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는 사운드트랙이 좋은
디제잉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케이블 채널 엠넷은 올해 9월부터 6주 동안 언더그라운드의 유명 디제이들이 경합을 벌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헤드라이너>를 방영했다. 비슷한 시기 SBS MTV는 서인영, 소녀시대의 효연, 엠블랙의 미르 등 인기 가수들이 디제이로 데뷔하는 프로젝트 <매시업>을 편성했다. 이 외에 다수의 매체가 디제잉에 대해 알려 주거나 디제이를 소개하는 기사, 코너를 종종 내보내곤 한다. 일련의 현상은 모두 일렉트로닉 댄스음악(electronic dance music, EDM)에 귀착한다. 방송에 출연하고 지면에 소개되는 디제이들은 모두 이 음악에 전문성을 띤다. 힙합을 틀던 클럽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죄다 전자음을 내뿜는 클럽으로 변모했다. 디제잉에 대한 높아진 인기는 EDM에 대한 관심과 같다.
EDM 붐은 당연히 서구에서부터 넘어왔다. 댄스음악 강국으로 통하는 영국의 싱글 차트를 보면 40위 안에 댄스곡이 과반을 점유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서도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제드(Zedd), 디제이 스네이크(DJ Snake) 같은 디제이들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현재 유럽과 북미에서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은 주류의 인기 장르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영국 차트에서는 주로 딥 하우스, 빌보드 차트에서는 일렉트로 하우스, 이렇게 히트하는 장르가 다르게 나타나는 사실은 저마다 특별한 매력을 어필하는 하위 장르들을 통해 EDM의 세가 더욱 확장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외국도 EDM이 대세다.
맥스 조지프 감독의 영화 <위 아 유어 프렌즈>(We Are Your Friends)는 이 유행을 증명하는 본보기다.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 얼마나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왔으면 영화까지 제작되겠는가, 단순히 생각해도 배경은 충분히 헤아려진다. 이야기는 스물세 살의 평범한 청년 콜 카터(잭 에프런 분)의 이상으로 시작한다. 밤에는 일렉트로닉 디제이로 생활하는 콜은 일류 프로듀서를 꿈꾸며 선배 디제이 제임스 리드(웨스 벤틀리 분)를 스승으로 모신다. 하지만 콜은 제임스의 여자 친구 소피(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분)에게 반하게 되고, 그녀와 관계가 깊어짐에 따라 제임스와 갈등을 겪게 된다. 과연 콜은 복잡한 사이를 해결하고 일류 음반 프로듀서가 될 수 있을까? 결과는 물론 영화에 있다.
<위 아 유어 프렌즈>는 맥스 조지프의 상업영화,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2008년 영화판에 입문해 다큐멘터리와 단편영화를 찍어 오다 주류에 처음 진출하는 것이기에 매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콜을 연기한 잭 에프런은 2002년 미국 드라마 <파이어플라이>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연기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하이 스쿨 뮤지컬> 시리즈, <헤어스프레이>, <세인트 클라우드> 등의 영화에서 호연을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뮤지컬 영화를 통해 음악적 재능을 드러내긴 했어도 디제잉은 처음. 그는 촬영을 준비하며 스웨덴의 톱클래스 디제이 알레소(Alesso)에게 디제잉을 배웠다. 덕분에 관객은 영화에서 연기 이상의 자연스러운 플레잉을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이야기와 주인공의 직업이 디제이로 모아지는 만큼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이 사운드트랙을 채운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쾌함을 품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무척 호화로운 참여 명단을 자랑한다. EDM 전문지 디제이 맥(DJ Mag)의 '2014 최고의 디제이 100인' 리스트에서 19위에 호명된 미국 디제이 데오로(Deorro)를 비롯해, BBC의 유망주 선정 투표 'Sound of 2015'에서 1위에 뽑힌 영국 트리오 이어스 앤드 이어스(Years & Years), 다수의 대형 음악 페스티벌에서 헤드라이너를 장식하며 주가 상승 중인 호주의 프로듀서 윌 스파크스(Will Sparks), R&B, 앰비언트 등을 혼합한 묘한 분위기의 일렉트로니카로 평단의 호평을 얻어 낸 영국 혼성 듀오 알루나조지(AlunaGeorge) 등 쟁쟁한 뮤지션들로 그득하다.
데오로의 'I Can Be Somebody'부터 앨범은 원기를 분출한다. 버스(verse)에는 록 느낌으로 나아가다가 후렴에서 본격적으로 일렉트로닉으로 바뀌는 반주, 얼터너티브 팝 가수 에린 매칼리(Erin McCarley)의 허스키한 음성이 활력을 자아낸다. 2014년 영국 싱글 차트 22위를 기록한 이어스 앤드 이어스의 'Desire'는 리믹스 가공을 통해 힘을 갖췄고, 올해 3월에 출시된 오스트레일리아 디제이 훅 앤 슬링(Hook N Sling)의 'Break Yourself'는 파 이스트 무브먼트(Far East Movement)와 푸샤 티(Pusha T)의 래핑을 실어 역동적인 멋을 과시한다. 중독성 강한 전자음, 릴 존(Lil Jon) 특유의 샤우팅과 애드리브가 클럽에 있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는 'BlackOut', 보컬 샘플로 만든 아기자기한 루프와 타이트한 래핑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Ah Yeah So What (WAYF Edit)'도 쌩쌩함에 참여한다.
주의를 끄는 것은 후반에도 변함없다. 'You Know You Like It (Tchami Remix)'는 90년대에 많이 쓰였던 음색의 신시사이저 루프와 옹골진 리듬으로 생동감을 띠며, 'Define'은 건반과 소울풀한 보컬을 앞세워 서정미를 표한다. 뚜렷한 기승전결로 주인공이 겪는 일화를 암시하는 듯한 'Cole’s Memories (Original Mix)', 낭랑한 전자음이 야릇함을 더하는 스웨덴 소울 싱어송라이터 세이나보 세이(Seinabo Sey)의 'Younger (Kygo Remix)', 힙합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적재한 'The Drop (VIP Mix)' 등은 이전 곡들과는 사뭇 다른 스타일로 다채로움을 보완해 준다. 영화에 제목을 제공해 줬으며 공식 예고편에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프랑스 일렉트로닉 듀오 저스티스(Justice)와 영국 록 밴드 시미안(Simian)의 2006년 합작품 'We Are Your Friends'도 전자음악과 록의 퓨전으로 귀를 사로잡는다.
영화 덕분에 근사한 곡들을 한자리에서 만난다. 각국 댄스음악 차트와 클럽에서 사랑을 받았던 작품들을 쉽게 감상하게 되니 기쁨이 크지 않을 수 없다. 힙합, 소울, 팝 보컬리스트들의 협업까지 골고루 선별해 다양성도 커버한다. 이로써 <위 아 유어 프렌즈>의 사운드트랙은 이런저런 스타일과 동향을 파악하는 컴필레이션으로서도 높은 가치를 띤다. 콜과 그의 친구들은 성적에 목매는 학교생활, 학자금 대출, 고용 불안정 등 또래 젊은이들이 겪는 문제들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디제잉을 선택한다. 따라서 디제잉, 일렉트로닉 댄스음악은 정신적으로 압박받는 청춘들이 마음 놓고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사운드트랙은 흥을 책임지는 동시에 영화의 주장에 힘을 싣는 역할을 할 것이다.
201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