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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버린 첫째 아들은 리더십이 있고, 늘 동생들을 챙기며 든든하고 배려심 많은 형으로 자라났다. 3명의 아이 중에서 첫째가 바로 그였기에, 우리 가족의 질서와 편안함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 같았다. 만약 둘째 아이나 셋째 아이가 첫째였다면, 지금의 형제간 우애와 재미있는 시간들은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 같았다.
첫째 아들은 부모인 우리에게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의 책임감과 배려 덕분에 부모로서 많은 일들이 가능해졌고, 우리 가족이 잘 돌아갈 수 있었다. 동생들을 항상 살뜰히 챙기며, 엄마 아빠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려 노력한 첫째 아들은 참으로 귀한 존재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동생들과 함께 있을 때는 부모의 관심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린 막내를 가장 케어해야 했고, 그 사이에 끼어있는 둘째까지 챙기다 보니 첫째에게 온전히 신경 쓰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첫째 아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낼 시간을 만들었다. 지난여름 토요일 하루 종일 아이와 단 둘이서 함께 하였다. 아빠와 아들 단 둘이서 손을 잡고 걸으며, 점심에는 마라탕을 먹고, 이후에는 방탈출 카페에서 재밌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둘 사이에는 다른 둘째도 셋째도 없고, 둘 만의 감정과 호흡과 생각과 대화만 있었다. 언제나 이 공간에는 다른 아이들로 인해 분주했는데,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해 보니, 첫째가 참고 희생해야 했던 것들에 마음 한 구석에서 미안함이 스며든다. 자신도 집중받고 케어받고 싶었지만, 둘째와 셋째를 위해서 자신의 마음은 양보해야 했던 우리 아들~
그렇게 둘이서 보낸 그 시간은 우리 둘 모두에게 소중하고 유익한 시간이었다. 나는 그때 첫째 아이와 마음과 내 마음이 서로 연결될 수 있었고, 그동안 못다 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첫째로서의 무게를 감당하며 자라온 그가 한편으로는 미안하고 애틋하면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참 대견스러웠다. 첫째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면서 아이가 얼마나 성숙하게 자라 왔는지 그리고 얼마나 배려심 깊은 아이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도 우리 둘만의 시간을 또 만들어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