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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쌍꺼풀 오이씨 Nov 03. 2021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몸의 나와 내 안의 나

 아침에 아이들이 유치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건물 안으로 사라져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다가 현관 앞 공간에 서 있는 내 그림자를 보았다. 무척 작아 보였다. 

 '저 어린 사람이 아이를 키울 수 있나?'  하는 생각이 그냥 들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한 걸까? 내 안의 내가 아직 자라지 않았나? 몸은 어른이고 마음은, 영혼은 아이인가?


 가끔 그냥 이대로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다. 오늘 아침 어린 그림자의 나를 보았을 때도 그랬다. 그러다 2층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목소리

 '아빠~ 있다가 만나~' 

 '꼭 4시에 와야 해~'


 있다가 만나. 꼭 와야 해. 그래 난 다시 만나야 할 아이들이 있고, 저 아이들은 4시를 기다린다. 나는 어찌 됐든 그 4시에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내 안의 사람이 아직 아이라면 얼른 자라고 싶다. 는 생각이 강했다. 내 몸과 내 영혼의 불일치가 나를 괴롭게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나 보다. (불일치 때문에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다고 그게 당연 논리는 아니다. 그냥 그랬다고)


 걸어 나오면서 어린 나에게 말을 건넸다.

 '반가워. 강물아. 잘 지냈니?'

 내 귀를 울리는 아이 울음소리.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사랑 가득한 목소리. 

 왜 눈물이 나는 걸까?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


 자라야 하는데, 그래야 나도 안 아프고, 아이들도 안 아프고, 내 주위 사람들도 안 아프게 지낼 수 있을 텐데...

 자라고 싶다. 


 


 느낌은 바람처럼 날아와 휘발되어 버린다. 잊히기 전에 글로 남겨둔다. 

- 자주 죽고 싶은, 하지만 가끔은 굉장히 살고 싶은 사람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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