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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가치

비트코인

by 이필립



비트코인에 대해 흔히들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그냥 디지털 숫자일 뿐, 실체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데 무슨 가치가 있어?” 또 어떤 분들은 “국가에서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닌데 왜 비싼 돈을 주고 사는지 모르겠다”라고 하시죠.


반면에 또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어서 희소하니까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주장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단지 ‘희소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금처럼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앞으로 10억, 100억 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건 쉽게 납득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진짜 가치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그 답은 ‘기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기록을 남겨왔습니다. 약 5,000년 전 수메르 문명의 쐐기문자부터 시작된 기록은, 증거를 남기고 사실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까지의 기록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가 어떻게 썼는지를 확인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 내용을 바꾸더라도 ‘원래 무엇이었는지’를 증명하기 어려웠습니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에서도 기록을 조작할 수 있고, 해킹으로 중요한 데이터가 수정되거나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보안 기술에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지만, 완전히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기록을 지키려는 사람과 그 기록을 바꾸려는 사람의 싸움은 항상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한계 속에서 비트코인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기록 기술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처음 등장했을 때는 단순한 ‘디지털 캐시’로 주목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가치는 점점 드러났습니다. 바로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록’이라는 점입니다. 2016년 이후, 비트코인의 기록이 조작되지 않는다는 것이 입증되면서, 그 기술의 놀라운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동작합니다. 전 세계 수많은 컴퓨터가 동일한 거래 내역을 나눠 갖고, 수학적인 검증을 통해 기록을 완성합니다. 이 구조 덕분에 누구도 임의로 내용을 바꾸거나 삭제할 수 없습니다. 기존의 중앙에서 기록을 관리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입니다.


물론 이후에 수많은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봤지만, 비트코인처럼 완벽하게 위변조를 막을 수 있었던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이는 비트코인만이 지닌 구조적 설계와 컴퓨터의 강력한 채굴력 덕분입니다.


비트코인의 이런 특성은 단순히 돈의 기능을 넘어서, ‘기록 보존’이라는 전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어떤 나라는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처럼 쓰고, 또 어떤 이는 장기적으로 ‘가치 저장 수단’이나 ‘디지털 금’으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어떤 이들은 비트코인이 미래의 세계 통화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죠.


이처럼 비트코인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는 ‘기록이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기록이 진짜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은 그런 역할을 해냅니다. 이것이 바로 비트코인이 가진 기술적 가치이자,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진짜 자산’이라고 믿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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