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대야 탓에 도통 일찍 잠에 들지를 못한다. 더워서 뒤척이다 보면은 어느새 쓸데없는 걱정들로 머릿속이 가득 차 버리고 만다. 그렇게 침대에 누운 채로 바쁘게 오가는 걱정들을 흘겨보다 지쳐 잠에 든다. 신경 쓴다고 당장 해결되는 걱정들도 아니다. 막 스무 살 초반이 지난이들이 으레 그렇듯 뻔한 사색들이다. 인간관계, 학업, 취업 등 어느 곳에서 나 찾아볼 수 있는 흔한 걱정들이다. 뻔하디 뻔한.
이제 막 의식이 흐려질 즈음 별안간 베란다로부터 빗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갑작스레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비가 실외기를 건드리는 소리, 아스팔트 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잠은 다 잤구나 싶어 몸을 일으킨 후 창쪽에 다가가 섰다. 창을 통해서 서늘한 바람과 함께 비 냄새가 들어왔다. 풀냄새 같기도 하고 흙냄새 같기도 했다. 새벽에 일어나 집 앞에 비가 떨어지는 장면을 멍하니 보고 있다 보니,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하나의 독립된 공간처럼 느껴져서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이 들었다. 휴대폰을 꺼내서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 속의 집 앞은 시간이 멈춘 채로, 순간의 생각들이 담겨 기억으로 새겨질 것이다. 어두운 곳에는 빗줄기가 잘 보이지 않아서, 가로등이 넓게 비를 뿌려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진을 찍고 나니까 문득 직전까지 더워서 못 자겠다고 불평해놓고 막상 시원해지니 일어나서 멍 때리고 있는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다. 베란다를 활짝 연채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잠깐 있으니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하고, 눈을 감았다. 불 꺼진 외딴방..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는 방에서 나는 까마득한 처장에 붙어서 스스로를 내려다봤다. 서늘한 바람이 이따금씩 머리맡을 스쳐 지나갔다. 여전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