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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Jul 12. 2021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혹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당근 or 채찍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혹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먼저, 바꾸고 싶은 결과를 생각하라.

다음으로 바꾸려는 결과를 얻을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하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험하라.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실험하라. 자리를 박차고 나가 바깥세상으로 실제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 살펴라. 그러고 나서 무엇을 깨달았는지, 어떻게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는지 세상에 알려라.”


실험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아니다.

“커다란 숙제는 두 변수 사이에 정말 인과관계가 있는지, 아니면 단순히 상관관계가 있을 뿐인지 파악이다. 하지만 인과관계는 입증하기 매우 힘들고 그나마 그것을 입증하는 최고의 방법은 무작위 실험이다.” 따라서 “모든 실험의 성공 열쇠는 무작위에 있다. 실험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쟁 가설을 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과관계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단순한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기 쉽다. 이러한 착각은 만연해 있다. 많은 돈과 노력을 헛되이 낭비한다. 세상은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고 진정한 인과관계는 포착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난제이다. 엄청난 양의 자료, 빅데이터를 수집하여 유형을 관찰하면 흥미로운(유의미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빅데이터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에는 커다란 문제가 있다. 인과관계가 아닌 상관관계를 근거로 자료에 접근하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문제는 빅데이터 자체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그 안에서 길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료 조직 방법과 비교 대상에 따라 상관관계가 있는 대상은 수도 없이 많다. 무의미한 상관관계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려내려면 인과 가설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이론의 세상에 다시 발을 들여놓게 된다. _데이비드 브룩스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왜 그럴까?


많은 실험을 한다. 그중 인센티브에 관한 실험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있을까? 인센티브를 ‘손실 프레이밍’으로 적용하여 실험한 결과이다. 학생은 미끼(?)에도 반응하지만, ‘행동 조작’에는 더욱 잘 반응한다. 시험을 잘 보라고 20달러를 주고 성적이 기준에 미달하면 다시 뺏겠다고 경고할 때 성적은 훨씬 좋아진다. 학생은 즉각적 보상에 반응하고, 나중에 보상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보상을 미리 주었다가 빼앗아 가겠다고 위협하는 게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더욱 강력하게 영향을 주었다.


한국에서 교육은 늘 골칫거리이다. 해결의 실마리를 쉽게 찾기 어렵다.

교육과 학교에 대한 조언은 이 땅의 모든 이가 곱씹어 볼 내용이다. 아들과 딸, 다음 세대를 위하여.


한 나라가 어디까지 교육을 개선할 수 있을까? 학교는 단지 아이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어떤 방법이 효과가 있는지 어른에게도 가르침을 준다. 하지만 사회는 여태껏 이 중대한 방정식의 한쪽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학교는 아이를 실용적인 시민으로 키울 목적으로 행동방식을 가르치고 지식을 전수하는 기관만이 아니다. 실제로는 연구자와 부모, 교사, 관리자 그리고 학생을 포함하여 모두가 배우는 실험실이다.


기업의 인센티브에도 적용했다. “올해 생산량을 10% 증가시키면 모두 상여금을 받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도 있고, “올해 생산량을 10% 늘리지 못하면 한 사람도 상여금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겁을 줄 수도 있다. 잘하면 주겠다는 방법은 일상적으로 기업에서 하는 인센티브 부여 방식이다. 그보다는 줬다가 뺏는 방법이 생산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 적어도 저자의 ‘실험’에 의한다면.


당근을 먼저 주어야 할까? 아니면 채찍을 강하게 내려쳐야 할까?
어느 것을 먼저 선택해도 반드시 옳은 결정은 아니다. 어느 것도 정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미라이 공업 회장 야마다 아키노는 “인간은 동물이 아니기에 당근을 먼저 주어도 된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직원을 동물 다루듯이 성과를 올리면 당근을 준다는 유인책이 만연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주고, 다양한 혜택을 주면 그만큼 열심히 일합니다.
당근을 준다고 게을러지는 직원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회사는 성과를 보고 나중에 당근을 주지요. 그러면 동물원의 동물과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동물원에서는 원숭이가 재주를 보여야 먹이를 주지 않습니까. 돌고래도 그렇고요. 하지만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당근을 줘서 배부르게 해 줘야 더 열심히 일합니다. _야마다 아키오 (미라이 공업 창업자)


이언 에어즈는 《당근과 채찍》에서 “잘했을 때 주는 보상, 못했을 때 내리는 처벌이란 단순 이분법적 사고로는 당근과 채찍의 유인체계를 모두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더불어 “인간의 본능, 비이성은 매우 다양하고 흥미”롭다. ‘효과적으로 목표로 이끄는 유인책’과 ‘상황에 따라 당근과 채찍을 설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였지만 인간이란 원래 단순하지 않기에 쉽지 않다.


사람은 먼 미래에는 사과 2개를 원하면서도 오늘 당장은 사과 1개를 원한다. 혜택을 받을 날이 가까워짐에 따라 선호를 바꾸는 것이다.

사과를 마약으로 바꿔 질문해보면 동태적 비일관성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심각한 마약 중독자라면 내일 주어질 2배의 마약보다 오늘 쓸  적은 양의 마약을 택할 것이다. 리처드 탈러의 사과 선택 실험은 보통사람도 합리적이지 못한 조바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마약과 달리 사과의 경우에도 많은 사람은 시간이 닥칠수록 인내심을 잃는다.

많은 사람이 인생의 여러 면에서 ‘현재’에 중독되어 있다. 지금 당장의 만족이라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_이언 에어즈, 《당근과 채찍》


금전적 미끼의 탈을 쓰는 긍정적 인센티브를 사용하면 사람들을 부추겨 산을 움직이게도, 특정 행동을 그만두게도, ‘옳은’ 일을 하게도 만들 수 있다. 인센티브는 겉보기보다 미묘하고 복잡한 도구라서 항상 생각대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인센티브 제도를 시작하기 전에 작동 원리를 이해해야 하고, 이러한 이해를 발판으로 사람들의 행동방식을 파악해야 한다.


인센티브를 가격이라 생각해보자. 금액이 크다면 사람들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할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인센티브를 넉넉하게 주거나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주지 말아야 한다. 엉성한 유인 체계는 역효과를 낫는다. 현금은 만능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토대로 보상하는 편이 돈 몇 푼을 빼앗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사람이 당근과 같은 크기의 즐거움을 보장받기보다는 채찍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두 배는 더 열심히 일한다.”라는 이언 에이즈의 말에서 보이는 다른 면은 채찍은 당근보다 더 나은 방법일 수 있다. 벌칙은 실패할 경우에 주어져야 하는 반면 보상은 성공했을 때 주어져야 한다.


예전부터 공감하는 보상플랜이 있다. 이언 에어즈는 “충분한 돈을 주거나 아예 주지 마라”, “당근이 효과가 있으려면 그 액수가 커야 한다”라고 말한다. 공감이 간다. 인터넷 비즈니스에서도 어설픈 보상플랜을 만들려거든 아예 무료로 참가할 이유를 만들어주어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경제학은 추상적 이론이 지배해온 학문이다. 정작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러주는 경제학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정책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행동경제학은 살아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의 일부라는 사실을 숨긴 채 가설을 테스트한다. 내겐 현실이 ‘실험실’이다. _존 리스트


수많은 행동경제학 책이 쏟아진다. “인간은 합리적이지 않다.”라는 명제에서 출발한다. 합리적인 인간을 전제로 한 고전경제학과는 결을 달리 한다. 인간은 합리적인 경제적 동물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을 단지 실험 대상물로 삼아 그 ‘실험’만이 전부인 양 데이터를 과신한다면 고전경제학의 합리적 인간보다 더 큰 오류를 나을 수 있다. 이 책에 나온 실험이 단지 한 번의 실험으로 그치지 않고 더욱 진보해 나아가길 저자는 “이 책에서 설명한 현장실험이 새로운 아이디어, 방법, 교훈을 제시하여 자선단체가 현장실험을 향해 첫발을 내디딜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한다.


현장실험에 대해 우려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하지만 우리가 연구한 결과는 빅데이터로 파악할 수 있는 사항의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현장실험을 중점적으로 실시하여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자료를 산출하기 전에 흥미로운 인과관계를 깊이 고려했기 때문이다.”라고 확신하지만, 그의 확신을 넘어 현장 실험할 때 꼭 유념해야 할 사항이 있다.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깊이 고려하라.


저자의 조언은 비교적 간단하다.

“현장실험을 실행하라.”


“콜럼버스는 아메리카 대륙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발견한 인물이다”라고 노벨상 수상자 엘빈 로스는 말했다. 콜럼버스가 다녀간 후로 누구나 ‘신’ 대륙을 알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느 누구도 같은 전략을 재발견할 필요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에 의한 상관관계에만 의존하지 말고 그 데이터의 인과관계를 추론하고 다시 그 인과관계를 깊이 고려하라. 이것의 출발은 ‘현장실험’이다.


기업에 필요한 결론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돈을 더 벌고 싶은가? 그렇다면 현장실험을 실행하라.

위대한 기업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더더욱 현장실험을 실행하라.



존 레넌의 노래 ‘이매진 imagine’처럼 새로운 대안을 상상하기 바란다.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일념으로 이 책에서 설명한 과학적 방법을 전 세계 연구자 수천 명이 적용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라. 세상이 직면한 크나큰 문제들을 면밀하게 조사하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데 기여하는 실험이 세계적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실시되는 광경을 상상해보라. 엄청난 양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방법이 왜 효과가 있는지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상상해보라. 이러한 지식으로 무장한 전 세계 정부가 탄탄한 실증적 실험을 근거로 폭넓게 정책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보라.

_에필로그.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혹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상상하고, 또 상상하라.


천국이 없다면. 지옥도 없을걸.

국가가 없다면. 살인도 죽음도 종교도 없는.

소유가 없다면. 탐욕과 굶주림도 필요 없고. 오직 인류애만 있는.


세상은 하나가 될 거예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덧_

동태적 비일관성 Time Inconsistency

동태적 비일관성이란 개인 · 기업 · 정부 등의 경제주체가 세운 계획이 상황 변화에 따라 뒤바뀌는 것을 일컫는 경제학 용어로, 보통 정책당국이 의도된 발표를 함으로써 민간인으로 하여금 특정 행동을 취하게 만든 뒤에 기존에 발표했던 것과 다른 정책을 추진하려는 성향을 가리킬 때 사용한다.


동태적 비일관성의 문제는 통화정책의 운용에서 잘 나타난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라는 변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지기 쉬운데, 필립스곡선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의 상충관계는 기대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그만큼 인플레이션 억제가 용이해진다.


결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통화정책의 목표임을 의도적으로 공표함으로써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추려 노력하지만, 막상 인플레이션 억제 효과가 나타나면, 처음 발표한 내용대로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실업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다른 정책을 취해서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유인을 갖게 된다.


문제는 이런 행태를 반복하면, 정책당국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관성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일반인들이 더 이상 당국자의 정책 발표를 믿지 않게 되어 그만큼 정책의 효과가 약화되므로, 정책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책 당국자는 고정된 준칙에 따라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태적 비일관성의 문제를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핀 키들랜드(Finn E. Kydland)와 에드워드 프레스콧(Edward C. Prescott)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_매일경제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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