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동안 음악인으로서 열정적이었다
화려한 30년이었다. 몇 편의 시트콤에 출연했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장기간 나오면서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기도 했다. 음악 레이블도 설립했으며, 다수의 노래 경연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거듭 활동 범위를 넓혔다. 이렇게 여러 영역을 분주하게 왕래하는 중에도 윤종신은 언제나 본업인 음악에 충실했다. 단 한 번도 창작에 태만하지 않았다. 이 점이 5월로 데뷔 30주년을 맞는 윤종신을 대단하게 보이게끔 한다.
대학 시절 교내 가요제에서 입상한 뒤 친구로부터 공일오비의 정석원을 소개받은 윤종신은 1990년 공일오비의 1집에 객원 가수로 참가해 음악 팬들에게 존재를 알린다. 그가 부른 타이틀곡 '텅 빈 거리에서'가 큰 인기를 얻어 공일오비는 물론 윤종신도 단숨에 높은 인지도를 획득했다. 이를 계기로 1991년 본인의 이름을 내건 데뷔 앨범을 냈다. 1집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했으나 이후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부디', '환생' 등이 많은 사랑을 받음으로써 발라드의 스타가 됐다.
윤종신은 1집 타이틀곡 '처음 만날 때처럼'을 비롯해 앨범마다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들을 실어 왔다. 애석하게도 초반에는 정석원이 선율을 짓고 박주연이 가사를 붙인 노래들의 인기가 더 좋았다. 하지만 4집의 '부디'와 '내 사랑 못난이'가 히트함에 따라 작사, 작곡에 자신감이 들 수 있었다. 또한 4집부터 단독으로, 혹은 유희열이나 하림, 정석원과 짝을 이뤄 앨범 프로듀서로 나섰다. 준비된 싱어송라이터 윤종신은 데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작품을 직접 연출하는 감독으로 성장했다.
윤종신을 규정하는 대표 키워드는 단연 '발라드 가수'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발라드에만 상주하지 않았다. 동료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통해 댄스 팝('내 사랑 못난이'), 뉴 잭 스윙('갓 블레스 유'), 두왑('환생'), 펑크와 디스코를 가미한 록('고속도로 로맨스'), 일렉트로니카('오늘의 날씨'), 칠아웃('런치 메뉴') 등 다른 스타일도 계속해서 선보여 왔다. 이 덕분에 음반들은 다양함과 재미를 갖추게 됐다.
윤종신의 음악은 2010년 3월 개시된 '월간 윤종신' 시리즈로 더욱 다채로워진다. 디지털 싱글의 보편화에 발맞춰 시작한 매달 한 곡 발표하기 프로젝트는 정규 음반에서 때때로 요구되는 통일성, 스토리의 유기적 연결로부터 자유로웠다. 이 점을 십분 활용해 윤종신은 지난 10년의 디스코그래피를 장르와 정서에 구애되지 않는 편한 실험장으로 꾸몄다. 게다가 현재까지 단 한 번의 결석 없이 이 사업을 진행해 성실함도 증명했다. 윤종신을 따라 많은 가수가 같은 식으로 음원을 내는 일에 착수했으나 윤종신처럼 꾸준한 경우는 극소수였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겨냥한 아이돌 그룹이 득세하는 가요계에서 오래된 가수가 살아남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윤종신은 30년 긴 세월을 악전고투하며 버텨온 게 아니라 힘차게 행진했으며, 시원하게 활보했다. 생존이 가능했던 데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덕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이가 공감하는 가사를 쓰고, 까다롭지 않은 멜로디를 뽑는 능력을 지녔기에 굳건한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여기에 부지런함도 겸비했다. 롱런하는 비결이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