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OS Jan 04. 2016

일년의 첫 출근을 거창하게.

그래도 감사할 것들

1. 출근하는데 눈 앞이 깜깜해지고 어지럽고

구역질이 나고 식은땀이 흐르는 증상이 나타났다.

거의 일년만인듯 한데 오랜만이야 뇌빈혈 안녕?

신발끈 묶는 척, 사람많은 출근 지하철 안에 잠깐 앉았다. 최대한 느릿느릿 신발끈을 묶고 일어나는데,

아뿔싸 너무 빨리 일어났다ㅜ천천히 일어났어야 했는데, 다시 뇌빈혈 증상이 시작되었다.

비척비척 노약자석에 걸어가서 앉아

두 다리 사이에 머리를 푸욱 파묻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학생이 쳐다보든 말든

꿋꿋이 앉아 머리를 묻었더니 금방 괜찮아졌다.

쓰러지지 않아서, 실례를 범하지 않아서 감사했다.

아 노약자석에 자리가 있었던 것도.


운동해야지.....운동해야겠다.

빈혈 한 번 올때마다 상기하는 것.

다시금 상기하게 해주셔서 감사.


2. 양치하는데 금으로 떼운 이에서 금이 떨어졌다.

작년에 거의 백만원 들여 치료한 이였는데, 빠진 금 들고 회사 근처 치과에 가서 물어보니

그때 치료가 완벽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충치를 다 긁어냈어야 했는데

얼룩덜룩하게 남아있었고 그게 또 썩고 있다고.

70만원이 들 것 같다고, 결제는 일시불로 하겠냐고.


새해에는 신용카드 잘라버리고 체크로만 살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연초부터 거하게 질렀다. 삼개월로 ㅎㅎ


썩은 부분 다시 또 제거하는데 신경치료를 하다보니 마취가 풀린 후 정말 아주 아팠다. 머리까지 지끈지끈. 그래도 임플란트 하기 전에 알아서 감사하다.

신경이 남아있어서 이토록 아픔을 느끼는 것도 감사하다. 지금은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아픈 것이 그럭저럭 견딜만 해져서도 감사하다.

십년만에 치과에 갔다가 엄청 아팠다는 지인을

놀렸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해요 요정님.

내 일이 아니라고 타인의 고통을 가벼이 취급했다.


3. 하루종일 피섞인 콧물이 나온다. 감기는 아니고

농도가 물같은, 핏물같은 게 하루종일 계속 떨어졌다. 고개만 숙이면 후두둑 후두둑

네이버 검색해보니 별 이야기가 많은데

가장 두려운 상상, 혈액이 섞인 척수액인가....-.- ㅎㅎㅎ(병원에 갔더니 콧물이라고 하셨다)


4. 직장에서 오늘 한시간 일찍 퇴근하게 해주셨다.

이런 배려에도 감사하다. 인격적인 동료와 상사를 만났다.

덕분에 느긋하게 오랜만에 걷고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아까는 너무 아파서 예매해둔 하우스 콘서트 티켓을 양도해야 하나 싶었는데

무사히 여기까지 보러 올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장 블랑제리 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