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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필립 Oct 19. 2024

국내 재배한 망고를 팔지 못하는 나라

망고만 팔면 카드단말기를 넣어주지 않아

망고가 이렇게도 내 발목을 잡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참 여러 과일을 재배해 봤지만 망고만큼 나를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드는 과일은 없었다. 감, 귤, 참외, 딸기, 그 외에도 다른 수많은 과일들은 나에게 언제나 그랬듯이 순조로웠다. 재배하고, 수확하고, 판매하고, 그 사이사이 나만의 비법을 연구해서 품질을 높이고. 이 패턴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심지어 내 주변 농장에도 그 노하우를 공유하며 모두 함께 수익을 올려왔는데, 이 망고는 도무지 그렇지 않다. 아니, 망고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망고를 팔 수 없게 만드는 이 이상한 상황이 더 문제다.

몇 년 전, 우연히 망고를 접하게 된 후 나는 이 과일이 국내 시장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확신했다. 전 세계적으로 망고는 인기가 많아지고 있었고, 우리나라도 그 흐름을 타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재배 연구에 몰두했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망고는 다른 과일들과는 달랐다. 온도, 습도, 토양까지 까다롭게 관리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실패도 많았다. 하지만 끝내 나는 해냈다. 드디어 국내에서 품질 좋은 망고를 수확하는 데 성공했고, 내가 기른 망고는 생각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생각했다.

망고는 내 손에서 완성되었다. 이제 남은 건 그 망고를 사람들이 먹을 수 있게 파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큰 결심을 했다. 기존에 다양한 과일을 팔던 농산물 가게에서 망고만을 전문으로 파는 가게로 전환한 것이다. 이 망고만큼은 나의 자신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요즘 누가 현금을 들고 다니나? 거의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지 않나? 나 역시 평소에 카드를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내 가게에 카드 단말기를 들일 수 없다는 것은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처음엔 그냥 단말기 설치 절차가 늦어지는 건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단말기를 설치하는 포스 운영사에 가서 물어보니, 은행 연합에서 내 가게에 단말기 승인을 해주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 대답이 어처구니없었다. ‘망고만 파는 가게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다른 과일들은 되고 망고만은 안 된다니. 나는 은행 연합에 직접 찾아가 항의했다. 망고가 과일이지 무슨 불법 상품이라도 되나? 대체 무슨 이유로 망고만 파는 가게에는 단말기를 못 놓겠다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과일 가게에서 망고도 팔고 수박도 팔고 감도 파는데, 왜 망고만 파는 건 안 되나요?"라고 물었지만, 그들은 그저 "안 된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들은 이유조차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서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쪽도 손을 놓았다. 은행 연합의 사업 결정은 그들 스스로의 권한이라는 것이다. 나는 지자체에도 가보고, 언론사에도 연락해 봤지만, 어디에서도 해결책을 주지 않았다. 다들 제각각의 핑계만 댈 뿐, 나를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결국 나는 모든 방법이 막히고 말았다.

망고는 분명히 잘 팔릴 수 있는 과일이다. 시장에는 이미 망고와 관련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이 망고를 좋아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내가 재배한 망고는 외국에서 수입한 망고보다 품질이 더 좋고, 맛도 더 뛰어나다고 고객들도 인정해 주었다. 그런데 단지 내가 망고만 판다는 이유로, 나는 그걸 팔지 못하고 있다.

이게 카드 단말기 하나 못 넣을 문제인가? 국회까지 가서 해결을 봐야 하는 일인가? 나는 그저 망고를 팔고 싶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복잡하게 만들어버리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 망고가 내게 가져다준 희망은 사라져 가고, 나는 단말기 하나 설치할 수 없는 이 현실 앞에서 서 있다. 망고를 팔고 싶은 내 마음과 그걸 막는 시스템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 자신이 참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망고를 팔지 못하게 하는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내가 이 망고를 재배하고, 가게를 열고, 모든 걸 준비했는데, 단말기 하나 놓지 못하게 막는 이 나라는 나에게 대체 무엇을 하라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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