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할 때마다 유언장을 쓰기는 하지만 비행기를 탈 때도 유언장을 쓴다
겁이 많기도 하지만 수술과 비행기는 내가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그리고 보니 유언장 남아 있는 것만 보니 40장 정도 되었다.
실제로는 그보다 더 있었지만 박스에 보관하고 있는 것은 그 정도인 것 같았다.
내용은 조금 혹은 크게 변할 때도 있지만
거의 공통적으로 있는 것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하는 내용이었다.
그 내용 그대로 오늘도 반영하고 있다면 가족들에게 화내거나 섭섭하게 할 기회도
없을 텐데.. 망각의 나.
이틀 연속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피곤함을 떠나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이 저려온다.
늦은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기 마련이겠지..
성인이 되고 약간은 소원해질 수 있는 거리만큼이나 자주 볼 수 없음에도
무뎌지는 자신을 보면서 바쁜 일상이라는 핑계로 놓치고 있는 것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2주 전 아버지가 할머니께 다녀오면서 사진을 찍은 것을 봤는데
아버지도 몇 년 전 할아버지를 보내고 아버지도 자녀였구나..
나도 마찬가지로 아빠라는 이름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부모님께 노심초사하게 되는
밥을 먹었는지 물어보는 그분들처럼.. 나도 아이들에게 일상에서 늘 물어본다.
당연하게도 잘 알아서 하겠지만 그런 기본적인 것을 물어보게 되는 마음과 생각은
여전히 미스터리처럼 늘 반복된다.
학교 가는 길에 소나기에 젖은 사진을 톡에 올려서 보면서 웃으면서도 감기 걸릴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애끊는다.
당장에라도 새 옷으로 갈아입혀주고 싶은 마음이야 이미 달음질하고도 남았지만
유난스럽지 않게 기다려본다.
이러한 모든 일상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돌이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유언장을 쓸 때마다 채워지지 않은 미안함으로 아쉬움으로.. 애틋함으로 남겨지는 것 같다.
언젠가 이 박스를 남겨진 가족들이 보면 유별나고 웃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강한 척하던 한 사람의 적나라한 겁쟁이 모습 그대로 만나겠지..
그래도 얼마나 사랑하는지 독백처럼 새겨진 글마다 문장마다..
사랑의 계절은 사계절 내내 고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