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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Dec 17. 2023

수건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이 쓰는 수건을 빌려줄 수 있을까

아들 돌잔치 사은품으로 나눠준 새 수건이 있다. 요즘은 야유회나 돌잔치에서 수건을 사은품으로 주지 않는다. 매일 쓰고 필요한 물건이지만 공짜로 받던 습관 때문인지 사는 건 아깝다.


지난달 남편과 한 달에 한번 있는 복식 단체전 대회에 나갔다. 매일 레슨 받고 똑같은 사람과 운동하다 보니 큰 대회에 나가 다양한 기술의 사람을 만나면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해 속상해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탁구장 대회를 다니기로. 처음 간 곳이라 낯선 사람뿐이었다. 이름이 불려 수건을 챙기는데 수건이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땀이 많아 수건 없이 절대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인데. 갑자기 옷장 서랍을 가득 채운 수건이 눈앞에 아른 거렸다. 관장에게 가서 수건 하나만 살 수 있냐고 물으니 수건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당혹해하는 남편에게 자신이 쓰는 일반 수건을 빌려줘도 되겠냐며 선의를 베풀었다.


운동을 마치고 다음에 올 때 빨아다 준다고 해도 괜찮다고 했다. 땀 냄새 펄펄 나는 축축한 수건을 주고 오는 게 미안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이 쓰는 수건을 빌려준 관장이 특별해 보였다. 그래서일까. 다음 달과, 이번 달에도 신청했다. 고수가 많아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산이 높아 도전하고픈 마음도 크다. 지금은 승률이 낮아 의기소침해지곤 하지만 잘 치는 고수들의 기술을 하나씩 배우고 있다. 언젠가 하위에서 중간으로, 선발대에 진입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다면 분명 정상 언저리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수건으로 땀을 닦는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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