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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벚신발 Jun 22. 2021

취미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별다른 목적성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제야 시작했냐 하면, 그저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기회가 없을  같았기 때문이다. 혼자서 그냥 되는대로 딩가딩가만 해도 행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싶었다. 시작하기 전까지는 딩가딩가마저 어렵다는 것을 몰랐으므로.


    직접 기타를 품에 안아보니 생각보다 부피와 무게감이 꽤나있음에 놀랐다. 때문에 자세잡기도 여간 쉽지만은 않았다. 매번 제삼자로서 기타 치는 것을 보기만 해온 탓이었다. 간단한 코드 두어 개를 배운 뒤에 몇 번씩 쳐보니 금방 손끝이 고통스럽게 아려왔다. 정확히는 손톱 바로 밑부분이었는데, 줄을 강하게 누를수록 원하는 소리에 가까워지니 줄을 있는 힘껏 누를 수밖에 없었다. 수업이 끝나고 연습실에서 기본적인 코드들을 연습하다 보니 아픈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손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에 답답함에 자리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를 줄이려고 시작한 취미인데 하루 만에 되려 스트레스를 받는 모양새가 모순적으로 느껴졌다.


    덥고 습한 날이었다. 하늘에 회색 먹구름이 드리워  주변이 어슴푸레했다. 방에 들어와 커튼을 당겨 치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창문까지 닫아 방안을 고요함으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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