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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Sep 01. 2022

21년 만에 돌아온 강변가요제

신인 가수의 등용문 MBC <강변가요제>가 돌아왔다. 무려 21년 만의 부활이다. 긴 공백을 불식하려는 듯 <강변가요제 뉴챌린지>라고 새롭게 명명한 이번 행사에는 1,200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7월 두 차례의 비대면 심사를 거쳐 총 스무 팀이 선발됐으며, 이 중 열두 팀이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은 9월 3일 강원도 원주시 간현유원지에서 치러진다.


1, 2차 예선을 통과한 스무 팀의 노래는 정식 음원으로 나왔다. 이런 경연에서 앨범을 발표하면 으레 참가자들의 창작곡으로 구성한다. 하지만 8월 20일 출시된 <2022 강변가요제 뉴챌린지 TOP20 리메이크> 앨범은 제목이 일러 주는 바와 같이 리메이크로 꾸며졌다. 3차 예선에서 역대 수상 작품을 재해석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스무 팀의 뮤지션은 각자의 음악 스타일에 따라 원곡을 신선하게 가공했다. 스칼렛킴 밴드는 '젊음의 노트'를 록스테디의 요소가 가미된 하드록으로 변환했고, 크랙베리는 노래 곳곳에 고수들이 하는 추임새를 입혀 '흥보가 기가 막혀'를 한국의 전통적인 색이 깃든 얼터너티브 메탈로 나타냈다. 포크 형식으로 진행하다가 중반부터 팝 록으로 전환해 경쾌함을 발산하는 최혜령의 'J에게', 레게 리듬으로 여유로운 느낌을 내보이는 한 가의 '한여름 밤의 꿈', 발라드와 온화한 팝이 공존하는 담담의 '담다디' 등 앨범에는 흥미로운 풀이가 즐비하다.


리메이크로 앨범을 출시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다. MBC가 공략해야 할 핵심 고객은 10대, 20대다. 애석하게도 이들 대부분은 <강변가요제>를 전혀 알지 못하며 관심조차 없다. 하지만 4막 5장(이선희)의 'J에게', 박선주의 '귀로', 육각수의 '흥보가 기가 막혀' 같은 노래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종종 나와서 젊은 세대에게도 조금은 익숙할 듯하다. 덕분에 앨범은 미약하나마 익숙함을 띠게 됐다.


1979년 MBC FM <강변축제>로 시작된 <강변가요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J에게', 박미경의 '민들레 홀씨 되어', 유미리의 '젊음의 노트', 이상은의 '담다디', 이상우의 '슬픈 그림 같은 사랑' 등의 히트곡을 배출하며 우리나라의 대표 창작 가요제로 자리 잡았다. 몇몇 참가자는 <강변가요제>에서 부른 노래로 큰 인기를 얻었으니 <강변가요제>는 스타의 산실이기도 했다.

섭섭한 일이지만 달도 차면 기울기 마련이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댄스 가수가 폭증하면서 가요계에는 볼거리가 늘어났다. 노래들의 내실도 그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좋아졌다. 이제 아마추어 가수들은 대중의 눈에 차지 않았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 들어 아이돌 그룹이 쏟아지면서 가요제의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됐다. 기획사에서 발굴, 육성한 인물을 가수로 내보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결국 <강변가요제>는 2001년 22회를 끝으로 폐지를 선언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넘쳐 나긴 해도 모든 이에게 출연의 기회가 가는 것은 아니다. 신인이나 가수 지망생들은 자신과 노래를 알릴 무대가 항상 절실하다. 기나긴 동면 끝에 엔진을 켠 <강변가요제>가 그들의 갈급을 지속적으로 해소해 주는 창구가 되길 희망한다.


2022.09.05ㅣ주간경향 14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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