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의 물결에 올라타라 :《제6의 물결》
미래학은 미래가 현재화된 것도 전혀 깨닫지 못한다
미래는 갑자기 찾아오지 않는다. 과거와 오늘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래는 분명 어떠한 조짐을 보인다.
_오마에 겐이치
‘예측은 위험한 게임이다’로 시작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게 가능할까? 의미가 있는 일일까? 이런저런 고민에 저자는 말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옳든 그르든 나름의 이점이 있다. 예측을 통해 아이디어를 검증할 수 있고 일상생활에서 마주치는 크고 작은 일을 더 넓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예측이 실제로 쓸모가 있으려면 그 예측에 따라 행동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이다.
제목이《제6의 물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물결은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다. 그는 농경 사회의 물결, 산업사회의 물결 그리고 지식정보사회의 물결로 인류 문명에 끼친 영향을 말했다. 한데 저자는 이를 넘어 ‘제6의 물결’이 도래할 것이고 어쩌면 이미 도래하기 시작했음을 말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세계경제포럼의 창시자 중 하나인 클라우스 슈바프(Klaus Schwab)가 2015년에 포린 어페어의 기고글을 통해 주장한 개념이다. 2015년에 슈바브가 처음으로 제시한 이래, 2016년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도 슈바브 스스로가 키워드로 제시하여 그 개념이 퍼져나갔다.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산업의 변화를 가리키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정의는 아직까지 명확하지 않아 그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논란이 존재한다. 여태까지의 산업혁명은 이미 역사에서 이루어진 것을 토대로 평가하여 산업 혁명이라 불리었지만, 4차 산업 혁명의 경우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변화에 대하여 미래 추측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_나무위키
지금 유행하는 미래에 관한 단어는 ‘4차 혁명’이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미래에 대해 각자의 기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나름의 이점이 있다는 점은 동의한다. 철 지난 미래 예측서를 다시 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제6의 물결’을 ‘4차 혁명’으로 바꾸어 읽어도 무방하리라 보인다.
러시아 경제학자 콘드라티예프의 ‘경기 반동 이론’을 발판으로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는 다섯 번의 물결이 찾아왔다고 보았다. 첫째는 산업혁명의 초기 물결, 둘째는 증기력과 철도 시대로 대변되는 물결, 셋째는 19세기 중후반의 전기, 철강과 중공업의 물결, 넷째는 20세기 초중반에 시작된 자동차 및 석유 기반 경제 물결, 다섯째는 20세기 중후반의 정보통신 물결이다.
‘제6의 물결’은 무엇일까? 자원 소비에 과도하게 중독된 세계에서 벗어나 자원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세계로 전환되는 혁명이다. 다음에 다가올 (어쩌면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르는) 혁신의 물결에서는 자원의 희소성과 대규모 비효율성이 오히려 시장의 중대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쓰레기가 이러한 기회의 원천이 될 것이며, 자연이 영감과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라 예측했다.
‘제6의 물결에 올라타라’라고 말한다. 이 물결에 올라타는 게 옳은 일일까? 옳고 그름을 떠나 이익이 되는 일일까? 이는 고민스러운 일이다. 이 고민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아니지만 방향을 일러주는 사례가 있다.
100년 전, 그러니까 190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 보자. 당신에게 얼마의 돈이 생겨 투자할 곳을 찾고 있다고 해보자. 당신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의 기회가 놓여 있다. 하는 말을 파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당시로써는 최신식인 자동차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다. 둘 중 어느 곳이 당신의 돈을 크게 불려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미 지난 일이다 보니, 지금으로써는 답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100년 전이라면 아주 어려운 문제였을 것이다.
당신은 익숙한 말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말보다 느리고 매번 연료를 넣어주어야 하는 쇠 덩어리를 선택할 것인가? 선택은 모두 각자의 몫이다. 그리고 그 결과도 자신의 몫이다. 이제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큰 변화를 준 물결보다 미래가 중요하다. 그래서 다음 물결이 무엇인지 보다는 그 물결에 의해 우리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지 그게 문제다. 따라서 마지막을 우리에게 질문으로 마무리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제6의 물결’이 자원 효율성을 기반으로 삼는다면, 제7의 물결은 어느 방향으로 우리를 데려다줄 것인가? ‘4차 혁명’은 기계학습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한 산업의 변화에 따른 혁명이라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까? 단절된 시각에서 본다면 ‘혁명’은 뚜렷하게 구분되어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언제 ‘혁명’이 왔었는지 인지 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시기를 구분하는 것은 후대의 학자이다. 조금 빨리 말을 버리고 불편하고 속도도 느린 자동차에 올라탈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미래를 선점하고 시정을 주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로드맵
우리는 지금 극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섯 차례의 변화의 물결에서 공통점은 자원을 기반으로 한 기술의 등장이었다는 점이다. 각 변화의 물결에서는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적인 산업이 등장하는데, 모두가 석탄 · 철강 · 석유 · 천연가스 등의 자원을 바탕으로 해야만 성립되는 산업이었다. 이에 따라 우리 생활은 자원의 소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실제로 브리티시 페트롤륨(BP)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 세계 자원 사용은 석유(33%), 석탄(30%), 천연가스(24%) 세 가지에 87%가 집중되어 있다. 우리나라 역시 석유 40%, 석탄 30%, 천연가스 16%를 에너지원으로 하고 있으며 수력 및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은 세계(8%)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1%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원 소비가 무한정 계속될 수 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한국 과학기술단체 총 연합회(KOFST)의 2012년 11월 웹진에 따르면 대표적인 자원의 가채연수가 석유 46년, 석탄 118년이라고 한다. 물론 가채연수는 자원 개발 효율이나 대체 자원의 등장 등으로 가변적인 것이 사실이지만, 언젠가 고갈되리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제 이 자원 한정 시대의 위협을 무시하고 인류사의 발전을 논할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 이번에 닥칠 혁신의 물결은 자원 소비의 효율성, 나아가 자원을 소비하지 않는 방식을 중심에 두게 될 것이다.
자원 한정 시대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앞으로 30년간 완전히 새롭게 바뀔 비즈니스 판도를 읽을 수 있는 통찰을 강조하고, 새로운 기회를 선점하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로드맵을 제시한다.
▷ 로드맵 1_ 쓰레기 자원에서 기회를 발견하라
자동차에 주유할 때 당신은 그 비싼 기름이 자동차를 움직이는 데 어느 정도나 쓰일 거라고 기대하는가? 70%? 50%? 안타깝게도 15%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5%는 열과 압력, 소음의 형태로 그냥 버려진다. 이것이 바로 쓰레기 자원이다. 어디에나 있는 쓰레기는 더 이상 쓸모없는 폐기물이 아니라, 기술발전으로 인해 활용 가능해진 자원이다. 쓰레기 자원은 가정과 사무실, 도로뿐만 아니라 대기 중에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물건이 생산되는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버려질 때조차 2차적인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쓰레기가 곧 자원이라는 제6의 물결적 사고로 매립지는 물론 생선 가공 공장, 맥주 공장, 제약회사, 가정 내 전력 관리 시스템, 심지어 분뇨에서까지 폐기물을 다룸으로써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 로드맵 2_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팔아라
굳이 석탄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석탄이라는 제품이 아니라 그것이 제공해주는 열이나 빛 같은 서비스이며, 실제로도 서비스에 대해 값을 치른다. 이를 자동차에 대해서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동차 자체가 아니라 그 제품이 제공하는 이동성이라는 서비스이므로, 차는 공짜로 받고 사용한 만큼 돈을 내는 방식이다. 렌털 서비스와 비슷하면서도 사용 시간만큼만 요금을 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유럽과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동통신사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건물의 냉난방이나 카펫, 소프트웨어, 여행상품 등 제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는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 로드맵 3_ 디지털 세계와 자연 세계의 융합에 주목하라
냉장고의 스마트한 변신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가? 지금으로선 음식을 차갑게 유지하는 전기 아이스박스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만, 머지않아 가정의 음식 관리자가 될 것이다. 보관 중인 음식의 RFID를 인식해 유통기한을 알고 있는 냉장고는 언제 어떤 식품을 보충해야 할지 휴대전화에 정보를 전송해줄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직접 주문도 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세계와 자연 세계가 빠른 속도로 융합되면서 그 안에서 새로운 기술들이 탄생할 것이며, 자원 소비와 효율을 디지털화한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로드맵 4_ 정보는 국제적으로 다루고, 생산은 지역적으로 하라
지역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에 유익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운송할 때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작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비료 운송에만 연간 3,7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나아가 소비재 모두를 합하면 운송으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전 세계 배출량의 14%를 차지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소비자 운동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들은 지갑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표현한다. 그러므로 소비재를 다루는 회사라면 지역적인 생산과 관리가 중요할 것이다. 이에 비해 정보를 다루는 회사라면 거리나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으며 오히려 범위가 넓을수록 더 많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다.
▷ 로드맵 5_ 해답은 자연에 있다
자연으로부터 힌트를 얻어 자원 효율성을 높이거나 현재 기술로 불가능한 일들을 가능케 한 다양한 사례가 있다. 상어의 피부를 모방하여 선체를 제작함으로써 선체에 따개비가 달라붙는 골칫거리를 해결한 해양산업 사례, 참다랑어를 모방하여 유연성을 높임으로써 연료 효율을 세 배나 높인 수중 선박, 거미줄을 본떠 만든 소재로 항공기나 의료 시술에서 생체 친화적인 코팅을 가능케 한 예, 조개관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초대형 플라스틱 수조를 완성한 사례 등 자연이 준 해결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생체모방부터 녹색화학, 산업생태학까지 자연이 주는 가르침은 제6의 물결에서 확고한 경쟁력이 될 것이다.
덧_
《제6의 물결》,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 & 비앙카 노그래디,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