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항상 해오는 일이 있다. 12월이 되면 다음해 다이어리를 먼저 구매한다. 여러가지 종류의 다이어리를 근 20여년간 써왔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바인더 형태이다. 예쁘거나, 유명하거나, 제공받거나, 유용해보이는 모든 다이어리 형태를 제치고 구멍이 20개 뚫린 바인더라는 다이어리의 장점은 지식분류화라는 점이다. 같은 주제로 오랜 기간 쌓여진 지난날 기록들을 반추해보는 기쁨이 크다. 어김없이 다이어리를 구매한 후, 연말 정리와 연초 계획을 세우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올해를 정리한다.
감사한 것 10가지,
우리 가족 10대 뉴스,
PDCA(Plan-Do-Check-Action)를 통한 성과와 평가를 해본다.
한해를 돌아보며 가장 감사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온 가정 건강과 안전을 지켜주신거다. 또한 성과가 있다면 오랫동안 혼자 읽어왔던 책을 함께 토론하며 누린 기쁨을 사회에 환원하고 기여할 수 있는 수업이라는 형태로 새롭게 나아간 것이다. 코로라였지만 작은 도서관에서, 또는 온라인에서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기쁨이 컸고, 내년엔 청소년들을 더 만나보고 싶다는 욕구도 가질 수 있었다.
보통은 이렇게 한 뒤, 바로 내년 계획을 세웠다.
나의 다짐과 결심
바라는 것 10가지
7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OAT(Objection-Action-Time)를 작성한다. 7가지 영역이란 신앙/ 일/ 가정, 재정/ 개인, 건강/ 자기 성장/ 섬김/ 친교활동모임이다. 목표는 구체적이며 측정가능하며, 시한을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목표는 칼럼 월~금까지 1편 읽기/ 액션은 녹음과 분석하기/ 시간은 점심식사 후로 정해놓으면 습관화가 된다.
이번엔 이 과정을 잠시 중단했다.
나를 들여다봤다. 내 바닥엔 무엇이 깔려 있는지를 살펴봤다. 나 자신을 바라보지 못한 계획은 언제나 좌절과 의기소침하게 만들고, 나 자신을 존중하지 못한다. 슈퍼 우먼도 아니고, 시간도 다른이들과 달리 30시간도 아니다. 여기저기 흩어지고 많은 것들이 바닥에 깔려 있어서 핵심을 잡지 못해 열매가 맺히지 못했다. 전문가나 어떤 분야에서 강의까지 할 수 있는 분들을 보면 한 분야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줄기와 뼈대를 세우고 확장하게 된다.
지금 나는 어떤 상태이지?
나의 가족은 어떤 상황이지?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지?
내가 애정하고 참여하는 단톡방은 몇개나 되지?
내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은 무엇이지?
나는 몇 시에 기상하고 잠에 들지?
내가 눈치채지 못한 습관은 무엇이지?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이지?
내가 더 강화애햐 하는 부분은 무엇이지?
점점 명확해졌다. 내가 보였다. 밤 시간을 못쓰고 있구나. 단톡방을 일부 정리해야겠구나. 내가 잘하고 싶은 분야는 글쓰기인데, 정작 글쓰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다른 일에 밀렸고 바빴다. 수업도 더 많이 늘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감수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독서모임도 여러가지인데 계속 해야 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바닥은 단순해야 한다. 단순함에서 크고 자라난 나무가 열매를 맺는다. 대봉나무는 주변에 많은 나무가 있으면 좋은 열매를 튼실하게 맺지 못한다.
그렇게 나를 알고,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방향을 잡게 되면 단순해진다.
나의 에너지를 균형있게 쓸 수 있다. 내년 나의 키워드는 새벽/ 청소년/ 홈스쿨링/ 글쓰기다.
중요한 포인트를 정하면 가지가 제거된다. 곧고 단단하며 두텁게 자라날 나의 나무를 상상한다.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한 나를 격려하고 칭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