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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Nov 13. 2024

아이에게 책 읽기를 권하는 방법

부모가 미리 읽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읽게 할까? 많은 부모의 관심사이다. 정작 자신은 어린이 책은 고사하고 자신의 책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날마다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책의 홍수 속에서 우리 아이 독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아이에게 대한 독서지도에 대해 고민해 본다.


질문은 "독서를 '지도'하다니"라는 다른 커다란 질문과 마주한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아이 곁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과의 만남에 눈뜨게 해주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에게 책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에게 "좋은 책만을 까다롭게 골라 오랜 시간에 걸쳐 채운 제 책꽂이 하나를 장만해 주는 일"로 자신만의 책꽂이에 "책에 손때를 묻히는 행복감을 알게 해주는 일"이다.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에서 "아이가 자연스레 책읽기에 길들게 하려면 단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즉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꼭 아이의 책읽기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또한 "읽는 것에 대해 조금도 부담을 주지 말고, 읽고 난 책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보태려 들지 말아야" 하며 "책을 읽어주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읽어주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라 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눈이 열리고 아이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차리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머잖아 곧 의문이 생겨나고, 그 의문이 또 다른 의문을 불러오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말아야 한다"이다. '독서를 지도한다'는 의구심에 답이 될 것이다. 지리한 기다림의 연속일지라도 그 기다림이 곧 실현될 것임을 믿어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동화는 직접 화법에 의존한 교훈보다도 간접 화법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지적은 소설을 읽는 성인 독자들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 대다수 성인 독자들은 자신이 읽은 소설에 대한 감상을 말할 때,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이나 서사로부터 교훈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까닭은 그런 식의 독후감 작성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아내는 식의 독법은 소설은 물론 영화, 보기까지 만연된 전염병이다. 그리고 그 질병 속에서는 달리 생각할 도리가 없다. 우리는 한 편의 소설을 읽고 천편일룰적인 정답을 얻어야 한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4)


아이에 대한 책읽기에 관한 글을 성인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 아이에 대한 독후감 또는 감상을 바라는 것이 성인의 그것에도 고스란이 갖고 있다.


아이 학교 앞에서 불량 식품을 판다고 TV뉴스에서 보도 하던데 상업주의에 빠진 어린이 책 시장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이 없는지, 아이들이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신경과민이다 싶을 정도로 열심인 엄마 아이 책은 그저 전집으로 사다 안길 정도로 왜 편안한 것만 찾는지, 신문마다 잡지마다 서평란이 있는데, 왜 아이들 책에 대해서만은 그런 지면도 없는지 이해가 안되었다.


부모가 정작 중요하다고 느끼는 아이 책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편한 쪽으로만 생각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는 나뿐 아니라 많은 이가 공감하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어느 날엔가는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책을 골라 읽어도 괜찮은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하지만 과연 그 날이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따라서 "책의 공해 속에서 바르지 않은 읽을 거리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아이 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의 읽을 거리를 상혼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있어, 우리는 아주 엄격하고 단호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좋은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 우리 어린이 도서 유통 구조와 평론의 부재, 옥석을 가리기 힘든 출판 난립의 현실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읽을 책을 부모가 미리 읽어보는 일이다. 부모가 읽는 어린이 책은 아이에게 강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서교육의 출발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저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에 큰 불안감을 느낀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 독서 지도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책을 읽고 난 후의 토론이나 독후감 쓰기 같은 것보다는, 좋은 책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이다. 좋은 책 고르기보다도 이제 더 어려워진 좋지 않은 책의 공해로 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일이다.

이 책은 1997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다. 하지만 저자가 문제점이라 말한 유통 구조, 평론의 부재 그리고 출판의 난립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절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미리 읽어 보는 것이 아직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지 않는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권하는 말도 안되는 사회가 되지 않기위해서.


덧_

여기에 말하지 못한 많은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히 아동책과 관련있는 이들에게는 필독을 권하고 싶다.



덧_둘

저자가 제시한 내용을 차치하고 청靑에 대한 글은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단순하게 말의 의미만을 생각한 나이 그릇된 생각을 다시 돌아보게 하였다. 앞뒤 문장을 짜르고 내가 읽고 싶은 부분만 다시 적어본다. 靑은 영어 Blue가 의미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임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기계적으로 번역하고 이해하고 있었다. 靑, 녹색 그리고 파랑, Blue.


푸를 靑자는 우리말 습관에 따르면 푸른 신호등, 푸른 소나무, 독야청청하리라, 청춘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녹색인 경우가 많고 그 이미지도 절대적으로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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