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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Mar 03. 2022

아사히맥주의 역발상 그리고 다시 역발상

"기업에는 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히구치(아사히 맥주 사장)의 경영철학 중의 하나였다. 이것은 당시의 긴박한 상황에 비추어볼 때 비현실적인 공상으로 여겨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공상에 가까운 파격적인 발언 이면에는 이것을 뒷받침하는 히구치만의 전략이 있었다. 바로 역발상의 전략이었다. 그는 사장인 자신부터 기존의 경영 관행을 깨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실천 전략을 내놓았다.


원료와 신선도에 대한 경쟁업계의 충고를 받아들인다.

아무리 불황이라도 원료는 항상 최고급을 사용함으로써 구입비를 아끼지 않는다.

공장에서는 원가 제도를 폐지하고 좋은 물건을 만드는데 만 주력한다.

영업에서 번 돈을 모두 광고에 사용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사내 분위기를 조성한다.

상품 개발의 최대의 적은 외부가 아니라 사내 인식의 벽에 있다

고객의 요구는 아무리 무리한 것이라도 상품개발에 무조건 반영한다. 때로 그것이 이율배반적이라도 수용한다.

노조가 대우 개선을 요구하기에 앞서 회사가 먼저 대우를 개선한다.

"큰일 났다" 같은 극단적인 용어를 자제하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물건을 만들게 한다.


이러한 역발상의 경영 전략의 결과 1985년도 9.6%였던 시장점유율은 그로부터 11년 후인 1996년에는 30.4%로 뛰어올랐으며, 2000년에는 40%에 육박했다. 무려 네 배 가까이 시장점유율을 신장시킨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2002년에 1985년 시장 점유율이 61%였던 기린을 무너뜨리고 아사히 맥주는 시장 점유율 1등을 이뤄냈다. 당시로서는 큰 역발상이다. 20년도 안되어 일본 맥주 시장 점유율 1등 하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2020년 일본 맥주시장에서 기린의 점유율은 37.1%로 35.2%에 그친 아사히를 밀어내고 2001년 이후 다시 1위에 올랐다. 아사히는 맥주 브랜드 점유율 50%를 가지고 있음에도 1등을 내주었다. 


아사히가 점유율 50%의 브랜드를 갖고서도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시장이 통째로 변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맥주시장은 맥주 외에 발포주와 다이산, 주하이(일본 소주를 탄산수로 희석한 음료) 등으로 구성된다. ‘신(新) 장르’라고도 부르는 다이산은 맥주의 주원료인 맥아를 전혀 쓰지 않고 맥주 맛을 내는 알코올 음료다.


슈퍼드라이에 밀려 맥주에서는 맥을 못 추는 기린이지만 다이산 시장에서는 최강자다. 기린의 다이산 브랜드 ‘혼기린’은 16개월 연속 판매량이 증가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역발상은 늘 유효하다. 아사히의 사례를 보면 안주하면 추월당할 수밖에 없다. 1등은 역발상을 구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다면 도태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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