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경孝經에서는 부모에 대한 효도를 바탕으로 집안의 질서를 세우는 일이 치국治國의 근본이며, 효도야말로 천天 · 지地 · 인人 삼재三才를 관철하고 모든 신분계층에 같이 적용되는 최고 덕목 · 윤리규범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諫諍章 _第十五
증자曾子가 말하였다.
“자애慈愛하고 공경恭敬하는 것과 어버이를 편안하게 하고 이름을 날리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가르침을 들었습니다. 감히 여쭙건대, 자식이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기만 하는 것을 효라고 할 수 있습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게 무슨 말이냐, 이게 무슨 말이냐! 옛날에 천자天子에게 간언諫言하는 신하가 일곱 명만 있으면 비록 도道가 없더라도 천하를 잃지 않았고, 제후諸侯에게 간언 하는 신하 다섯 명만 있으면 비록 도가 없더라도 나라를 잃지 않았으며, 대부大夫에게 간언 하는 신하 세 명만 있으면 비록 도가 없더라도 집안을 잃지 않았다. 선비에게 간언 하는 벗이 있으면 그의 몸에서 좋은 명성이 떠나지 않게 되고, 아버지에게 간언 하는 자식이 있다면 불의不義에 빠지지 않게 된다. 그러므로 불의에 처하면 자식은 아버지에게 간언 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요, 신하는 임금에게 간언 하지 않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의에 처하면 간언해야 하니, 아버지의 명령을 따르는 것만 어찌 효가 될 수 있겠는가?”
공자는 증자의 물음에 ‘是何言與 是何言與’라 두 번 말하고 이어갔다. 시하언여是何言與는 ‘이것이 무슨 말인가’이며 상대방의 말이 어처구니없어 부정하는 뜻이다. 공자는 효孝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증자의 물음을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천자에게는 ‘天子有爭臣七人’이라 했다. 즉 간언 하는 자가 일곱 명만 있으면 비록 도가 없더라도 천하를 잃지 않는다고 말했다. 달리 생각하면 천하를 얻을 수는 없지만 지킬 수는 있다. 공자는 부모의 뜻이라고 해서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진정한 효가 될 수 없다고 했다. 효는 잘못된 부모 생각이나 행동을 올바른 도리를 통하여 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부모뿐 아니라, 사회관계에서 친구 간이나 윗사람 또는 임금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부모를 섬길 때에는 은미隱微하게 부드러운 얼굴로 간언해야 한다” (〈이언里仁〉)라고 하는 ‘기간幾諫’을 말하였고, “임금에게는 속이지 말고 앞에서 간언해야 한다” (〈헌문憲問〉)라고 하는 ‘범간犯諫’을 말하여 대상에 따라 간언 하는 방법을 각각 다르게 제시하고 있다.
간언 하지 않는 자는 신하의 도리를 떠나 효孝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신하에 싸여 도道를 행하지 못한다면 천하를 잃을 뿐 아니라 천하를 얻을 수 없다. 입맛에 맞는 음식만 먹으면 금세 질린다. 가끔은 매운 것도 먹고 신 것도 먹어야 좋아하는 것이 진정 맛있는 줄 알게 된다.
덧_
《효경》, 작자 미상, 도민재 옮김, 지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