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삶을 담은 새로운 국악

모던판소리공작소 촘촘 [도시유람]

by 한동윤

최근 몇 년 사이 국악이 젊은 음악 팬들에게 깊게 파고들었다. 민요 록 밴드 씽씽과 판소리에 팝을 접목한 이날치가 그 대열의 선두에 위치했다. 씽씽은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콘서트에 출연한 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해졌고, 이날치는 한국관광공사가 제작한 한국 홍보 동영상을 통해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이날치의 노래들이 여러 광고 배경음악으로 쓰여서 많은 이가 판소리를 일상에서 접했다.


그렇다고 국악이 주류 장르로 올라선 것은 아니다. 상황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국악 음반은 꾸준히 출시되지만 대대적으로 주목받는 작품은 거의 없다. 씽씽이나 이날치, 이날치와 마찬가지로 씽씽에서 세포분열을 한 오방신과, 추다혜차지스 같이 '힙'한 그룹들 정도만 젊은 음악 팬들의 레이더에 잡힌다. 애석하게도 국악은 여전히 비주류의 제일 구석진 자리에 박혀 있다.

도시유람 앨범.jpg

6월 데뷔한 혼성 그룹 모던판소리공작소 촘촘도 당분간은 현재 국악의 처지와 비슷할 것이라 예상한다. 씽씽처럼 노래를 부르는 이가 과장된 분장을 해서 튀는 것도 아니고, 이날치처럼 경쾌함을 배가하는 댄싱 팀을 대동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 정규 앨범 [도시유람]에는 템포가 빠르거나 현란한 노래도 없다. 다수에게 시각적, 청각적으로 심심하게 비칠 공산이 크다.


짜릿함을 전하는 노래만 없을 뿐 [도시유람]에는 촘촘만의 멋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으뜸가는 장점은 보편성이다. 작가 경민선이 지은 노랫말은 모두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일반적인 일들을 다룬다. '니나노 드라이버'는 처음 장만한 자동차와 초보운전에 비유해 막 사랑에 빠져 흥분되는 상태를 그리며, '아침구미호'는 핫팩, 찻잔으로라도 변신해서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얘기하고, '촘촘의 맛'은 할머니의 손맛이 깃든 나물로 채워진 밥상을 그리워한다. 누구나 공감할 내용이다. 또한 가사는 민요와 옛날 표현을 활용해 고전적인 느낌을 살리면서도 '편의점', '아메리카노', '남산타워', '2호선' 등의 단어로 현대의 풍경과 정서도 구현하고 있다.

106984776_992453691158055_2321280447323297592_n.jpg

시사성을 띠는 것도 매력이라 할 만하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담은 '뽕카페', 아파트를 매개로 부동산 문제를 넌지시 언급하는 '우리불로초', 거짓말을 일삼는 고위 관료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세상을 뒤집어엎는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지경다지기'가 그에 해당된다. 국악 퓨전 영역에서는 사회 현상이나 이슈를 소재로 하는 경우가 희소하기에 촘촘의 이런 노래들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201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시티 팝이 유행하고 있다. 1970년대 후반에 출현해 1980년대에 큰 인기를 누린 장르로, 도회의 풍경, 도시에서의 낭만적인 삶을 주되게 표출한다. 시티 팝과 음악적 결은 다르지만 [도시유람]도 도심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정경과 도시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훑는다. 이러한 이유로 촘촘의 1집은 민요를 바탕에 둔 한국적인 시티 팝이라고 할 만하다. 평범한 시민들의 희로애락이 [도시유람]에 줄지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ggbKn5XuJk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첫 앨범을 내는 전설의 프로듀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