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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Jul 13. 2020

스트리트 댄스의 역사와 그 배경음악들

또 한 번 화려한 몸짓의 향연이 시작된다. 국내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대거 출연하는 Mnet <댄싱9>의 세 번째 시즌으로 매주 금요일 밤은 집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이들에게도 '불금'이 될 것 같다. 특히 이번에는 지난 두 번의 경연을 통해 확실히 눈도장을 찍은 실력자들이 캐스팅돼 더 큰 관심을 받는 중이다.


모든 춤이 저마다 매력을 지니지만 스트리트 댄스 분야는 역동성 덕분에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대중음악의 몇몇 장르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는 사항으로도 은근히 가깝게 느껴진다. 단짝처럼 따라다니는 노래들은 이들 춤에 생동감을 부여할 뿐 아니라 춤을 접하지 않은 이에게도 어떤 분위기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번 '다중음격'은 스트리트 댄스 스타일에 대한 소개, 그 춤과 함께하는 노래들로 구성했다.


비보잉 B-Boying

쿨 허크와 비보이.

197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 거주하던 흑인들, 푸에르토리코 이민자들 사이에서 생겨났다. 디제이 쿨 허크(Kool Herc)가 클럽에서 음악을 틀 때 목소리 없이 리듬만 나오는 부분, 일명 '브레이크'(break) 구간을 연결해서 틀곤 했다. 클럽의 몇몇 춤꾼은 이 부분에서 빠른 스텝, 회전 등의 화려한 기술을 선보였다. 쿨 허크는 브레이크 구간에서 더 격렬하게 춤을 추는 이들을 두고 '브레이크 보이'(break boy)라 칭했고, 이를 편하게 '비보이'(b-boy)로 부르게 된 것이 비보잉의 발단이다.


브롱크스의 댄싱 팀 록 스테디 크루(Rock Steady Crew)에 의해 확산되기 시작한 비보잉은 1983년 영화 <플래시댄스>(Flashdance)의 큰 성공과 함께 막대한 인기를 얻었다. 한국에서는 1999년 피플 크루, DMC 같은 댄싱 팀이 가수로 데뷔하며 비보잉이 대중에게 더 가깝게 다가갔다. 이후 2001년 세계적인 비보잉 경연 대회 <배틀 오브 더 이어>(Battle of the Year)에서 우리나라의 비주얼 쇼크가 퍼포먼스 부분에서 우승해 비보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세계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를 가리는 시합을 치르면 "국내 예선이 더 빡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국 비보이들의 실력은 톱 수준을 자랑한다.


쿨 허크가 고안한 브레이크 비트가 소울과 펑크(funk)를 중심 소스로 하기에 그 장르들이 비보잉 음악의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힙합이 생겨나면서 적당히 빠른 템포의 랩 음악도 비보이 또는 디제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전자음악이 주류에서 큰 인기를 얻음에 따라 프리스타일러스(Freestylers), 봄펑크 엠시즈(Bomfunk MC's)처럼 브레이크비트를 전문으로 하는 뮤지션도 속속 출현했다.


Incredible Bongo Band - Apache

Babe Ruth - The Mexican

Eric B & Rakim - Don't Sweat the Technique

Bomfunk MC's - Freestyler

Arthur Baker - Breaker's Revenge


로킹 Locking

돈 캠벨과 로킹 댄서들.

1960년대 후반 돈 캠벨(Don Campbell)에 의해 만들어진 춤으로, 그의 이름을 따라 원래는 '캠벨로킹'(Campbellocking)으로 불렸다. 팔을 돌리고 손가락으로 찌르는 동작이 주를 이루며 춤을 추는 내내 웃거나 코믹한 표정을 짓는 것이 특징이다. 때로는 마임을 결합해 유쾌함을 강조하기도 한다. 로킹 댄서들은 흥겨운 분위기, 희화적 표현을 극대화하기 위해 줄무늬 양말, 화려한 색채의 광택 셔츠, 흰 장갑, 나비넥타이, 큼지막한 애플 해트를 착용한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 가수들의 백업 댄싱 팀에 의해 로킹이 많이 전파됐다. 유승준의 '가위', 베이비복스의 '야야야', 클레오의 'Good Time' 등에서 로킹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로킹 안무의 주요 동작과 리듬감은 오리지널과는 조금 달랐다. 2000년대를 전후해 NY 크루의 최종환, 위너스 크루 같은 댄서들에 의해 비로소 전통적인 로킹이 전달됐다.


로킹이 펑크(funk) 시대에 나온 춤이기에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Earth, Wind & Fire), 팔러먼트(Parliament) 같은 펑크 뮤지션들의 음악에 맞춰 추는 것이 일반적이다.


James Brown - Get Up Offa That Thing

Rick James - Give It to Me Baby

Parliament - Give Up the Funk

Wild Cherry - Play That Funky Music

Earth, Wind & Fire - Getaway


파핑 Popping

일렉트릭 부걸루스와 영화 <브레이킹 2>의 한 장면.

1970년대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춤으로, 팔과 다리, 가슴 등 신체의 근육에 힘을 줌으로써 '팡'(pop) 하고 튕기는 것 같은 느낌을 내는 동작이 주를 이룬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기본 특징이지만 만화나 영화의 스톱모션 기법에서 영감을 얻은 '애니메이션'(animation), 다리, 엉덩이, 어깨 등을 돌리며 위치를 이동하는 '부걸루'(boogaloo), 고대 이집트 그림에 착안한 기술로서 손과 팔, 손가락 등을 직각으로 빠르게 연결하는 '터팅'(tutting) 등 다양한 스타일로 나뉜다. 파핑은 <브레이킹>(Breakin'), <브레이킹 2>(Breakin' 2: Electric Boogaloo) 같은 댄스 영화를 통해 저변을 넓혔다.


한국에서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개념, 용어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가 부족했던 시절에 파핑은 '각기'라고 불렸다. 특히 터보의 김정남 덕분에 각기가 대유행을 이루기도 했다. 어감은 은근히 잘 맞지만 어떻게 생겨난 단어인지,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다. 2000년대 들어 파핑의 선구자인 댄싱 팀 일렉트릭 부걸루스(Electric Boogaloos)가 한국에 방문한 이후 파핑을 비롯해 스트리트 댄스의 여러 형식과 동작에 대한 역사와 올바른 명칭이 어느 정도 공유되기 시작했다.


파핑이 몸에 힘을 줘 뚝뚝 끊는 동작이 많다 보니 강한 비트의 펑크, 특히 일렉트로 펑크(electro funk), 조지 클린턴(George Clinton)의 피펑크(p-funk)와 깊은 연관을 맺었다. 토크박스 연주의 명인 로저 트라우트먼(Roger Troutman)이 이끈 잽(Zapp)의 'So Ruff, So Tuff', 'I Can Make You Dance'를 비롯해 카메오(Cameo)의 'Just Be Yourself', 조지 클린터의 'Atomic Dog' 등은 파핑과 꼭 붙어 다니는 노래들이다. 최근에는 덥스텝 같은 강한 일렉트로닉 장르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도 늘고 있다.


Zapp & Roger - So Ruff, So Tuff

Cameo - Just Be Yourself

George Clinton - Atomic Dog (feat. Coolio, Dogs of the World Unite Remix)

Gap Band - Early in the Morning

Herbie Hancock - Rockit


뉴 스타일 힙합 New Style Hip Hop

뉴 스타일 힙합의 붐을 이끈 엘리트 포스.

흔히 힙합 댄스는 비보잉, 로킹, 파핑, 크럼핑 등의 각종 스트리트 댄스를 통칭하는 포괄적 용어로 쓰이지만 1990년대 초반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춤을 의미하기도 한다. 엘리트 포스(Elite Force), 미스피츠(Misfitss) 같은 팀들은 이 시기에 나온 힙합 음악에 맞춰 유연함, 댄서 개인의 느낌을 강조한 춤을 선보였다. 댄서들은 이를 가리켜 '뉴욕 스타일 힙합'이라 불렀고, 이를 줄인 '뉴 스타일 힙합'이 이내 보편적인 용어로 쓰이게 됐다.


뉴 스타일 힙합은 2000년도를 전후해 '시 워크'(C-Walk), '할렘 셰이크'(Harlem Shake), '크럼핑'(krumping) 같은 춤이 인기를 얻으면서 빠르게 쇠락했다. 그러던 중 2005년 미국 댄스 오디션 프로그램 <유캔댄스>(So You Think You Can Dance)가 방송된 이후 서정미와 스토리에 중점을 두는 '리리컬 힙합'(lyrical hip hop)이 힙합 댄싱의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게 됐다. 태양의 '나만 바라봐', 박재범의 '별' 안무는 리리컬 힙합에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예다.


포괄적 명칭이 아닌 뉴 스타일 힙합을 칭할 때의 힙합은 미국 힙합의 황금기에 나온 묵직하고 때로는 느긋한 비트의 (특히 동부 힙합) 노래들과 가까운 관계를 맺는다.


Das EFX - Real Hip Hop

KRS-One - MCs Act Like They Don't Know

Mobb Deep - Shook Ones Part II

Wu-Tang Clan - Wu-Tang Clan Aint Nuthing Ta F' Wit

Rakim - Guess Who's Back


크럼핑 Krumping

크럼핑의 선구자 타이트 아이즈.

2000년대 들어 미국 로스앤젤레스 사우스 센트럴을 중심으로 탄생했으며, 팔과 다리 등을 역동적, 공격적으로 휘젓는 몸짓이 특징이다. 크럼핑의 선구자로 시저 타이트 아이즈 윌리스(Ceasare "Tight Eyez" Willis)와 조아티스 빅 미호 래티(Jo'Artis "Big Mijo" Ratti) 이 두 댄서가 꼽히지만 캘리포니아주의 댄서 토머스 토미 더 클라운 존슨(Thomas "Tommy the Clown" Johnson)이 1990년대 초반부터 선보인 '클라우닝'(clowning)을 기반에 두고 크럼핑이 탄생했다고 여겨진다.


클라우닝이 광대 복장을 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내는 데에 주력했던 반면, 크럼핑은 클라우닝의 동작을 바탕으로 마치 싸움을 하거나 분노를 표출하는 듯한 거친 기운을 덧입혔다. 클라우닝은 피에로 화장을 했지만 크럼핑은 기괴하고 약간은 무섭게 느껴지는 화장을 한다는 차이도 있다. 때문에 안무보다는 프리스타일, 배틀의 모습을 취할 때가 잦다.


힘 있는 동작이 많고 공격성을 품는 탓에 크럼핑 댄서들은 육중한 비트와 날카로운 전자음을 갖춘 음악을 선호한다. 미국의 프로덕션 팀 제이스쿼드(J-Squad)는 크럼핑에 어울리는 곡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Dizzie Rascal - Fix Up, Look Sharp

E-40 - Slummin'

Dot Rotten - Are You Not Entertained


하우스 댄스 House Dance

하우스 댄스의 대가 이조.

하우스 댄스는 하우스 음악의 발생, 확산과 흐름을 같이한다. 4분의 4박자로 반복되는 단순한 비트에 맞춰 리듬을 타면서 가볍게 발놀림을 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비보잉, 힙합 댄스, 브라질의 전통 무술 카포에이라 등과 결합하며 다채로운 스텝과 화려한 테크닉을 만들어 갔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 무렵 하우스 음악이 주류 음악 차트에 진출하고 이조(E-Joe), 브라이언 그린(Brian Green) 등 하우스 댄스를 전문으로 하는 뉴 스타일 힙합 댄서들이 늘어나면서 하우스 댄스의 저변이 더욱 확대됐다. 국내에서는 조PD가 '친구여'를 발표했을 때 백업 댄싱 팀의 안무로 하우스 댄스가 대대적으로 알려졌다.


Crystal Waters - Gypsy Woman

Modjo - Lady (Hear Me Tonight)

Daft Punk - Around the World

Monkey Safari - Those Dancing Days


2015-04-08 멜론 '다중음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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