없어진 왕자를 치우고 태워버린다. 그를 도와준 제비와 왕자의 심장은 하늘로 오른다.


작은 시골 마을에 어니스트는 평생 큰 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고, 유명한 분들이 마을에 오면 그런 분인가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찾지 못했다. 느즈막이 이제는 인생을 마무리질 날이 얼마남지 않을 때, 어린 소녀가 우와 할아버지는 큰바위 얼굴을 닮았어요! 하며 외쳤고, 그제서야 마을 사람들 모두 어니스트가 정말 큰바위얼굴임을 알아본다.


세 작품 모두 맑고 순수하고 깨끗한 이타적인 삶을 살아간 영혼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떠한 삶이 하늘에서 받을만한 삶인지, 가치와 의미는 어디에 있는지, 심장이 살아있는게 어떠한건지, 본다.


돈이 수억원 있는 할아버지는 그 어떤 것도 만족을 채워주지 못했다. 여행도, 취미도, 관계도, 먹어도, 재미가 없댄다. 그는 재미없어서 경비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한 사람의 절박한 일자리를 재밋거리로 채우는 분이었다. 백만장자들도 인생을 돌아볼 때 후회와 미련이 남는다고 한다. 그들이 은퇴 후, 가장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후배들에게 자신이 깨닫고 느낀 인생과 기술을 전수해주는 일이라 한다. 물질적 유산보다 정신적 유산이 본질이다. 나는 오늘 어떠한 정신적 유산을 채워가고 있는가.


오늘의 묵상: 진리를 추구하는 간절한 기다림과 긍휼히 여기는 마음과 손짓을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