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또 하나의 내 세계의 건국 시작
또 다시 한번 새로운 나의 세상을 건국하다
얼마 전 마침 생일이었는데 그날이 지자체에서 '장애인 채용 박람회' 행사를 하던 날이었다.
몇 번의 취업 시도가 무산되면서 기대할 것도 없고 딱히 지자체 규모로 얼마나 실용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마침 시간도 있어서 잠시 들렀다.
그렇게 많지 않은 부스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이곳저곳 구경하고 상담을 하고 이벤트 등
다양하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핏 보기에도 실제적인 취업 상담보다는 훈련과정을 안내하거나 장애 활동을 보여주는
그런 기관이나 단체가 많아 보였다.
그래도 이왕 긍정적인 자세로 무엇이든 하기로 결심했으니 성실하게 상담에 참여를 했는데
그중에서도 한 대학에서 행정지원이라는 보조 업무를 하는 자리가 있다고 소개를 받고 서류를 준비해서
보내고 하루 뒤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서울시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라는 곳에서 이러한 일들을 도와주는데 담당자분들이 정말 친절하게 마무리할 때까지 도와주는 게 인상적이었다. 장애인이라면 이곳에 연락해서 도움을 받아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문의 1588-1954)
몇 년 만에 면접, 아닌 십수 년 만에 면접인 것 같았다. 15년 전에 이직할 때도 경력직으로 가는 것이라서
면접이라기보다는 그냥 티타임 정도 수준이었는데 오랜만에 면접이라는 것은 참으로 긴장되었다.
재활 이후 여기저기 취업문을 두드렸지만 면접까지는 가는 것은 거의 희박했고 좋은 결과가 아니었기에
기대를 하지 말자
다짐을 하면서 담백하게 면접에 임하기로 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장소. 또 다른 면접자.
이러한 모든 풍경은 적당하게 긴장감을 주는데 이게 또 재미있는 요소이기는 하다.
그렇게 10여 간의 면접시간이 끝났다.
질문은 여느 면접관분들을 만나도 받을 수 있는 평이한 질문이었는데 특이한 것은 면접 당시까지만 해도
긴 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얽힌 일화(브런치-Calling Me에서 언급)는 막내딸과의 약속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면접관은 그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
그렇게 오랜만에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서 배달 알바를 나갔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멈추지
않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습관처럼 오늘도 달렸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너무나 심플하게 합격을 했으니 11월 1일부터 출근이 가능하겠냐고 물어봤다.
앞으로 약 10여 일 남은 시간.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다.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변화는 또다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합격소식은 그 일이 그 자리가 큰 영향력이든 소소한 영향력이든 새로운 사람들과 협업을 다시
할 수 있다는 즐거운 기대감은 홀로 지나온 4년 8개월 정도의 시간을 사그라지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막내딸과의 협상이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너에게 가려고 했으나 상황이 이리저리 되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아빠의 치료와 의료비용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고 그래서 네가 잠시 한국에 오는 것을 계획해보면 어떠한가?
그리고 일하게 되면 한국사회에서는 긴 머리로 다니기는 어려움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만약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아빠도 원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막내딸은 아주 쿨하게 미용실에서 컷!이라고
자신이 말하면 자르라고 하고 그렇게 그날 저녁에 미용실 디자이너분에게 부탁해서 영상통화로
막내딸의 잘라주세요! 외침과 함께 기나긴 투병 시간 동안 길어진 머리를 잘랐다.
그리고 세상 밖으로 다시 나아가서 새로운 세계를 건국하기로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