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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rdSong Apr 13. 2024

이런 독자는 처음이라

2024년 3월 5일 화요일 선생님의 글밥

오늘 드디어 국어시간에 책읽어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세계문학을 읽는데 아무래도 첫 작품은 한국에서 출발해야지.


자, 첫 주자는

한국 아동문학계의 신성으로 (혼자) 떠오른 (자칭) 대작가

송은주 작가의 <토마토마토마토>.



책 앞표지 또는 뒤표지를 열면 나오는 판권면(책 펴낸날, 스태프 이름, 출판사 정보 등이 적힌 면을 판권면이라 한다) 에 펴낸일인 3월 5일. 바로 오늘이다.



우리 반 아이들과 처음으로 읽는

저자 직독 시간이다(영광이지). 



우리 반 아이들은 <토마토마토마토>를 읽는 첫 6학년이 아닐까 한다.


<토마토마토마토>는 중저학년 대상 도서라고 되어있지만 5, 6학년과 진지하게 나눌 이야기가 더 많은 책이다. 

그래서 더 읽어주기로 마음 먹었는데,

세상에.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을 만나왔지만 이런 독자는 처음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첫 책<나는87년생초등교사입니다> -> 교사, 학부모 성인 대상 교육비평서. 북토크 분위기 : 심각하고 진지함

두 번째 책 <엄마가 보고 싶은 날엔 코티분 뚜껑을 열었다> ->성인 대상 감성에세이. 북토크 분위기 : 차분하고 진지함

세 번째 책 <1학년이니까 할 수 있어요!> 예비초등 유치원생과 예비학부모 대상 그림책. 북토크 분위기: 학교 생활이 궁금하고 두려워서 진지함.

<토마토마토마토> 초고를 공모전에 제출했을 당시 읽어준 4학년 우리 반 아이들 : 자기 또래 이야기라 심각하고 진지함.


네 번째 책<토마토마토마토> 를 처음 직접 읽어준 6학년 우리 반 아이들 반응은...?


장면 1. (6교시 선생님이 책 읽는 중)


상황: 이든이의 마스크 벗은 얼굴을 보고 실망한 하늬가 아프다며 책상에 엎드린 상황.

선생님: (이든이 대사)"하늬야 아파? 어디가 아파?"

아이들: "마음이~ㅜㅜ"


거의 합창 수준.


장면 2. 


선생님: "괜스레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것 같아서 하늬는 손으로 뺨을 감쌌다."

빛님: "아니, 아직 나는 해보지도 못한 썸을 3학년이..!"


좋아하는 짝꿍 때문에 하늬가 설레며 옷을 골라입고 학교갈 준비를 하는 장면을 읽어줄 때는  하늬에 빙의하여 연기하는 아이들.


그래도 이야기에 빠져드니 알아서 장난을 그치고 집중하는 모습들이 참 귀여웠다. 

창작 배경에 관한 비밀이 있다 하니 온갖 추측이 나온다.

그런데 오! 역시 6학년이라 그런가...추측의 경우들이 상당히 개연성 있고 그럴싸하다.


그 비밀은 이 책을 다 읽어야 말해줄 거다.


2년 전 교실은 아주 넓었는데, 이번 교실은 더 작아서 모여앉아 책읽기를 못할 줄 알았더니,

아이들은 또 좋은 공간을 스스로 찾아냈다.

칠판 앞에 작은 교탁을 옆으로 밀고 알아서 자리를 잡더니

나도 앉으란다.


편안하게 앉아

내 무릎께에 앉은 아이들에게 내가 쓴 동화를 읽어줬다.


반응도 방청객처럼 합창도 하고

어린 동생들의 로맨스에 질투섞인 분개도 하고. 


아주 다채로운 독자의 반응이다. 저자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진진한데


아...읽는 내내 정신이 혼미했다.

이런 독자 처음이야.




p.s 아이들 가고 글밥공책 읽는데 써놓은 글들이 너무 웃겨서 또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미지출처: 

첫 번째 잔망루피: 미장센 염색약 광고사진 (올리브영 미장셴 상세페이지에서 갈무리)

-선생님이랑 똑같은 머리스타일 루피 찾느라 좀 고생함.


두 번째 잔망루피: 잔망루피 이모티콘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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