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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 신뢰혁명

by 이필립

옛날,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사람의 육체적 노동에 의존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한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물건을 만들고, 교환하며 살아가던 시절, 만약 인간의 힘을 대신할 무언가가 있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하는 상상이 있었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신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을 테고, 인간은 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 상상은 단순한 기대와 동시에 불안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존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질까 두려워했고, 변화는 항상 혼란을 동반했습니다. 그러나 역사는 늘 인간의 편리함을 추구하며 흐르고, 산업혁명은 결국 그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또 다른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번엔 ‘신뢰’가 핵심이 된 사회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수많은 정보와 기록 위에 존재합니다. 역사의 기록, 부동산 등기, 계약서, 유서, 신용장, 출퇴근 시간 기록, 회의록, 심지어 채팅 내용까지, 이 모든 것이 기록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록의 진위를 판단할 때, 우리는 그것을 보관하는 시스템, 그리고 보관자를 신뢰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신뢰가 종종 깨진다는 데 있습니다. 제삼자의 개입이나 보관자의 왜곡으로 인해 기록이 변질되거나 신뢰를 잃는 경우를 우리는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기록을 신뢰하기 위해선 결국 인간의 양심에 기대야 하지만, 인간은 완벽하지 않습니다. 인간의 자유와 욕심은 때로는 신뢰를 저버리게 만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완벽한 신뢰를 꿈꾸지만, 그것을 실현할 방법은 오랫동안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있습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인간의 신뢰 문제를 기술로 해결한 혁신적인 시스템입니다. 누군가의 개입 없이도 기록의 완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며, 누구나 그 기록의 진실성을 검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비트코인 시스템은 세상에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로 인간의 욕심 때문입니다. 정보의 관리자나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신들의 실수나 잘못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신뢰의 시스템은 인간의 실수를 숨기거나 무마할 기회를 제거합니다. 그래서 일부는 이런 시스템을 반대하거나 채택을 주저합니다.


이 모습은 산업혁명 초기의 반발과 닮았습니다.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던 시절,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듯이, 이번엔 신뢰 시스템이 기존 기득권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산업혁명은 노동자 계층의 반대에 직면했지만, 비트코인 혁명은 자본가와 권력자 계층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시장에서 자리 잡기까지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의 혁명과 디지털 시대의 혁명을 비교해 보면, 디지털 혁명의 속도는 훨씬 빠릅니다. 인터넷이 확산된 속도, 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속도를 떠올려 보십시오. 기술의 발전과 보급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역시 그 흐름 속에서 결국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게 될 것입니다. 신뢰의 새로운 기준이 자리 잡는 그날, 우리는 또 한 번 인류의 진보를 목격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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