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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동윤 Mar 16. 2020

파격 분장을 한 영화 속 가수들

연기를 위해서라면!

1992년 개봉한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Aladdin)을 실사화한 동명 영화의 새 트레일러가 얼마 전 공개됐다. 이번 예고 영상에서 램프의 요정 지니 역을 맡은 윌 스미스(Will Smith)의 모습이 드디어 드러났다. 윌 스미스로서는 새로운 시도였으나 많은 영화팬이 별로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리지널 지니를 돌려 달라.", "영화를 보지 않겠다.", "악몽에 나올 것 같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다. 그래도 윌 스미스가 워낙 연기를 맛깔스럽게 하니 5월에 영화가 개봉하면 재미있게 보는 관객도 많을 것이다.

블루맨 그룹 아닙니다.

분장은 촬영을 위한 필수 활동이다. 초췌한 얼굴, 나이 든 모습, 몸에 난 상처 등 분장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상태를 부각해 준다. 때로는 현실 세계에 없는 캐릭터를 만들 목적으로 과하게 행해진다. 후자의 경우 너무 우스꽝스럽거나 인물의 특색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 놀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알라딘>의 윌 스미스를 보니 영화를 통해 특별하게 변신했던 뮤지션들이 떠오른다.


조커는 그분을 능가할 수 없어

클로렐라로 건강하게 염색한 듯하다.

연기 경력 사반세기를 넘긴 자레드 레토(Jared Leto)는 특급 배우는 아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공백 없이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고 있지만 그의 얼굴과 이름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상업성이 낮은 작품을 주로 선택해 와서 빅 스타가 될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2013년 개봉한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에서 탄탄한 연기를 선보인 덕에 여러 영화제에서 '남우조연상'을 휩쓸다시피 했으나 인지도 급상승의 행운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나마 많이 알려진 작품은 <수어사이드 스쿼드>(Suicide Squad)였다. DC 코믹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슈퍼히어로 영화라서 액션을 좋아하는 젊은 관객, 만화 애호가들에게도 자신을 선전할 기회를 잡았다. <어벤져스>(Avengers) 시리즈에 필적하는 다수 슈퍼히어로의 집결로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평상시 자레드 레토와 그가 이끄는 밴드.

문제는 배역이었다. 자레드 레토는 조커를 연기했다. 이미 영화팬들의 기억에는 <다크 나이트>(The Dark Knight)에서 조커로 빙의하다시피 한 히스 레저(Heath Ledger)가 깊이 각인돼 있다. 때문에 짧은 분량 안에 조커의 광기 어린 모습을 나름대로 잘 보여 줬지만 자레드 레토는 새로운 틈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영화가 상업적으로는 잘됐으나 엄청난 혹평을 들어야 했던 터라 자레드 레토한테는 '잘해도 파투'였다.


자레드 레토는 2002년 록 밴드 서티 세컨즈 투 마스(Thirty Seconds to Mars)로 음반을 발표하며 뮤지션의 길도 함께 걷는다. 비록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른 노래는 없지만 프로그레시브 메탈, 얼터너티브 록, 일렉트로닉 록 등 다양한 스타일을 알차게 소화해 록 애호가들로부터 진국임을 인정받고 있다. 2009년 3집 [This Is War]를 발표하고 이듬해 2월부터 시작한 프로모션 월드 투어 <Into the Wild Tour>는 300회 넘게 이어져 '록 밴드 중 가장 긴 투어 공연'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빌런보다 더 강렬했던 분장

일렉트로일 때가 그나마 나아 보인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연예계의 문을 두드린 제이미 폭스(Jamie Foxx)는 선한 역할과 악역,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구축했다. 애니메이션 외에는 평범한 인간을 연기해 오던 그는 2014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The Amazing Spider-Man 2)에서 허구의 악당 일렉트로로 분하며 일탈의 기록을 썼다. 전기 엔지니어인 맥스웰 딜런이 이종교배 실험실의 설비를 점검하던 중 전기뱀장어가 가득한 수조에 빠지며 전기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일렉트로로 변한다는 설정이었다.


푸른빛이 도는 일렉트로뿐만 아니라 초능력을 지니기 전 일반인의 모습도 제이미 폭스로서는 변신이었다. 맥스웰 딜런은 어리바리한 왕따였다. 소심한 성격과 잘나지 못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제이미 폭스는 헝클어진 머리로 탈모 부분을 가리는 분장을 했다. 치아가 돌출돼 보이게끔 하려고 틀니도 꼈다. 탈모나 고르지 못한 치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고충을 겪은 이들에게는 안쓰럽게 느껴질 모습이었다.

실제는 이렇게 번듯하다.

필모그래피에 비하면 현저히 적은 양이지만 제이미 폭스는 1994년부터 2015년까지 다섯 장의 정규 음반을 낸 중견 가수다. 데뷔 앨범은 빛을 못 봤지만 카녜이 웨스트(Kanye West)와 각각 2003년과 2005년에 함께한 'Slow Jamz', 'Gold Digger'가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르면서 다시금 보컬리스트로서 돋보이기 시작했다. 이 예열 과정 덕에 2005년 출시한 2집부터 'Unpredictable', 'Blame It', 'Winner' 등의 히트곡을 갖게 됐다.


우리, 바다의 악당처럼 보이나요?

키스 리처즈는 영화에서도 기타를 잡았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망망대해를 떠돌며 먹잇감을 노리는 악랄한 해적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너저분한 외모를 갖출 수밖에 없다. <캐리비안의 해적>(Pirates of the Caribbean) 시리즈 중 <세상의 끝에서>(At World's End)와 <낯선 조류>(On Stranger Tides)에 출연했던 키스 리처즈(Keith Richards), <죽은 자는 말이 없다>(Dead Men Tell No Tales)에 잠깐 나왔던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가 그랬다. 둘은 까칠한 피부에 투박한 드레드록 헤어스타일로 짠 냄새를 물씬 풍겼다.

폴 매카트니. 딱히 임팩트 있는 배역은 아니었다.

폴 매카트니와 키스 리처즈는 각각 비틀스(The Beatles)와 롤링 스톤스(The Rolling Stones)로 활동하면서 록 음악의 성장과 확산을 이끌었다. 같은 시대에 활동한 이유로 매체나 음악팬들에 의해 두 밴드가 종종 비교되곤 했지만 멤버들은 라이벌로 생각하지 않았다. 롤링 스톤스는 1963년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John Lennon)이 작곡한 'I Wanna Be Your Man'을 받아 취입하기도 했다. 비틀스는 1967년 싱글 'All You Need Is Love'에 키스 리처즈를 백그라운드 보컬로 초대했다. 2000년대 중반 무렵에 폴 매카트니와 키스 리처즈가 함께 쓴 곡도 있다고 한다. 많은 팬이 그 노래를 언젠가 들을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시련이지 실패는 아니야

아니다. 이건 누가 봐도 실패다.

위대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에게도 '흑역사'가 존재한다. 배우 직함을 처음 단 1978년 영화 <마법사>(The Wiz)는 아동문학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를 바탕으로 해서 많은 이가 친숙하게 여길 만했다. 그의 높은 인기 또한 관객을 대거 끌어당길 힘이었다. 도러시를 연기한 다이애나 로스(Diana Ross)도 대형 스타였으니 영화는 성공할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여러 강점을 지녔음에도 영화는 예산에 한참 못 미치는 수익을 기록하며 제대로 고배를 마셨다. 허수아비 역을 맡은 마이클 잭슨은 많은 장면에서 웃음을 짓지만 영화의 성적을 생각하면 몹시 딱하게 느껴진다.

팝의 황제는 역시 무대에 섰을 때가 가장 멋지다.

시련은 잠깐이었다. 마이클 잭슨은 <마법사>의 사운드트랙 편곡을 담당했던 퀸시 존스(Quincy Jones)와 인연을 맺어 그와 함께 다음 앨범을 제작한다. 1979년에 발표한 [Off the Wall]부터 대중성과 작품성을 겸비한 앨범들을 선보임으로써 솔로 2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번 참으니 대운이 찾아왔다. 김성모 만화가의 <대털> 속 명대사처럼 추진력을 위해 무릎을 꿇어 준 것이랄까.


뚜껑은 열어 봐야 아는 법

푸른 지니뿐만 아니라 사람으로 변한 모습도 있어서 다행이다.

대중은 1992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속 지니의 모습에 익숙하다. 텔레비전을 통한 <알라딘>의 재방송, 캐릭터 상품 등으로 많은 사람이 지금까지 그 지니만 만나 왔다. 아무리 요즘 컴퓨터그래픽, 분장 기술이 좋아져서 애니메이션의 지니를 충실하게 구현한다고 해도 사람이 연기하는 지니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영 낯설지만 영화 전체를 마주하면 잘 녹아들어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재지 제프와 깨방정 떨전 시절의 윌 스미스와 현재.

지난해 니키 잼(Nicky Jam), 에라 이스트레피(Era Istrefi)와 함께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의 주제곡 'Live It Up'을 불러 윌 스미스를 랩도 하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이가 많을 듯하다. 새천년 들어 음악 활동을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으나 윌 스미스는 1980년대 중반부터 디제이 재지 제프 앤드 더 프레시 프린스(DJ Jazzy Jeff & the Fresh Prince)라는 힙합 팀으로 음반을 발표해 왔다. 그룹은 그래미 어워드도 두 번 수상했다. 1997년에 선보인 솔로 1집 [Big Willie Style]은 전 세계에서 1천만 장 이상 팔리며 팝 랩 분야에서 신기록을 세웠다.


그나저나 이번 라이브액션 버전에서는 어떤 가수가 사운드트랙에 참여할지 궁금하다. 알라딘과 재스민 공주가 마법의 양탄자를 타고 하늘을 날 때 흐르는 사랑의 테마곡 'A Whole New World'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주제곡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미국 R&B 가수 피보 브라이슨(Peabo Bryson)과 레지나 벨(Regina Belle)이 부른 싱글 버전은 디즈니 주제곡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당시 14주 연속으로 1위를 지키던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의 'I Will Always Love You'를 밀어내는 또 하나의 중대한 업적도 달성했다. 멋진 하모니를 재현할 가수는 누가 될까?


2019-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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