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지 마라
주변을 탐색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움직여라
맨발이가 바라봤다. 고단백 간식 한 포를 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 기운이 났는지 장작더미 위에 올랐다. 따뜻한 벽난로에 몸을 녹여 기분이 좋아졌는지 빤히 바라보았다. 길고양이는 눈이 마주치면 눈빛을 피하곤 하는데 맨발이는 새끼고양이라서 그럴까. 자기를 따라다니는 시선이 좋았는지 나와 눈을 맞혔다. 시누가 집을 3주 비운 사이 맨발이는 추위에 떨고 굶어선지 털에 윤기가 없었다. 사람 온기에 자리를 잡고 햇살을 즐겼다.
사실 난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무서워한다.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거리를 두는 맨발이가 고마웠다. 자신의 털을 핥으며 난로 앞에 누워 있는 모습이 여유로웠다. 다른 고양이와 같이 사료를 먹고 바깥에 나가 바람을 쐬며 조금씩 자신의 리듬을 찾아갔다. 이틀 만에 맨발이는 처음 만나 초라하고 생기 없던 모습이 사라졌다.
맨발이만 관찰했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 나가니 벌써 일어나 활동하고 있었다. 눈이 마주쳐 잘 잤냐고 말하니 빤히 쳐다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약해 어미사랑을 못 받았다고. 어미 품에 쏙 들어간 모습이 흐뭇했다. 유독 어미를 닮은 맨발이니깐 건강해져서 어미 사랑을 독차지하길 바랐다. 사료는 먹었는지, 간식이 먹고 싶지는 않은지. 자기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남편과 나의 마음에 감동했을까. 벽난로 앞에 앉아 있으면 우리 의자 밑에 꼭 자리를 잡았다.
맨발이는 다른 고양이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컨디션이 좋아지자 주변을 탐색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움직였다. 누구의 눈치를 보거나 누군가에게 끼어들려 하지 않고 혼자 누릴 수 있는 시간에 만족했다. 아마도 환경에 적응하고 주변을 탐색하여 자기만의 재미를 찾고자 했을까. 나는 맨발이와 달리 행동하기 전 섣불리 단정 짓고 판단했다. 나의 상상으로 상대의 마음을 짐작하고 오해했다. 맨발이처럼 주변을 탐색하고 이해하기 위해 기다린다면 세상은 재미나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