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산프로 Oct 08. 2023

추석 연휴를 지옥으로 만들었던 업무의 대가

지난 브런치는...딱 지난주 이맘때 쯤 썼던 것 같네요

지난주는 이번주 금요일에 있었던 고객사 데이터 분석 리포트로 인해 시작됐습니다.


저는 팀장인데 우리 팀원 중 한 명이 몇 주간 했던 데이터 분석의 결과가 고객사 핵심 담당자에게 맘에 들지 않으며 시작됐습니다. 그 직원이 휴가를 가면서 제가 그 직원이 했던 일에 대한 디테일에 대해 파악을 하고 보고를 준비하면서 부터 사실 불안했습니다. 제가 고객사 담당자여도 화낼 것 같았거든요...근데 지난 중간 보고 때 생각보다 스무스하게 넘어갔어서 괜찮겠지...했지만...안괜찮았습니다. 말 그대로 개박살이 났고...위기였습니다.


솔직히...내가 한 일도 아닌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저는 팀장입니다. 우리팀이 했으면 다 제 책임이죠..멋진 팀장이 되기 위해선...제 잘못으로 쿨하게 받아들여야죠!! 새롭게 처음부터 다시 했어야 했기에...휴가인 직원에게 미안했지만 이유를 설명하고 해당 업무에 대한 모든 파일과 내용을 인계받고...추석 연휴를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는 또 처음 하다 보니...팀원들이 잘 몰라서 그랬을 것이다. 이참에 내가 표준을 잡아서 앞으로 잘 해 갈 수 있는 기준으로 삼아보자! 그래서 나를 믿고 따를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시켜보자!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매우 성공적이었고, 제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실제 업무 관련 디테일한 피드백도 있었지만 가장 인상적인건 아래의 것입니다.


000팀장님 혹시 우리회사 안오실래요?


물론 저 말이 제가 선택만 한다고 갈 수 있는건 아닙니다. 다만...지원하면 서류-실무면접 정도는 사실상 쉽게 합격할 수 있는 일종의 "추천서" 같은 효과가 있는 말이겠지요...


해당 기업에 입사하면 지난 글에 제가 유일하게 이뤄내지 못했던 "대기업"의 조건까지 만족하게 됩니다. 그것도...상상도 못하던...솔직히 엄청 땡기지만....너무도 명확한 장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주가 되면 지금 회사 3개월 수습기간이 끝나는데....또 옮긴다는 것 자체가....제정신이 아닌 사람 같았습니다.


솔직히...제가 지금 회사 다닌지 2년 정도만 지났어도 갔을 것 같은데...지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회사 이름과 복지 빼면 지금 회사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장점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원을 안하기로 생각보다 쉽고 빠르게 결정했습니다.




지금까지 익명성의 힘을 빌려 자랑 좀 해봤습니다. 이렇게나마 자랑해서 지난 지옥같은 추석연휴를 이겨냈던 저에게 칭찬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팀원들에게 "이렇게 하니까 광고주가 좋아했어요! 우리 앞으로 이렇게 해봅시다!"라고 했을 때 팀원들이 잠시나마 박수를 쳐주면서 "팀장님 너무 수고하셨어요!" 했던 그 순간 우리팀 모두가 함께 하고 있구나...를 느꼈던...그 기쁨과 뿌듯함을...잊지 않겠습니다.


이번 연휴....오늘까지 빡시게 쉬고!! 내일부터 또 달려보려 합니다. 저는....이렇게....주주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살아가는...완벽한 복제인간이 된 것 같습니다. 영화 메트릭스에 나오는 "네오"가 될 용기는...이제 없어진 것 같은...찝찝한 느낌과 함께...남은 연휴...잘 쉬어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의 무게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