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하나되어 2021', 듣는 게 고역인 리메이크

by 한동윤

1997년 불어닥친 외환위기로 힘든 시기를 겪던 국민들을 응원하는 취지로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1999년 유명 가수들을 섭외해 자선 싱글 '하나되어'를 취입했다. 이 음반의 수익은 결식 아동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나라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된 때에 연제협은 과거의 노래를 22년 만에 호출했다. 희망적인 가사가 지금 시국에 잘 맞고, 이 노래를 기억하는 사람도 많아서 90년대 가요를 조명하는 일이 잦은 요즘 상황에도 부합하는 리메이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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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심과는 별개로 가사와 멜로디가 괜찮아서 개인적으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약 한 달간의 기다림이 허무할 만큼 결과물은 좋지 않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드럼이 나오는 순간부터 맥이 쭉 빠진다. 이건 완전히 노래방 사운드인데? 톤에서 어떤 정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2차 충격은 박봄. 바이브레이션이 과하다. 게다가 원곡과 다른 음으로 부르기까지 하는데, 마지막 음을 떨어뜨리는 구성이라서 심연의 나락으로 빠지는 기분이 든다. ("다시 일어날 수 있어" → "다시 일어날 수 있↘소('th'+'ㅗ', 발음은 또 왜 이래?)) 힘내라고 만든 노래라면서 노래 듣다가 없던 우울증이 생길 것 같다. 실패한 프로듀싱이다. 박봄 님은 두 번 더 등장하는데, 그것들도 끔찍하다. "저 높이 떠오르는 태양을 봐. 우릴 또 다시 비춰 주잖아" 이 파트는 원곡의 김종서를 모창하는 정인을 모창하는 느낌이다.

[MV] NOW N NEW 2021(우리 하나되어 2021).mp4_20210518_160835.404.jpg

혼란스러운 후렴도 문제다.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린 하나 되어 이겼어" 이 원곡 가사가 리메이크에서는 "그토록 힘들었던 지난 시련도 우리 다시 한 번 모두 같이 하나 되어 이겼어"로 바뀌었다. 코로나 사태가 IMF 이후 맞닥뜨린 커다란 시련이라는 사실, 단결이라는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모두 같이"라는 말을 추가했을 것이다. 또한 리메이크이니 조금이라도 새로움을 나타내려고 변화를 줬을 듯하다. 그러나 코로나로 많은 이가 고통받고 있는 것은 모든 국민이 다 안다. 우리가 합심해야 한다는 기치는 이미 기존 가사에서도 충분히 나타나고 있다. 이걸 감안하지 않고 음절을 늘림으로써 노래가 이상해졌다. 또한 지루해졌다. 거의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 이런 걸 듣는 것만 같다.


캐스팅도 실패다. 단체 노래는 참여하는 가수의 인지도에 힘입어 많은 관심을 끌게 된다. 이것만 생각해 아이돌을 너무 많이 모았다. 문제는 요즘 아이돌의 창법이나 톤이 천편일률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함께하면 보컬의 다채로움도 있어야 하는데, 아이돌들이 부르는 파트는 거기서 거기다.


인내심을 키우기에 좋은 노래를 만들었다.

https://youtu.be/RWjfyX-uAdc

-참여 가수-

NCT의 도영, 레드벨벳의 슬기, 백지영 , 비투비의 서은광과 이창섭, 더보이즈의 현재, 브레이브걸스의 민영, 아스트로의 MJ, 김재환, 하성운, 10CM, 인순이, 옥주현, 박봄, 김태우, 황치열, 골든차일드의 와이(Y), 타이거JK, 비지, 위아이(WEi), 러블리즈의 베이비소울, 위키미키의 지수연, 로켓펀치의 수윤, 모모랜드의 제인, 주이, 아인, 드리핀의 차준호, 포레스텔라의 강형호(PITTA), 김조한, 레떼아모르, 드림캐쳐의 시연과 유현, 신촌타이거, 아이즈(IZ), 왁스, 이상민, 치타(CHEETAH), 다크비의 테오, 트라이비(T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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