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양품의 공간 브랜딩 : 고객에게 '경험'을 판매한다.
실용적인 제품을 부담 없는 가격으로 선보이며, 상표는 없지만(상표가 없어 더욱 주목받는 브랜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모던하고 미니멀한 감성이 돋보이는 브랜드 '무인양품'을 모르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2003년 국내에 처음 들어온 무인양품은 현재까지 국내 44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2025년 9월 말 기준) 이제는 무인양품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무인양품은 1980년 일본의 대형 유통 회사 세이유(西友)의 프라이빗 브랜드(PB)로 시작되어, 현재는 주식회사 료힌케이카쿠(良品計画·양품계획) 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패브릭, 의류, 가구, 인테리어, 주방, 생활용품, 헬스, 뷰티, 화장품, 문구 등 생활잡화가 대표 상품군으로 전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여겨진다.
‘무인’(無印-도장이 찍혀 있지 않은, 표시 없음)
‘양품’(良品-좋은 품질의 제품)
즉, '상표 없는 좋은 물건'이라는 뜻이다.
이러한 무인양품의 이념은 그 당시 일본의 상황과 비교를 통해 알아보면 그 의미가 확실히 와닿는다. 1980년대 일본의 경제 시장은 거품 경제라 불리며 일명 하이엔드 브랜드, 프리미엄에 대한 소비가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무인양품은 그 행태에 대한 안티테제의 개념을 기반으로, 당시 사회 분위기를 역행하는 브랜드 이념을 내세웠다.
*안티테제 : 어떤 주장에 정반합 하는 주제나 개념을 의미
무인양품을 보여주는 철학을 두 가지로 많이 표현하는데, 첫 째는 ‘3 무(無)’, 그리고 다음은 ‘와비사비(侘び寂び·わびさび)’ 이념이다.
무(無) 로고, 무(無) 디자인, 무(無) 마케팅이라는 ‘3 무(無)’ 철학은 제품 본질에 집중해 소비자에게 진정한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리고 동시에 무인양품은 ‘와비사비(侘び寂び·わびさび)’의 정수를 보여주는 브랜드로 평가받는데, 덜 완벽하고 단순하며 본질적인 것을 뜻하는 '와비(わび·侘)'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さび·寂)'가 합해진 와비사비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것을 귀하게 여김으로써, 단순하며 본질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뜻한다.
두 가지 철학을 보여주던 무인양품은 시장 경제의 거품이 붕괴되면서 더욱 성장하였고, 몇 차례의 센세이셔널한 브랜딩 활동으로 국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2025년 8월 말 기준, 무인양품은 전 세계 1,474개의 매장(일본 국내 717개, 해외 757개)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로벌 확장을 계속해나가고 있다.
2025년에는 파리에 무인양품(MUJI)의 첫 유럽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함으로써 유럽 시장에서의 성장을 도모하고, 방콕과 호찌민시 등 주요 쇼핑 지역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함으로써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성장을 가속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인양품과 같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이 다양해지고 브랜드들의 스토리가 주목받는 시대에, 무인양품의 목표는 여전히 계속해서 동일한 브랜드 이념을 구현해 나가기 위해 노력 중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발표한 무인양품의 중장기 사업 계획의 일부이다.
"저희는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진정한 품질과 윤리적 가치를 바탕으로 공정하고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여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만드는 것을 하나의 사명으로 설정했습니다. 저희는 일상생활에 필수적인 제품의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재 선정", "공정 간소화", "포장 간소화"를 통해 제품 개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여 진정한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자 합니다."
무인양품의 기업 주식회사 료힌케이카쿠는 일상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제품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의 일상 필수품이 되고자 하며, "모두를 위한 진실하고 지속 가능한 삶"을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며 탄생한 무인양품은 브랜드 철학부터 획기적이었고, 마케팅 방식 또한 일반적이지 않았다. 수입 자동차를 팔거나,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만들어 파는 등 엉뚱한 브랜딩 활동들은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무인양품의 이러한 엉뚱한 활동들은 다음 챕터에서 자세히 다뤄보고자 한다.)
그중 '공간'으로 무인양품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무지호텔' 브랜딩에 가장 주목하였다.
온라인 마케팅의 중요성이 활개 치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지난 후, 가장 많이 언급되었던 키워드 중 하나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마케팅'이었다.
이제 대부분 기업들의 제품 품질은 상향평준화 되었고, 전 세계는 저성장시대에 들어섰다. 이제 브랜드가 제품을 팔기 위해서 '제품'에만 집중해서는 안 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브랜드의 문화와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브랜드가 주목받을 수 있는 길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
최근 주목받는 이러한 마케팅의 흐름은 무인양품의 '무지호텔'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무지호텔(MUJI HOTEL)은 2018년 1월 중국 선전에 첫 번째 지점을, 같은 해 6월에는 베이징에 두 번째 지점을 열었다. 2019년 4월에는 일본 도쿄 긴자에 세 번째 지점을 오픈했다.
다양한 일상 소품들을 파는 무인양품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무인양품은 판매 상품의 홍보가 아닌 브랜드의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무지호텔'에서 경험하게 하겠다는 전략적 의도를 보인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며 무인양품은 고객들의 라이프 스타일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 소비자와 전화, 매장 상담, 온라인 서비스로 다양한 소통 시도하는 등 소비자와 상품의 ‘환경’을 연결해 갔다. 브랜드로부터 제공되는 전반적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주력 상품인 생활용품의 범주를 확장하여 ‘공간’을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다.
현대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브랜드를 지속시키는 것은 광고가 아니라 고객의 경험이다. 브랜드 경험은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경험적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고객이 브랜드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모든 상황을 포함, 그 경험이 좋고 나쁨을 떠나 강렬한 기억을 남겨 오래도록 잔상을 남긴다. 그래서 브랜드가 제안하는 경험을 누리고 이를 통해 고객의 삶에서 브랜드가 일부분이 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것."
고객은 호텔에서 체류하는 동안 호텔의 공간과 제품 자체를 일시적으로 소유하는 경험을 하게 되고, 이러한 브랜드 경험이 결국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브랜드 인식을 강화시킨다.
실제 무지 호텔에서는 호텔 내부 곳곳에 ‘자연’의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무인양품의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한다. 테이블에는 무지 매장 쇼핑백과 동일한 크래프트지를 사용한 무인양품 책들을 비치하였고, 호텔 로비에 있는 라이브러리에서는 무인양품의 큐레이션 책들로 브랜드 세계관을 엿볼 수 있게 한다. 호텔 한편에는 무지스토어를 배치해 두어 무인양품의 상품들을 쇼핑할 수 있으며, 객실 내부의 어메니티와 각종 집기 모두 무인양품의 제품들로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호텔 이용객은 공간에 구성되어 있는 모든 물품들과 음식, 직원의 서비스, 내부 분위기까지 모든 무인양품에 대한 것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고 그곳에 녹아들 수 있게 해 준다.
무지호텔이라는 공간은 무인양품 제품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체험장 그 자체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 장르의 브랜드들이 색다른 협업을 하고 하루에도 몇 개의 '팝업스토어'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지금, 앞으로의 브랜드들은 개인의 삶에 관심이 높아지고 자기만족이 중요해지는 양질의 삶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무지호텔이라는 무인양품의 브랜딩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중요한 플랫폼으로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이다.
브랜드만의 차별화되는 ‘라이프스타일’을 사용하여 브랜드의 정체성과 메시지, 앞으로의 방향성을 전달하고자 한다면 어떤 특이한 마케팅으로 어떻게든 단순 이목을 끄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무인양품을 통해 우리는 이제 알 수 있다.
세부적인 것들은 차치하고 결국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방법을 고수하는 것.
고객에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자신들의 이념과 목표를 경험하게 하는 것.
*출처
무인양품의 브랜드 마케팅에서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개념과 특성에 의한 공유 오피스 디자인 [전자자료] = Co-working space design based on the concept and characteristics of 「lifestyle」 in MUJI's brand marketing 유지민
호텔의 브랜드 경험요소를 바탕으로 한 무지호텔(MUJI Hotel)의 브랜드 경험 전략 연구 = Research on Muji Hotel's brand experience strategy based on the elements of hotel brand experience 김부미, 권영재, 김주연
새로운 리테일 컨셉 "MUJI 500"
황부영의 브랜드 & 트렌드 <54> -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엉뚱한 브랜딩, 무인양품
MUJI 공식 홈페이지
MUJI HOTEL 공식 홈페이지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