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혁명과 알마게스트

비트코인

by 이필립


17세기,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들었을 때 그가 본 건 단순한 별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기존의 '거짓된 물리 법칙'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죠. 당시 가톨릭 교회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천동설을 종교적 진리로 떠받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갈릴레오가 목성의 위성을 발견하는 순간, 그 거창한 세계관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물론 사회는 진실을 증오합니다. 기득권과 질서를 위협하니까요. 갈릴레오는 탄압받았고 진리는 억눌렸습니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믿어온 익숙한 거짓말을 버리기보다, 눈앞의 관측 사실을 부정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오늘날 블록체인을 둘러싼 소음들을 보면 정확히 그때가 떠오릅니다. 2016년경부터 쏟아져 나온 ’블록체인 혁명‘ 같은 책들은 블록체인을 무슨 마법의 지팡이처럼 묘사했습니다. 정치인들과 관료들은 이 '정교한 단어'에 매료되어 예산을 쏟아부었죠. 이건 1,400년 동안 인류를 속였던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와 다를 바 없습니다. 복잡하고 그럴싸한 이론은 사람들에게 가짜 안정감을 주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솔직히 말하죠. 단순히 데이터를 체인 형태로 저장하는 방식 그 자체는 혁명이 아닙니다. 그건 그냥 좀 비효율적인 데이터베이스일 뿐입니다. 컴퓨터 공학적으로 볼 때 새로운 물리 법칙도 아니고, 기존 DB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보안을 제공하지도 않습니다. 기술 그 자체가 세상을 바꾼다는 논리는 매우 빈약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진짜 'Physics'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 해시파워(Hashpower)‘입니다.

비트코인의 본질은 블록체인이라는 껍데기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컴퓨팅 파워의 결집에 있습니다. 개별 컴퓨터는 무력하지만, 전 세계의 연산 능력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여 거대한 장벽을 형성하는 순간, 물리적인 역전이 일어납니다. 특정 시점의 해시파워가 지구상의 다른 모든 컴퓨팅 파워의 합을 넘어서면, 과거의 기록을 조작하는 비용은 '불가능'의 영역에 진입합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물리 법칙에 가까운 수준의 '위변조 불가능한 타임스탬프'가 탄생한 겁니다.


이건 기술과 경제의 환상적인 결합입니다. 가격이 오르면 채굴자가 늘어나고, 해시파워가 강해지며 보안은 더 단단해집니다. 이 선순환이 데이터의 불변성과 가치 저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거죠.

결국 블록체인 그 자체를 혁명의 본질로 보는 건 현대판 천동설입니다. 겉보기엔 그럴듯하지만 중심을 잘못짚은 거죠. 정부 지원사업이나 기업의 홍보 문구, 부산의 블록체인 특구 같은 시도들이 왜 지지부진할까요? 기술의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블록체인'이라는 화려한 이름에만 매달렸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문제는 언제나 데이터의 부족이 아니라 '해석의 오류'에서 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대중은 그것을 낡은 시대의 언어로 이해하려 애씁니다. 그 과정에서 진짜 혁신은 노이즈에 가려지죠.


자,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당신은 지금 혁명을 보고 있습니까, 아니면 또 다른 ’ 알마게스트‘를 믿으며 지구 주위를 돌고 있습니까?

진리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훨씬 더 강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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