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운영하던 아버지가 아들에게 거는 기대는 컸다. 이름난 굴지의 기업은 아닐지라도 당신이 공들여 이룬 터전을 자식이 이어 가 주길 바랐다. 아버지는 아들이 경영에 관해 깊이 공부할 수 있도록 유학까지 보냈다.
아들의 꿈은 아버지와 달랐다. 아들은 음악가가 되고 싶었다. 그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 뒤 음대에 들어갔다. 부모님은 극구 말렸지만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들이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다. 수년 동안 1학년에만 머물다가 결국에는 중퇴했다.
그래도 음악적 재능은 확실히 뛰어났다. 그는 2001년 본인이 작사, 작곡한 노래 스무 편을 담은 앨범을 발표하며 가수로 데뷔했다. 무대도 유별났다. 몸집은 퉁퉁한데 날렵하게 춤을 춰서 많은 이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싸이'라는 예명을 달고 나온 골칫거리 아들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됐다.
이후로도 성공을 누렸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가수가 된 것이 여전히 탐탁지 않았다. 후계자로 점찍은 아들에게 미련이 남은 탓이었다. 하지만 냉담했던 아버지는 싸이가 노랫말을 지은 '아버지'를 듣고 아들의 선택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싸이는 대학교 축제 공연에 가는 길에 '아버지'의 가사를 썼다. 비가 세차게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하필 차까지 고장이 났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가뜩이나 피곤한 상태에서 궂은 날씨와 갑자기 맞닥뜨린 불행은 몸과 마음을 더 지치게 했다. 그때 싸이는 식구들을 건사하기 위해 힘들게 돈을 버셨을 아버지를 떠올렸다.
싸이는 '아버지'에서 아이들이 잘 크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고단해도 열심히 일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렸다. 후렴에는 오랜 세월 아버지가 겪은 어려움을 비로소 이해하고 사랑을 표하는 자녀들의 마음을 담았다.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더 이상 쓸쓸해하지 마요. 이제 나와 같이 가요." 싸이의 아버지는 노래를 듣고 아들이 당신을 많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싸이가 공연에서 '아버지'를 부를 때면 객석은 이내 눈물바다를 이룬다. 부모님의 헌신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많은 자녀가 이 노래를 통해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