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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야 Jan 28. 2022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인가..

역이민??

 2022년 새 해가 되었다.

 하루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던 21년은 저물고 22년 새 해로 접어들면서 개인 적인 삶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고 어쩌면 호주 이민 10년 차 생활 중 가장 큰 결정을 내려야 하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하루 확진자 수가 6만 명 7만 명을 오가는 와중에, 심지어 호주 전역의 확진자 숫자가 아닌 내가 있는 이곳 NSW주의 확진자 수의 집계가 매일 수 만 명을 기록하고 있고 사망자 기록도 최근 들어 자주 갱신되고 있는 와중에도 Covid 사태에 대응하는 국가의 기조엔 변함이 없다. 이제는 일상이 되다시피 한 Mask 착용의 규제 외에는 더 이상 어떤 규제도 실행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이대로 'with Covid' 정책을 고수하며 지난 2년간 파탄난 경제를 복구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다.

 심지어 호주 수상마저 관광/유학생 Visa의 신청 비용을 앞으로 8주간 면제해 줄 테니 호주로 들어와 달라는 공식적인 기자회견이 며칠 전 있었다. 2년 전 수 백만 명의 임시 Visa 소유자들에게 우리는 자국민 보호가 우선이기에, 본인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모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고려해보라던 그 사람이 시간이 흘러 이제는 떠나간 사람들에게 되돌아 오라며 비용까지 보조해 주겠다는 언급에 많은 사정이 함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디어 약 한 달간의 길었던 휴업기간이 끝이 나고 다시 영업을 시작한 식당으로 돌아와 직장동료들을 다시 만나고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1년 중 가장 매출이 높은 치열한 12월에 비해 1월은 반대로 가장 매출이 적고 한가한 시간이다. 휴가시즌이기 때문에 도심지에 사람이 적기 때문인데 유독 이번 1월은 급속도로 늘어나는 확진자 덕에 더더욱 손님이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정직원의 처지는 정해진 시간만큼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늘어지기만 했던 최근 일상에 규칙적인 일과가 정해져서 그나마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할까?

 

 세계적, 국가적 흐름에 따라서 일개 개인은 아무런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 유보하거나 포기해야만 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이제는 비교적 주체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기가 되었다. 국경도 다시 열렸고 영주권도 신청에 들어간 상황이라 올 해는 지난 시간들에 비해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맞춰 여러 계획들을 구상 중에 있다. 3년 넘에 몸담아 왔던 직장을 옮기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여파가 큰 결정일 텐데 아예 영주권이 나오는 시기에 맞춰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계획까지 상의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이기에 아무래도 올 2022년은 호주 이민 결정이 후 가장 큰 변화가 있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주권 신청에 들어가기 전에 국경이 열리고 자가격리 조치가 해제된 틈을 타 작년 11월 미리 한국에 들어갔던 아내는 결국 본인의 오랜 숙원이었던 박사과정을 한국에서 이어가기로 마음을 먹고 진학을 결정했다. 건강상의 이유로 한국에 먼저 들어가서 치료를 받고 되돌아오기로 했던 사람이 갑자기 2년짜리 박사학위 과정을 신청한다는 이야기에 벙쪄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던 만큼 상의하는 과정도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진학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이제 최소 5월까지는 한국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더불어 나도 영주권이 나오는 대로 이곳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가는 것도 큰 비중을 두고 고민 중에 있는 상황이다.

 나 역시 오랜 시간 제대로 병원 진료를 받지 못해 고질병이 돼버린 여러 부위들을 집중 치료받아야 할 필요가 있고 최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버렸다. 원래 나란 사람 자체 성향이 사뭇 냉소적인 편이긴 한데, 그렇다고 침울하고 어둡기만 한 성격은 아니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해 농담도 잘하고, 각종 행사나 일을 벌려 사람들 끌어모아 시간을 자주 보내곤 했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 지인에게 듣게 된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깊은 고민거리를 안겨준 내용이었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풍기는 분위기가 너무 거리감이 느껴지고 침체되어있다는 느낌이라는 언급이었는데 쉽지 않은 이야기였던 터라 집으로 돌아와 오랜 시간 생각해 보았다. 내가 왜 이런 다른 사람이 되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자리를 잡고 앉아 고민해 보았다.

 우선 이민자로 타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다. 게다가 한인들이 하는 사업과는 연관되지 않으려 하고 현지인 직장에서 다양한 인종들과 뒤섞여 지내오면서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아니 말썽을 일으키면 쫓겨날지 모른다는 압박감에 스스로 위축되고 한걸음 물러서는 게 습관처럼 몸에 베이면서 앞장서기 좋아하고 종종 욱하는 성격으로 사고치 던 혈기왕성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가장 큰 기폭제가 된 사건은 이민 초기에 요리 공부를 할 때 만나 지금까지 가장 공들인 관계였던 지인과 손절하게 된 일이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 극복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깊은 영혼의 상처로 남아 다른 사람들과 교제하고 관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감추게 되는 태도를 보이면서 소극적인 사람으로 비치게 된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로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는 가족들과 지인들이 있는 모국으로 돌아가 그 들과 어울리며 상처받은 시간들에 대한 회복과 여태껏 호주 이민자로 발버둥 치느라 잔뜩 힘들어있는 몸에도 나름 휴식이 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게다가 이미 한국에 들어가 어느새 3개월이 된 아내는 연락할 때마다 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재촉한다. 누구보다도 나를 가까이서 보아오며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제는 한국에서 조금 쉬어가는 게 방법인 것 같다면서.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러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높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당장 살 집을 구하는 문제부터 새로운 직장을 찾는 일까지. 게다가 10년을 이곳 호주에 살면서 늘어난 살림살이를 당장 정리하는 일도 큰 부담이 된다. 당장 호미 한 자루로 잔디밭을 갈아엎고 텃밭으로 탈바꿈한 앞마당을 원상복구 시키는 일부터가 어마어마한 노동력이 요구되는 일이다.


자식같인 무농약 텃밭의 작물들.

 


일단은 올 4월 즈음해서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 규제가 풀리는 대로 잠시 한국에 들어가 어떻게 될 것 같은지 가늠을 해보려고 하는데 우리 가족의 2022년을 결정짓게 될 큰 계기가 될 것 같다. 4년 만에 찾게 될 고국에서 어떻게 일이 풀리게 될지 사뭇 기대도 되지만 걱정이 앞서는 게 솔직한 심정이랄까?


 영주권이라는 결과물을 얻기까지 들인 10년이란 시간뿐 아니라 희생해야 했던 금전적인 가치까지 더한다면 과연 이 시기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 결정일까 하고 묻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 같다. 나 역시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결정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쉽게 쉽게만 살아오지 않았던 지난 삶들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큰 변화도 한동안 정체되었다고 느끼고 있던 삶을 다시금 요동치게 만들지 않을까?


  사뭇 올 한 해를 어떻게 마무리하며 또 다른 글을 쓰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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