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나는 오늘도 인터넷을 켠다. 무언가를 찾기 위해, 사소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또는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기 위해. 수많은 정보가 순식간에 눈앞에 펼쳐지고, 그중 가장 먼저 보이는 몇 개의 링크가 나의 선택을 결정짓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개인의 인터넷 사용 패턴이 아니라, 이 시대의 경제, 정치, 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의 축소판이다.
인터넷 시대에 사업을 한다는 것은 곧 검색엔진의 키워드를 지배한다는 뜻이다. ‘검색엔딩(search-ending)’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누가 먼저 핵심 키워드를 선점하느냐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의 성패가 좌우된다. 품질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키워드 전쟁에서 밀리면, 소비자의 눈에 띄지 못하고 시장에서 도태된다. 반대로, 품질이 떨어지더라도 키워드를 선점하면 그것만으로도 경쟁사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비즈니스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키워드 선점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기회를 빼앗는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에 접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위 노출된 결과를 신뢰하고 소비한다. 따라서 그들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되며, 키워드를 차지한 제품이 곧 시장의 표준처럼 여겨진다. 좋은 제품이 묻히고, 좋지 않은 제품이 ‘좋은 것처럼’ 포장되어 확산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이 불균형은 단지 시장의 문제인가? 아니다. 이 구조는 고스란히 사회 전반에 적용된다.
정의롭지 않은 이들이 ‘정의’를 말하고, 자유롭지 않은 체제가 ‘자유’를 외친다. 민주주의적이지 않은 곳에서 ‘민주’를 외치고, 공정하지 않은 시스템에서 ‘공정’을 논한다. 키워드를 선점한 자들이 ‘정의’, ‘자유’, ‘공정’, ‘민주’라는 단어를 선점하고, 그 프레임 안에서 모든 논의를 통제한다. 결국, 진짜 정의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검색되지 않는 하위 페이지’처럼 사라져 버린다.
이러한 키워드 점령은 시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 제품의 질을 보지 못하고 마케팅에 속듯, 우리는 본질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포장된 키워드에 현혹된다. 키워드를 지배한 자들은 사고의 방향을 통제하고, 행동의 폭을 제한하며, 결국 한 사회의 발전 가능성을 잠식해 간다.
정보의 시대는 곧 키워드의 시대다. 이 시대에 진실을 밝히고, 더 나은 선택을 가능하게 하려면 우리는 키워드의 본질부터 다시 질문해야 한다. ‘이 단어는 누가 먼저 점령했는가?’라는 질문은 단순한 검색 전략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는 출발점이다. 키워드 점령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