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팀장의 찐 리더 되는 법
세상은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회사도 고유의 시스템을 갖는다. 회사원은 이 시스템의 일부다. 그들의 회사 생활은 쳇바퀴 속 다람쥐와 같다. 앞만 보고 달리면 된다. 잘 짜인 틀에 맞춰 일만 하면 되게끔 만들어진 곳이 회사다.
회사가 커질수록 시스템은 복잡해진다.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면 점점 더 완벽한 미로가 된다. 신수정의 [일의 격]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왔을 때는 말도 안 되는 비효율이 눈에 보였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적응하게 되고 대리나 과장쯤 되면 매우 자연스러워집니다. 왜 인가요? 비효율이 숙달화 되었거든요. 그리고 숙달되면 자기가 신입사원보다 잘하게 되고 이미 기득권이 된 겁니다. 그러나 그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고쳐지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니 원대한 뜻을 품고 입사한 유능한 젊은 직원들이 단순노동에 치이면서 부품화 됩니다.
-비효율의 숙달화-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다 보면 그것이 습관이 된다. 이 상황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선임이 되고 그들은 그걸 고치지 않는다. 그것이 그들의 살아남는 무기가 된다. 신입은 또다시 그 비효율을 겪는다. 악순환이다. 조직이 방대해지고 일이 많아질수록 비효율은 비효율을 낳는다.
회사원에겐 이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어진 일을 하기에도 바빠서 정신이 없다.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하다. 때론 불만이 쌓이더라도 술 한잔 기울이며 넋두리를 하면 풀리기도 한다. 한 달에 한 번 마약같이 달콤한 월급날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회사에 충성을 다짐한다. 혹여나 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사람이 있을지라도 쉽게 단념하고 만다. 자칫 상사에게 불만 많은 사람으로 비칠 수 있고 안 그래도 바쁜데 일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게 무언가 바꿀 권한이 없다는 무거운 현실을 받아 드린 결과이기도 하다. 만약에 불만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이면? 사직서를 내밀면 끝날 일이다.
리더는 시스템이 효율적으로 되도록 끝없이 개선할 책임이 있다. 특히, 반복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과 리드타임이 긴 일들은 다시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그중에 가장 일을 그르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문제들을 중점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눈에 보이는 문제에만 집중하지 말길 바란다. ‘생존자 편향 (Survivorship Bias)’의 오류에 빠지면 안 된다. 즉, 일부의 데이터만 보고 잘못된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실무적으로 불필요한 호기심을 가지고 팀원을 괴롭힐 시간 따윈 없다.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바로 잡도록 문제의식을 가지고 회사 시스템을 바라봐야 한다 (비판적 사고엔 독서가 도움된다). 해결책이 떠오르면 팀원들에게 적극 제안해 보자. 일정 시간을 주고 그들의 의견을 들어 보자 (5일 정도가 적당하다). 어쩌면 말도 안 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부끄러워 말라. 내 생각이 항상 옳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잘 알지 않는가. 이런 적극적인 제안과 분위기 조성을 통해 실무자의 입장에서 다각도로 방안을 제시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중에 정말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을 붙잡아야 한다.
신입 때 느꼈던 비효율적인 시스템은 건재하게 살아 숨 쉬고 있다. 시스템에 종속될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을 창조할 것인가. 시스템이 날카로워질수록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면서도 워라밸을 지킬 수 있게 된다. 비효율을 효율로 다듬으로써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게 될 것이다. 한 손엔 팀의 성과가, 그리고 다른 한 손에 팀원의 행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