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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Jan 27. 2020

네티즌들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

노래 덕을 제대로 본 팝 스타 릭 애슬리

팝송을 좋아했던 40대 중반 이상의 중년이라면 영국 가수 릭 애슬리(Rick Astley)의 'Never Gonna Give You Up'을 많이들 들어 봤을 듯하다. 1987년 출시된 데뷔 앨범 리드 싱글로 영국과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며 큰 인기를 얻었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Together Forever'도 빌보드 싱글 차트 1위를 기록해 릭 애슬리는 데뷔하자마자 스타가 됐다.


릭은 1985년 FBI라는 솔뮤직 밴드의 드러머로 활동 중이었다. 하지만 FBI의 리드 싱어가 밴드를 탈퇴하면서 릭이 대신 보컬을 맡게 된다. 술집과 클럽에서 공연을 하던 FBI는 지역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진 상태였다. 어느 날 작곡가 겸 프로듀서 피트 워터맨(Pete Waterman)이 FBI의 공연을 보게 됐고, 피트 워터맨은 릭을 자신의 스튜디오 조수로 스카우트했다.


세션 연주자가 아닌 차 시중이나 드는 심부름꾼에 불과했지만 피트 워터맨이 유명 작곡, 프로듀싱 팀 스톡 에이트켄 워터맨(Mike Stock, Matt Aitken, and Pete Waterman: SAW)의 일원이었기에 뭔가 얻을 게 있다고 생각해서 제안을 받아들인 게 아닌가 싶다. 릭은 이곳에서 음반 제작 과정을 배우면서 자신의 기량을 닦았다.

다행히 기회는 일찍 찾아왔다. 릭은 1986년부터 SAW 팀의 지원을 받아 앨범을 제작했다. 데뷔 앨범에 이어 1988년에 낸 2집도 그럭저럭 성공했다. SAW 팀과 결별하고 자신이 프로듀서로 참여한 3집과 4집에서도 'Cry for Help', 'Hopelessly' 같은 히트곡이 나오긴 했지만 전반적인 성적은 1, 2집보다 훨씬 떨어졌다.


1994년 릭은 개인과 가족의 삶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은퇴한다. 2001년 가수로 복귀해 현재까지 넉 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지만 히트곡은 단 하나도 배출하지 못했다. 2016년에 낸 앨범 [50]은 영국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하긴 했다.


컴백 이후 출시한 노래들 중 영국 싱글 차트 100위 안에 든 것은 'Lights Out'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릭은 2005년 '릭롤링'(Rickrolling)이라는 인터넷 밈으로 젊은 세대에게 널리 알려졌다.


같은 해 미국 시트콤 <필라델피아는 언제나 맑음>(It's Always Sunny in Philadelphia)의 한 에피소드에서 'Never Gonna Give You Up'이 중요하게 쓰인 이후 네티즌들에 의해 낚시 영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이용자가 무언가를 검색해서 링크를 클릭하면 찾고자 하는 정보나 내용이 아닌 릭의 저 노래 뮤직비디오가 나오는 것. 옛날 소리바다에서 어떤 음악을 다운받으면 중간부터 강일의 '러닝맨'이 나오던 것이 생각난다. ("야 이놈의 자식들아! 이젠 제발 잠에서 좀 깨라!" 진짜 잠이 깨는 돌발 출현.)

2010년 영국 기술 뉴스 웹사이트 레지스터(The Register)는 유튜브에 등록된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3,900만 이상이었음에도 릭이 받은 로열티는 12달러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릭이 작사나 작곡에 참여하지 않고 노래만 불렀기 때문에 수익이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릭은 2016년 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들어온 인세가 저것보다 더 적지는 않았을 듯하다.


주저리주저리 서론이 길었다. 갑자기 이 포스팅을 쓰게 된 건 오늘 본 후배의 카톡 프로필 사진 때문이다.

이 사진이었는데 <릭 애슬리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제목에다 밑에 보기가 있는 저런 그림은 처음 봤다. 아래 보기는 다 'Never Gonna Give You Up'의 가사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티셔츠, 쿠션, 텀블러, 핸드폰 케이스 등 다양한 관련 굿즈가 제작돼 있더라.

릭 애슬리 팬들은 저것들은 다 구비해서 쓸까? 만약 릭이 지금 아이돌 스타라면 저것들도 엄청나게 팔렸을 테다.


더 웃긴 것은 "당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울리지 않습니다", "당신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이별을 고하지 않습니다", "배반하지 않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저버리지 않습니다", "당신에게 상처를 주지 않습니다" 이런 가사 때문에 릭을 대통령으로 뽑자는 장난스러운 캠페인 상품도 제작되고 있다는 것. 진짜 저런 믿음직한 인물이 대통령으로 출마하면 어마어마한 지지를 받겠다.


사진 하나 덕에 릭 애슬리가 밈 이후로도 여전히 네티즌 사이에서 '짤'로 인기를 끌고 있음을 알게 됐다. 오랜만에 노래도 듣고. 난 도입부를 들으면 마돈나(Madonna)의 'Holiday'가 생각나더라. 현재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에서 6억 4천 4백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거 본인 계정이니까 돈 엄청 벌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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