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의 Sydney 상황.
이곳 호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번 Covid-19에 대한 예방접종률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세계적 전염병이 유행하던 초기부터 국경을 걸어 잠그고 있는 호주 조차 접종률에 따른 국가 제한 조치들의 단계적 완화 조건을 수상이 발표한 뒤 Vacccine 수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접종률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호주 정부에서는 안전성을 문제로 이번 사태 초기 AZ 사의 Vacccine 접종 나이를 30대, 50대, 60대 이렇게 순차적으로 권장 연령대를 높여오다가 이번 2차 대유행이 있기 전 호주 내에서는 AZ사의 제품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섣부른 발표까지 했던 오만한 전력이 있다. 이 같은 인식을 정부 측에서 호주 국민들에게 심어주더니 2차 대유행이 시작되자 Pfizer의 수급률이 따라가지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고 결국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다시금 예방접종에 사용하기 시작하며 오히려 젊은 세대들이 접종을 해도 안전하다고 선전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람들의 인식은 Pfizer사의 제품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각인되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AZ사의 제품을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영국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호주의 태생적 배경에 따라 AZ사의 제품은 이미 자국 내에서 생산하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에 제품은 넘쳐나지만 수요가 뒤따라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방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이미 정부에서는 각 기업들에게 최소 1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에 한해 규제완화 후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전파하였고 현재 지역 봉쇄 규제 조치에 예외로 인정되는 필수인력들도 예방접종 후 현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졌다. 공식적인 발표에서는 아직 접종자와 비 접종자 간에 차별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미 여러 방법을 통해 비접종자의 활동을 제한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속한 회사도 이러한 정부의 규제 방침에 동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1차 접종이라도 맞지 않으면 업무에 복귀할 수 없을 거라는 공지사항이 전달되었다. 어차피 예방접종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시행되고 있는 강요가 아닌듯한 강제적 조치들이 개인적으로 달갑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 주 한 주 다르게 조여 오는 규제조치들을 접하고는 있지만 아직 내가 속한 나이 대가 우선순위에 들지 못해서 예방접종을 신청할 수 없는 상태라서 순서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AZ사의 Vacccine은 동네 병원은 물론 약국에서도 접종을 할 수 있을 정도로(호주에서는 약국에서도 예방접종의 업무를 일부 담당하고 있다.) 예비물량이 넘쳐나기에 은근슬쩍 이곳을 이용하라는 듯한 제안들이 있었지만 차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게 여러 곳에서 올라오는 예방접종 정보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위험구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내가 살고 있는 지역도 이미 위험구역에 포함됨) 대상으로 우선 접종이 실시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바로 관련 기관 Web site에 접속하여 예방접종을 예약할 수 있었다. 기존 3주간의 1,2차 접종 기간이 이미 8주간으로 늘어나 있었지만 이마저도 2차 접종 예약일을 잡지 못해서 몇 번의 노력 끝에 겨우 예약한 날이 다음 달 중순쯤이었다.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 싶었는데 며칠 후 대량으로 Pfizer제품이 공급되었다는 소식과 관련 link가 올라와 따라가다 보니 얼떨결에 예방 접종을 그 주에 바로 받을 수 있도록 예약 날짜를 앞당길 수 있었다. 의아스러운 점은 이런 상황에서도 예방접종을 주관하는 부처가 통합되지 않아 일반 시민들이 여러 곳을 통해 예약 가능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하는데 이런 행정오류들이 왜 고쳐지지 않는지 모두가 의아스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예방 접종일을 한 달이나 앞당겨 예약을 했고 드디어 접종일이 되어 1차 접종을 마치고 돌아왔다. AZ사의 제품은 남아도는 실정이라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반면에 Pfizer사의 제품은 몇몇 대규모 시설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인데 다행이도 나는 집 근처에 있는 Olympic 경기장에서 접종을 신청할 수 있었다. 게다가 수백 명의 사람들이 하루 동안 동시에 접종이 진행되기 때문에 늦게 예약시간을 잡으면 두세 시간은 기본으로 대기해야 한다는 후기들을 미리 접하게 되어 나는 가장 빠른 접종시간으로 1,2차 모두 예약을 해 두었다.
일요일 오후에 접종 예약을 하고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는 그 주 금요일 아침으로 예약을 잡아두었는데 그 짧은 사이에 모국에서는 내가 확인한 바로만 2명의 젊은 남녀가 사망을 하고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소식이 있었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기다리는 하루하루가 마음이 편하지 않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우연치 않게 내 체온이 정상범위에서 살짝 높은 37도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접종 이틀 전에 알게 되어 나보다 아내가 더 불안해하며 수시로 체온을 재어 보았다. 당사자인 나는 불편함을 못 느끼고 전혀 이상을 못 느끼는 상황이었음에도 아내는 왜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전날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하기 위해 해열제를 먹고 계속 체온을 확인하면서 접종일을 미뤄야 하나, 접종에 제한되는 체온이 아닌가 하는 정보를 급하게 찾아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접종 당일에는 체온을 검사하지도 않았다. 접종 당일 아침까지 37도 선에서 유지되는 체온에 왜 그리 마음을 졸였었는지…
다른 후기글에서 보았던 것처럼 두세 시간을 서서 대기하고 싶지 않았던 터라 당일 아침에 일찍 집을 나섰다. 원래 접종 예약시간은 8시 30분이었지만 안내문에는 15분 전에는 도착하라고 쓰여 있어서 그보다 더 일찍 7시 50분쯤 경기장에 도착하였다.
드디어 대망(?)의 예방접종의 순간이 다가오자 살짝 흥분되는 마음으로 길게 둘러쳐진 임시 울타리를 따라 경기장으로 들어가려 하니 두 세 사람 정도 서성이길래 너무 일찍 왔다 싶었다 싶었는데 관계자가 나와 이곳은 입구가 아닌 출구라고 하며 입구 쪽을 가르쳤다. 한 5분을 되돌아가니 비로소 입구다운 모습이 보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이미 군인 및 의료 관계자들은 미리 온 접종자들을 안내하며 예방접종이 시행되고 있었다.
미리 발급된 예약 문자와 개인 신분증을 확인하고 몸에 이상이 없는지 간단한 질문을 마치고 바로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동안 지급되는 새로운 Mask로 착용을 해야 하고 손 소독을 세 번 정도 거쳐야 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서는 예약정보에 따라 옷에 부착할 수 있는 Sticker를 발부받고 다시 손 소독을 하고 접종 구역으로 안내받아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드디어 예방접종 장소에 다다를 수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다 안내에 따라 배정된 구역으로 들어서니 아직 수습인 듯 한 관계자의 자리에 앉게 되었다. 옆에서 상급자가 관련 절차를 알려주고 조금은 어리숙한 모습이 보이자 내심 겁이 나기 시작했다.
‘헐??? 재수가 없는 걸까? 이대로 가는 거야???’
머릿속으로 온갖 상상들이 오가는 동안에도 수습 관계자는 불안한 목소리로 약품이 담긴 주사기를 보여주며 설명을 했지만 명확하지 않아 과연 이게 Pfizer 제품이 맞는지 스스로 온 신경을 집중해 주사기를 쫓아 정보를 확인하려 애썼다. 듣기로는 주사 맞는 제품에 대해 언제 생산된 제품이며 품번 까지 다 설명을 해 준다고 했었는데…
나조차 불안해지기 시작하는 순간 바로 주사바늘이 꽂히고 주사액이 왼 팔에 퍼지는 것이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호주에 건너온 지난 10여 년 동안 주사를 거의 맞지 않았던 터라 주사를 맞는다는 행위 자체가 너무 낯설게 느껴졌고 주사 후 뻐근하게 아파오기 시작하는 통증을 느끼는 순간 관계자가 15분 대기실로 이동해야 함을 알려주었다. 주사 후 몸에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간혹 있어서 15분 동안 예후를 살피고 이상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정부 측에서 미리 조치를 취한 부분이었다. 대기구역으로 옮겨가는 동안 두어번 손 소독이 또 이루어 지고 수시로 의료관계자들이 이상 여부를 묻고 있었지만 내가 대기하는 동안에는 한 명도 이상을 느끼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고보니 주사 한 방 맞는 동안 총 7번의 손소독을 거쳐야하고 내 손길 닿았던 모든 물건은 내가 지나간 뒤 봉사자에 의해 소독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용품들이 일회용으로 씌여지고 버려지는지 헤아려볼 엄둑조차 나지 않았고 이에 따르는 비용을 모두 정부가 부담하는 걸 보면 이후 모든 재정들이 어떻게 충당이 될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15분의 대기시간 지났고 나 역시 별 다른 이상이 없어 바깥으로 나가는 길로 인도되어 마지막 손 소독 후 소독제 기념품과 함께 경기장을 나오면서 나의 1차 예방접종이 걱정과는 다르게 허무하다시피 끝이 났고 나는 마중 나온 아내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처음 경기장 주변에 들어선 순간 이른 아침의 적막감과 Sydney에서는 좀처럼 접할 기회가 없는 군복을 입은 사람들의 만들어내는 위화감에 긴장하기도 했지만 친절히 사람들을 맞이하는 의료인들과 자원 봉사자들 덕분에 금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고 한동안 잊고 지냈던 호주인 특유의 발랄함이 새삼 살갑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른 아침 첫 시간대에 예약한 덕분에 대기시간이 거의 없었고 접종 후 대기 시간까지 총 30분도 안 걸릴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었다.
예방 접종 후 부작용에 관해서도 딱히 내가 느끼는 불편함은 주사를 맞은 왼 팔에 느껴지는 근육통이랄까? 이미 수개월 전에 운 좋게 미리 예방접종을 끝낸 아내가 쥐어주는 진통제를 한 번 먹은 것 외에는 약도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상이 없었다. 해가 지고 저녁 즈음이 되자 몸이 달뜨는 것처럼 느껴 저 체온을 재고 보니 체온은 이상이 없었고 아내는 본인도 겪었던 증상이라며 별 이상 없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오전 내내 긴장된 마음으로 보내다가 집에 돌아와 확인을 해보니 Sydney는 이미 한바탕 난리가 난 이후였다. 이곳 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악화가 되고 있는데, 하루 확진자 200명이 넘었다고 호들갑을 떨던 주지사와 의료관계자들은 매일 반복되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기자회견에 지쳐가는 모습이고 며칠 전부터 확진자는 600명대로 늘어났다. 결국 모두가 예상했던 사태가 드디어 공식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