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인록』을 읽으며
오래전 글을 다시 본다.
『품인록』을 펼쳤다. 사실 이중텐이라는 이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먼저였다. 그러나 서문을 읽으면서 금세 깨달았다. 나는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문제에 대해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공자는 『품인록』을 두고 “아름답다”라고 했다. 사람을 품평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중텐은 왜 『품인록』을 썼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역대로 중국에는 인물 품평의 전통이 존재해 왔다. 인물 품평은 일종의 지혜의 표현이다.”
문학 비평, 예술 비평은 흔하지만, 사람에 대한 비평은 찾기 힘들다. 더러 전기나 일화는 남아 있으나 ‘인물 감상’은 부재하다. 그러나 사람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감상할 가치가 풍부한 존재다. 술과 차, 그림과 시도 평가하는데, 어째서 인물에 대해서는 하지 않는가. 바로 그 문제의식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책 속에서 인상 깊었던 대목이 있다.
“리더란 스스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호텔 사장이 직접 음식을 만들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목숨 바쳐 일하도록 하는 사람이 바람직한 지도자다.”
그렇기에 지도자는 무엇보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知人). 그리고 그 사람의 성향과 강점을 살려 제대로 쓰는 것(善任)이 필요하다. 이중텐은 이 점을 고대의 인물들을 통해 설명한다.
이중텐이 말하는 바람직한 지도자상은 유방이다.
이들(유방과 같은 건달 출신)은 대체로 가진 것이 없다. 있다 해도 대부분 부당하게 얻은 것이어서 재물을 아낌없이 베플 줄 안다.
…
자신이 허물이 많은 인간이기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문제 삼지도 않는다. 그래서 사람을 잘 받아들인다. 게다가 사회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왔기에 세상의 쓴 맛, 단 맛을 다 경험했고 사람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도 꿰뚫고 있다. … 유방의 성공은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출처 : 품인록 中]
『품인록』을 읽으며 “사불동이리동(事不同而理同)”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일은 다르지만 이치는 통한다. 술이나 시를 감상하듯 사람을 품평할 수 있다면, 리더십의 본질도 결국 사람을 어떻게 알고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음을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깎아내리거나 단순히 줄 세우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장점과 허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바라보는 일이다. 『품인록』은 그 오래된 지혜를 오늘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