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은 이해로 다스리는 것이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것은 단순히 억제하거나 참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이겨내야 한다’고 배우지만, 진짜 다스림은 억누름이 아니다.
욕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어디론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내면 어딘가에 머문다.
우리는 그것을 억누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화가 나면 열까지 세어라. 그래도 화가 나면 백까지 세어라.”
화도 마찬가지다.
분노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건 조금의 시간, 약간의 거리다.
하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감정은 눌러 담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깊어지고, 때로는 더 날카로워진다.
화를 참기만 하면, 억눌린 감정은 다른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뜻밖의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참는 것’이 아니라 ‘다스리는 것’을 배워야 한다.
감정을 다스린다는 건 두 가지를 포함한다.
먼저,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
그리고 그 감정을 어떻게 안고 갈지 고민하는 것.
가장 나쁜 방식은 감정을 외면하는 것이다.
보지 않으려 애쓰는 것, 애써 없는 척하는 것.
그것은 결국 자신을 속이는 일이 된다.
감정을 정확히 알아야 거기에 맞는 길이 생긴다.
화를 억누르기만 한다면, 그 감정은 결국 다른 얼굴로 돌아온다.
분노가 우울로, 실망이 냉소로 변해 찾아올 수도 있다.
“잘못된 감정은 없다.”
감정 자체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다.
화, 슬픔, 두려움, 질투조차도 우리 안에 있을 자격이 있다.
우리는 부정할 필요가 없다.
부정하려 할수록, 감정은 더 거세진다.
더 큰 소리로 우리를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우리가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유를 묻기 시작하는 순간,
감정은 더 이상 우리를 휘두르지 못한다.
“나는 지금 화가 났구나.”
“나는 지금 슬프구나.”
“나는 지금 두려워하고 있구나.”
그렇게 감정과 대면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감정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치 작은 불씨처럼.
하지만 그 불을 억지로 끄려 하지 말자.
그 불로 자신을 비추어 보자.
그 빛으로 내 마음의 결을 읽어보자.
억제도 아니고, 인내도 아니다.
이해의 시작이다.
성숙의 첫걸음이다.
감정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조금씩 더 단단해진다.
바람이 분다고 무너지지 않고,
비가 온다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감정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다.
함께 살아야 할 내 삶의 일부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하는 일은, 결국 자신을 사랑하는 일과 닿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