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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글사랑 Jan 07. 2024

찬물이 준 기회

어긋나 보이더라도 부드럽게 포용한다면 숨겨진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아침 9시가 되면 뜨거운 물이 없다. 직원들이 업무 전 마시는 차 한 잔으로. 시계를 보지 않고 물을 받은 내 잘못이었다. 커피가루를 담은 텀블러에 물을 한가득 받아서 한 입 마셨는데 미지근하다 못해 차가웠다. 찬물을 받은 줄 착각할 만큼. 추운 날씨에 따뜻한 커피를 상상하다 마시니 당황스러웠지만 찬 커피 한 모금은 짙은 커피 향을 입 안 가득 채웠다. 뜨겁게 마셨던 커피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은 맛이었다.


갑자기 콜드브루 커피를 좋아하는 언니가 생각났다. 처음 콜드브루의 의미를 몰라 따뜻한 커피는 없냐고 왜 굳이 차게 마셔야 되냐고 반기를 들었다. 아이스가 아닌 찬물로 탄 커피를 마시며 갑자기 콜드브루가 생각났다. 이런 맛에 반해서 생긴 커피일까.


지난주 남편이 탁구대회에서 콜드브루 원액을 경품으로 받았다. 콜드브루보다 차라리 와인을 선물로 받아오지 그랬냐며 투덜거렸고 미지근한 물에 타서 마시며 크게 음미하지 못했다. 찬물로 탄 커피를 마신 후 콜드브루를 마셨다면 부드러운 풍미에 감동했을지도. 귀한 것을 귀하게 볼 줄 몰랐다.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는 걸까.


익숙한 습관에 길들여져서 다른 걸 거부했다. 새로운 것보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했다. 이런 생활습관은 안정을 원하다 안주해 버리는 실수를 범하게 했다. 다른 이의 생각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자란 가정환경과 처한 상황, 사고방식이 달라 완벽하게 공감할 수 없어도 내가 상대라고 입장을 바꿔본다면 부드러운 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찬물이 준 기회처럼 어긋나 보이더라도 부드럽게 포용한다면 숨겨진 진가를 발견할 수 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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