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사랑을 씁니다.
어느 날, 비가 촉촉이 내리는 오후에 딸과 함께 붓글씨 체험 수업을 들었다. 그날의 공기는 잔잔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선생님은 무형문화재로, 그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한 획 한 획이 마치 살아있는 듯했다.
딸은 조심스럽게 붓을 들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사람 인(人)’ 자를 써 내려갔다. 나도 곁에서 붓을 들어 ‘날 생(生)’ 자를 썼다. 한자 한 자를 그리는 순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 의미를 되새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잠시 후, 딸과 내가 쓴 글자를 나란히 놓고 보니, 우연히도 ‘인생(人生)’이라는 단어가 완성되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묘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인생이라는 두 글자가 단순한 우연에 그치지 않고, 우리 모녀의 인생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인생.
때로는 기쁜 일도, 때로는 슬픈 일도 겪어야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인생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딸도 그 순간 무언가를 느꼈는지,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우리는 작은 체험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붓글씨로 완성된 ‘인생’이라는 글자처럼, 우리 부녀의 인생도 한 획 한 획이 모여 더 깊고 풍성한 의미를 만들어 가겠지. 이 순간이 딸에게도, 나에게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것 같다.
마치 인생이라는 글자를 손에 쥐고, 그 의미를 하나씩 풀어가는 작가가 된 것처럼 말이다.
사랑하는 내 딸의 손 끝에 펼쳐질 ‘인생’은 어떤 그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