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히...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썼지만 브런치에 글을 써본게 언제였지??
싶어서 들어와봤더니...OMG 지난 12월에 쓴 글이 마지막이었다.
내 소소한 취미생활 브런치 글쓰기...
나름 익명성을 가지고 진지한 내 얘기를 가볍게 기록하고 심심할 때 한 번씩 예전에 써놨던 글을 보면서 그 시절의 내 기분을 다시금 느껴보는 재미가 있다.
지금의 나는 작년 12월 약 3주간의 방학을 거쳐 새로운 회사에서 3개월 째 근무중이다.
정확히는 수습기간이고 이번달 까지 근무하면 수습기간이 종료된다.
그간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나름 다양한 일을 했던 것 같다. 온/오프라인 구분하지 않고 일을 해봤고 큰 맥락에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모두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내 무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생각을 가지고 스포츠 산업에서 빠져나와 온라인 마케팅 컨설팅 회사에서 1년간 근무하고 소위 "유니콘"이라 불려오는 회사의 마케터로 입사를 하게됐다.
무한한 기쁨과 얼떨떨함이 있었지만...그런 기쁨을 다 누리고 실제 업무에 뛰어들면서...그간 내가 쌓아온 나름의 전문성이 그냥 하나의 "특기"로 자리잡으며 새로운 회사에서 진정한 능력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기본기를 닦고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 와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긍정적이고 진취적으로 얘기했지만 사실 하루하루 살떨리고 하기싫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내 특기를 인정받아 채용됐지만 해당 업무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내가 이 조직에 존재해야 할 나름의 이유를 만들어야만 했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팀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면 편하게 시켜달라고 얘기했다. 잘하고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나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 특기와 연결 시킬 수 있는 일을 다른 팀에서 가져와(가져온건지...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에게 배정해준 팀장이 고마웠다. 나를 배려해서 그렇게 해준건 아니었겠지만...그렇다고 전혀 없다고 생각들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와 전체 업무 경력은 짧지만 퍼포먼스 마케팅 파트에 있어서 나와 비교도 안될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더듬더듬 느리게 하고 있는 나에게 잘 가르쳐 주는 것도 고맙고...피드백을 주면서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향을 알려주는 것도 고맙다. 물론 하기싫다. 일이기 때문에 기껏 오랜 시간 들여서 했는데 계속 "이건 왜그런가요?", "이런 것도 추가되면 좋겠네요" 라고 답변이 오면 사실 하기 싫은게 솔직한 마음이지만...그래도 길게 보면 감사한 시간이다. 앞으로 내가 마케터로서 업무 역량을 강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은 확실하다.
나이가 먹었는지...예전에는 수습기간이라는 것에 신경도 안썼는데...요즘은 계속 신경쓰인다. 마침 다음주 월요일날 핵심 인사 두 명과 함께 티타임이 잡혀있다. 수습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나에게 공유하고 논의할 것도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지난주 내가 했던 일에 피드백 달아주면서 보강해야 할 것들 얘기하는거 보면...수습평가 탈락했다고 회사 나가라는 소리를 할 것 같진 않지만...그래도 뭔가 이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겠다.
예전에는 지금의 내 처우 그리고 근무 조건을 충족시킬 회사를 얼마든지 찾아서 갈 수 있는 자신감이 있었다. 어려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그 때의 내 처우를 지켜주는 회사를 찾는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지금은 현재의 근무조건과 처우를 충족해줄 다른 회사를 찾는게 어렵다. 지금보다 좋은 회사는 많겠지만...예전과 달라진 것은 이제 내가 그런 회사에 들어갈 수 있는 자신감이 부족하다. 왜냐면...지금 회사에 와서 내가 얼마나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인지 다시 한 번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예전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으로 근무하는 것이 나도 모르는 간절함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지금 회사에 입사하고 2달 쯤 됐을 때 유명한 부동산 거래 플랫폼에서 내게 면접을 제안주셨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회사에 제안주셔서 감사하지만 면접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왜냐면 어떻게 운좋아서 채용될 수 있겠지만...입사해서 그들이 원하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것 같았다. 예전에는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MAU 500만이 넘는 플랫폼의 마케터로 근무하면서 느낀 내 부족함을 정확히 느꼈기 때문이다.
다음주 핵심인사 두 명의 면담은...과연 어떤 내용일까?
와이프는 나에게 "아무일도 없을 것이니 어떠한 걱정도 기대도 하지마" 라고 했다.
아마...내 와이프는 선인인 것이 분명하다. 나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솔직히 나보다 내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는 사람같다.
항상 브런치를 보면...곧 다가올 미래의 결과에 대해 걱정 or 기대를 하면서 썼던 글들이 많았다. 과연...다음주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